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번에 키 큰 남자가 정말 멋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어.
갑자기 그런 얘길 꺼내는 건 싸우자는 거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이번에 <시티홀>에서 차승원이 탱고 추는 거 말이야. 정말 아름답더라.
아, 속에선 울컥하는데 차승원 몸매 라인도 좋았고, 팬들도 두려워서 별 말은 못하겠다.

그건 뭐 따질 게 있다는 뜻이야?
따질 게 있다기보다 사실 그렇잖아. 별다른 기술이나 제스처 없이 그저 타고난 몸매로 승부하고, 그런 거에 감탄하면서 숨겨진 춤 솜씨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건…

넌 또 왜 ‘열폭’하고 그래? 그리고 그 정도면 수준급인거 아니야?
뭐 잘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수준급이라고 보기엔 좀 그렇지. 물론 그윽하게 쳐다보면서 약간 스텝을 밟는 것만으로도 그런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간지’는 분명 수준급이겠지만 그 무대가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가 아니라 댄스스포츠 대회였다면 1등은 어렵지 않겠어?

뭐, 선수들이랑 하면 당연히 순위권에 들긴 어렵겠지만 우선 춤이란 건 눈에 봐서 좋으면 좋은 거 아니야?
사실 인정하기 싫지만 그것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네. 분명 중요 포인트에 대한 채점 기준이란 건 있지만 보통 스포츠댄스 대회에선 김연아가 나오는 피겨스케이팅과는 달리 여섯 커플 이상이 한꺼번에 춤을 추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평가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거든. 그래서 좀 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는 커플에 점수를 주게 되고. 뭐 그게 눈에 봐서 좋으면 좋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래? 그럼 차승원-김선아 커플의 댄스는 점수를 얼마나 받을까?
내가 무슨 전문 심판도 아니니까 그냥 중요 요소별로 따져보자. 우선 자세. 이건 서로 손을 맞잡는 홀드나 전체적 라인을 보는 건데 둘 다 자세가 바르고 찌그러지지 않으니까 이건 괜찮고, 그 다음으로 타이밍인데 이건 조금 애매한 것 같아. 이 타이밍이란 건 음악의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건데 채점에서 가장 우선순위로 꼽는 거거든. 특별히 리듬을 놓쳤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없지만 너무 무난한 움직임이라 리듬 하나하나에 맞춘 움직임을 보여준 것 같지도 않아서. 이건 타이밍과 함께 가장 중요하게 꼽는 음악성과 표현성 부문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어. 말하자면 음악의 내용과 악센트에 맞춰 안무를 조절했는지에 대한 평가인 건데 음악에서 ‘빠밤빰빰’ 이렇게 임팩트 있는 부분에서 고개를 강하게 좌우로 젖혀준다던가 하는 모습이 안 보였으니까. 그리고 기본적으로 역동적인 맛이 없었어.

무슨 얘기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한데 그럼 탱고를 추면서 어떻게 해야 역동적일 수 있는 건데?
이것도 채점 요소 중 하나인데 춤을 추는 열정과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드러내는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도 점수는 별로인 거 같아.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무대가 너무 작다는 거였겠지. 이건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역시 탱고를 췄던 정준하 커플이랑 비교하면 가장 설명하기 쉽겠다. 물론 정준하도 실수를 많이 하긴 했지만 무대를 넓게 쓰면서 계속해서 스텝을 밟으면서 춤을 이어가잖아. 이렇게 다른 커플과 부딪히지 않을 뿐 아니라 춤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능력을 플로어 크래프트라고 하는데 차승원-김선아 커플은 이런 걸 보여주지 않았지.

결국 라틴댄스는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얘기인 건가?
아, 탱고가 열정적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탱고는 라틴댄스가 아니야. 적어도 댄스스포츠의 구분에서는. 댄스스포츠 종목은 모던댄스와 라틴댄스로 구분되는데 탱고랑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춘 왈츠, 정형돈의 퀵스텝은 모던댄스에 속하고 노홍철이 춘 룸바, 하하의 차차차, 유재석의 자이브가 라틴댄스에 속해. 모던댄스에 속하는 춤들은 그 기원이 서유럽쪽에 있는데 탱고 같은 경우도 어쨌든 스페인의 플라맹고가 좀 가벼워진 형태의 춤인 거니까.

그럼 라틴댄스는 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만들어진 춤인 거야?
모던댄스에 대한 설명 때문에 그렇게 오해하기 쉬운데 또 그건 아니야. 라틴 아메리카가 라틴 아메리카인 것 자체가 라틴어 계열의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같은 언어가 퍼져서인 거잖아. 쿠바에서 유래된 차차차 같은 경우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춤이지만 역시 라틴댄스로 분류되는 파소도블레는 스페인에서 유래된 춤이야. 어쨌든 아까 말한 것처럼 분류가 어디에 속하든 탱고는 열정적인 춤이지. 그리고 사실 채점이나 이런 것도 대회를 염두에 뒀을 때 하는 얘기일 뿐, 영화 <여인의 향기> 보면 스텝이 엉켜도 그게 탱고라는 얘기가 있잖아.

그 얘길 들으니 또 궁금해지는 건데 다리가 짧아서 보폭이 좁을수록 스텝이 잘 엉키는 상관관계가 있는 거야?
어우, 또 울컥하네. 글쎄, 나는 차승원처럼 보폭이 넓은 편이라 잘 모르겠…그…어든…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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