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악인전’에서 연쇄살인마 K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규.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영화 ‘악인전’에서 연쇄살인마 K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규.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날카롭고 강렬한 인상이 단번에 눈길을 끄는데, 대화를 나눠보면 순박한 매력이 묻어난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악인전’에서 연쇄살인마 K를 연기한 배우 김성규다. 영화에서 그는 깡마른 체격에 감정을 가늠할 수 없는 연기로 차갑고 잔인한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표현했다. 그는 촬영 당시 몸무게를 56kg까지 감량했다고 했다.

“삶에 대한 욕구,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감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공허한 상태죠. K라는 인물을 명쾌하게 전달하는 것보다 오히려 좀 희미하게 해야 긴장감이 있을 거라는 얘기를 감독님과 했어요. 감독님은 제가 현장에서 역할에 몰입해서 외로워보였다고 했는데, 캐릭터에 대해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을 계속 했던 거예요. K의 감정을 단순히 하나로 정리하긴 쉽지 않았어요.”

‘악인전’으로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된 김성규는 마동석, 김무열과 함께 호습을 맞췄다. 마동석과 맞붙는 액션은 어땠느냐는 물음에 “의외로 너무 수월했다”고 답했다.

“저는 ‘배운 액션’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고 막 하다보니 힘이 과하게 들어갈 때가 있어요. 그런데 마동석 선배는 액션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해요. ‘이 앵글에서는 몸을 이렇게 가려서 하는 게 타격감은 더 좋은데 더 안전하다’는 식으로 제게 알려줬죠. 액션보다도 현장에서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내면서도 상대 배우를 존중하고 배려했습니다. 제가 경험이 적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그럴 때 오히려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리드해줬어요.”

영화 ‘악인전’ 김성규 스틸.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영화 ‘악인전’ 김성규 스틸.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김성규는 이번 영화로 생애 처음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악인전’은 지난 14일 개막한 제72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지난 21일 마동석, 김무열과 칸을 향해 출발한 그는 22~23일(현지시간) 레드카펫 및 포토콜, 기자회견 등의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영화제라는 걸 처음 가게 됐어요. 부산영화제에도 가본 적이 없어요. 많이 긴장되네요. 전에 몇 번 시상식에 갔을 때, (레드카펫을) 걸어가는 순간이 너무 어색했는데…하하. 칸영화제에 출품했다고 얘기를 들었을 때도 저하곤 먼 얘기라고 느껴졌어요. 그냥 ‘냈구나’ 그랬죠. 뉴스에서나 보던 일 같고, 파급력이 큰 영화제라 실감이 안 났어요.”

차가울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는 집에서 2년째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집사’ 김성규. 프랑스 배우 드니 라방을 좋아해서 ‘드니’라는 이름을 붙여줬단다.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차가울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는 집에서 2년째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집사’ 김성규. 프랑스 배우 드니 라방을 좋아해서 ‘드니’라는 이름을 붙여줬단다.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김성규는 “‘킹덤’ 촬영 때문에 머리가 길어서 칸영화제에서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넉살을 피우기도 했다. 그는 현재 ‘킹덤’ 시즌2를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는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가진 미스터리한 영신 역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2011년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그는 2014년 영화 ‘기술자들’의 단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2017년 ‘범죄도시’에서 극 중 장첸(윤계상 분)의 왼팔인 양태 역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마동석, 윤계상, 진선규 등 이 영화의 다른 배우들이 워낙 강렬한 연기를 펼친 탓에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것일 뿐 이들 사이에서도 김성규는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킹덤’ 시즌2에서는 영신의 비밀도 밝혀진다고 알려져 김성규의 연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스크린 데뷔 후 이름 있는 배우들과 계속 함께 작업한 소감을 묻자 김성규는 이렇게 답했다.

“대단한 선배들과 같이 연기한다고 생각하면서 괜히 혼자 마음 졸이기도 했죠. 하지만 선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도움도 받았어요. 괜히 불안한 마음은 캐릭터에 집중하고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됐어요. 좋은 선배들과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쉽지 않은 기회죠.”

‘극단의 극단’이라는 7년 된 극단에도 소속돼 있다는 김성규는 연극도 꾸준히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극단의 극단’이라는 7년 된 극단에도 소속돼 있다는 김성규는 연극도 꾸준히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포털사이트 프로필에서 김성규 관련 정보는 이름과 소속사뿐이다. 신비주의 콘셉트냐고 묻자 “작품으로 만났을 때 상상의 여지가 많지 않을까 한다. 내가 의도한 건 아니다”면서 재치 있게 답했다. 김성규는 지금 연기자로서 성큼성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자신도 “관객들이 좋게 평가해 주셔서 은연중에 나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큰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좋은 일이 계속 있는 게 겁도 나고요. K든 영신이든 하기 전엔 다 부담스러웠어요. 완벽하게 잘한 건 아니지만 ‘할 수 있을까’로 시작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냈어요. 다행히 지금은 좋은 말을 듣고 있지만 한순간에 또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도 불안한 생각을 덜 하려고 해요. 제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감사하게, 그러면서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고 합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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