<고스트 앤 크라임> (medium)의 알리슨 드부아(패트리샤 아퀘드)는 사실 빵점 아내이자 엄마다. 귀신에게 빙의돼서 다른 남자 품에 안기고 거의 매일 밤마다 밖으로 뛰쳐나간다. 특히나 남편의 숙면에는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니 자다가 벌떡 일어나 놀라게 하는 건 예사요, 꼭두새벽부터 예지몽과 악몽 얘기를 늘어놓는다. 게다가 몽유병 증세를 보인 적도 있어 남편 조셉 드부아(제이크 웨버)는 밤새 잠 한숨 안 자고 그녀를 보살피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여자는 무슨 복인지 천사보다 더 천사 같은 남편 덕분에 파란만장 영매의 삶을 유지해 나간다. 조셉 드부아는 8등신 미녀 대학 동창의 유혹을 딱 잘라 거절하는 지조도 있고, 아직도 아내를 여자친구처럼 아낀다. 물론 약간의 유혹에 흔들린 적도 있고, 회사에서 잘려서 한동안 생활고에 시달리게도 했지만 이건 정말 본 적이 없는 그런 남편이다.

같은 화남모(화 안 내는 남편들의 모임) 멤버로 역시 영매 부인을 둔 <고스트 위스퍼러>의 짐(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죽을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두 번이나 아내와 다시 결혼한다!)도 있긴 하지만 아직 육아의 고통을 분담하지 않은 그보다는 조셉 드부아가 한 수 위다. 보통 아이 한 명도 잠깐이라도 봐주다보면 진이 빠지기 마련인데 엄마를 닮아 신기가 있는 세 딸을 그는 정성스레 돌본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음식 준비며 설거지까지 도와주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큰 딸과 엉뚱한 질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둘째에게 큰소리 한 번 안 친다. 조셉 드부아는 특별히 잘생긴 얼굴도 아니고, 식스팩도 없다. 그러나 2PM을 예뻐하지만 남편감 리스트에는 넣을 수 없을 때, 그는 가장 완벽한 후보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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