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기생충’ 포스터/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포스터/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올해 영화계는 진일보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 영화계에는 유례없던 일들이 일어나 대중을 놀라게 했다. 한국영화 2편, 외화 3편 등 5편의 1000만 영화가 나왔고, 영화 ‘기생충’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겨울왕국2’ ‘어벤져스:엔드게임’(어벤져스4) 등이 개봉하면서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또 다시 쟁점으로 부상했지만 제도적인 개선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이 같은 문제를 외화에만 적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기생충’, 한국영화 최초 황금종려상 수상

2019년 한국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단연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이후 국내외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기생충’은 내년 2월 열리는 아카데미 국제극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로 선정됐다. 외신들은 감독상과 각본상의 최종 후보로도 지목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요 부문 유력 수상자로 점치고 있다. 게다가 ‘기생충’은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생충’은 한국적인 부자와 빈자 가족의 모습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조명하고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송강호의 대사인 “넌 다 계획이 있구나”, 박소담이 부른 ‘제시카 송’, 조여정이 먹던 짜파구리까지도 글로벌한 인기와 관심을 모았다.

◆ 1000만 영화 5편 탄생 ‘이례적’

올해는 무려 5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극한직업’ ‘기생충’ 등 한국영화 2편, ‘어벤져스4’ ‘알라딘’ ‘겨울왕국2’ 등 외화 3편까지 총 5편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지난 1월 개봉한 ‘극한직업’은 올해 첫 번째 1000만 영화였다. 누적 관객 1626만5618명을 모아 ‘명량’에 이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제공=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작품성, 예술성뿐만 아니라 흥행성도 입증했다. 국내에서 지난 5월 30일 개봉한 ‘기생충’은 누적 관객 1008만5277명을 모아 ‘1000만 클럽’에 가입했다. 북미에서는 1127만8976달러(131억391만원)의 수익을 거둬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지난 4월 24일 개봉한 ‘어벤져스4’는 누적 관객 수 1393만4604명 모으면서 역대 박스오피스 5위에 등극했다. 또한 10년 만에 ‘아바타’(2009, 1333만8863명)의 아성을 깨고 역대 외화 흥행 1위에 올랐다. 거대한 서사를 마무리하는 이야기인 만큼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는다는 점도 화제였다. 10년간 함께해온 마블 제3국면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시원섭섭한 마음에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많았다.

‘알라딘’은 최근 1000만 영화들이 개봉 초반 압도적으로 관객을 모으는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을 띠며 역주행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 5월 23일 개봉한 ‘알라딘’의 첫날 관객은 10만에 못 미쳤고 2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알라딘’은 정상 탈환과 재탈환을 반복하며 흥행의 기반을 다져갔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통해 잘 알려진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 등의 춤과 노래는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로 1000만을 넘긴 ‘겨울왕국’(1029만8743명)의 속편인 ‘겨울왕국2’도 누적관객 1331만3628명을 모으면서 ‘애니메이션 최초 쌍천만’을 기록했다.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내면의 성장을 이뤄낸 캐릭터들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냈다. 하지만 스크린 독점과 오역 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코미디 장르의 두드러진 인기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웃음이었다. 연초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여름 극장가 대전에서는 ‘엑시트’가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극한직업’은 화려한 액션과 특수효과, 쥐어짜낸 신파 없이도 전 연령대가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점이 유효했다. 마약범을 잡기 위해 형사들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대박난다는 기발한 소재에 자영업자, 소시민들의 애환을 녹여내며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본업인 범인 검거와 생업이 된 치킨 장사 사이에서 고민하는 형사들의 모습도 웃음 포인트였다.

영화 ‘엑시트’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엑시트’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엑시트’는 기존 재난영화를 비튼 작품이었다. 처절하지만 멋지게 재난 상황을 헤쳐나가는 기존의 주인공들과 달리 ‘엑시트’ 속 남녀 주인공은 찌질하고 현실적인 모습, 심각한 상황에 소시민들의 재치 있는 대처법이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했다. 민폐 캐릭터나 신파도 없으며 남녀주인공은 막막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대변해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추석 시즌 개봉한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오락성을 살린 범죄액션영화로 457만3371명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10월 개봉한 ‘가장 보통의 연애’는 누적 292만4564명의 관객을 모으면서 최근 7년간 개봉한 로맨틱코미디 중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올해 첫 번째로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 ‘내 안의 그놈’의 깜짝 흥행도 주목 받았다. 연말에는 ‘시동’이 웃음 배턴을 이어 받아 31일 손익분기점인 240만 관객을 넘겼다.

◆ 여성 서사·여성 영화인에 주목

하반기 화제작 중 하나는 ‘82년생 김지영’이었다.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개봉도 전에 ‘젠더 이슈’에 휘말려 평점 테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젠더 이슈에 집중하기보다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가정을 꾸리면서 한 개인이 겪어야 하는 아픔을 덤덤하게 그려내면서 따뜻한 위로를 선사했다. 주인공 김지영뿐만 아니라 김지영의 남편과 김지영의 어머니가 겪었던 고충에도 주목하면서 젠더 이슈를 완화했다.

영화 ‘알라딘’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알라딘’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여성 감독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돈’의 박누리 감독, ‘생일’의 이종언 감독,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 ‘벌새’의 김보라 감독,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 ‘메기’의 이옥섭 감독, ‘가장 보통의 연애’의 김한결 감독은 작품성 있는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이 가운데 ‘벌새’는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45회 시애틀국제영화제, 제9회 베이징국제영화제, 제25회 아테네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를 비롯해 제39회 영화평론가협회상, 제40회 청룡영화상, 제20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등 국내에서까지 각종 시상식에서 40여개 트로피를 가져갔다.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도 이전보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다.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는 여성이기 때문에 받았던 차별에 맞서며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자스민 공주의 마음을 담은 솔로곡 ‘스피치리스(Speechless)’도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토이스토리4’ ‘겨울왕국2’ 등의 애니메이션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이 바지를 입고 거침없이 도전을 해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극한직업’ ‘걸캅스’ ‘엑시트’ ‘가장 보통의 연애’ 등에서도 여주인공은 당당하고 편견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응원을 받았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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