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모델, 배우, 방송인, 사업가로 1인다역을 해내고 있는 주우재./사진제공=YG
모델, 배우, 방송인, 사업가로 1인다역을 해내고 있는 주우재./사진제공=YG
“겉으로는 제가 ‘둥지를 박차고 나온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요. 대학(홍익대 공대)을 안정적으로 다니다가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고, 갑자기 모델·방송 활동을 하고···. 그런데 여러 일들을 벌인 게 특별히 제가 도전 정신이 투철해서는 아닙니다. 아무래도 저는 ‘둥지를 박차다’ ‘도전’ 같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모델 겸 배우, 방송인이자 패션 브랜드 사업가인 주우재의 말이다. 최근 MBN 드라마 ‘최고의 치킨’을 마치고 텐아시아를 방문한 주우재는 의외였다. KBS joy 예능 ‘연애의 참견’에서 보여준 까칠하고 능청스런 모습과는 달리 한 마디 한 마디 골똘하게 대답을 이어나갔다. 지난해 MBN ‘설렘주의보’에 이어 ‘최고의 치킨’에 연달아 출연하며 한 발 한 발 연기자로 성장 중인 주우재를 만났다.

10. 모델이 아니라 배우로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는 처음이겠다.

주우재: 그렇다. 인터뷰는 많이 해봤지만 여러 매체와 연속으로 하는 인터뷰는 처음이다. 종영 인터뷰 자체가 힘들다기보다는 그냥 모든 게 처음이라 힘들었다. 하하. (인터뷰를) 먼저 경험해 본 친구들이 쉬운 일이 아닐 거라고 조언할 때 ‘앉아서 얘기하는 게 뭐가 힘들까’라고 생각했던 걸 후회한다. 다른 게 힘든 게 아니라 목소리가 잘 안 나와서 그렇다. 하하.

10. ‘설렘주의보’와 달리 ‘최고의 치킨’은 신예들이 많아 공감대가 있었을 것 같다.

주우재: 맞다. 다들 열정이 넘치니까 현장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기운 북돋우며 ‘초롱초롱’하게 찍었다. 그런데 내가 그 안에서는 나이가 가장 많지 않았나. (내가 맡은)캐릭터도 나이가 많았다. 최대한 먼저 편하게 대해줘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친구들이 나를 잘 받아줘서 고마웠다. 내가 권위적인 걸 정말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친구들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10. ‘최고의 치킨’에서 앤드류 강은 홈리스가 되었다가 다시 사회로 나선다. 연기할 때 꼭 하나 전달하고자 하는 게 있었다면?

주우재: 홈리스인 그가 겉모습은 초라하게 바닥으로 떨어져 있지만 자신만의 당당함을 갖고 사는 모습. 셰프복을 입었을 때에도 까칠한 외면 뒤의 순수함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사실, 나와 앤드류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그가 겉으로 내지르고 상대방을 하대하고 짜증을 내는 성격이라면, 나는 절제하는 편이다. 물론 앤드류도 그 속에 따뜻함은 있지만. 나는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앤드류의 말투를 잘 담아낼 수 있을까 했다. 아마 앤드류는 내가 갖고 있는 모습을 깨고 연기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준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10. 현재 만 서른두 살이다. ‘최고의 치킨’ 제작발표회 당시 자신은 청춘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는데.

주우재: 청춘과 선을 그은 건 아니었다.(웃음) 김소혜, 박선호 등 풋풋한 친구들이 나오는 청춘 드라마인데, 앤드류 강이라는 캐릭터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친구였다. 이 친구와 나라는 인간은 이 이야기에서 조금은 다른 결을 가진, 독립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주우재는 ‘최고의 치킨’에서 홈리스인 앤드류의 단단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사진제공=YG
주우재는 ‘최고의 치킨’에서 홈리스인 앤드류의 단단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사진제공=YG
10. 자신이 생각하는 ‘청춘’은 무엇이길래? 정의해 줄 수 있나?

주우재: 어렵다. ‘식지 않은 상태’. 공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분자활동이 활발한 상태’. 그런데 나도 아직은 내가 청춘이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하하.

10. 홍익대 기계공학과에서 청춘을 보냈던 걸로 안다. 그때의 자신은 어땠나?

주우재: 홍대가 음악, 패션으로 유명하지 않나. 중고교 때부터 음악에 젖어 살다 홍대에 가게 됐지만 막상 대학 다닐 때는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하게 됐다. 공부할 게 많아서였다. 학교 앞의 휘황찬란한 공간을 그렇게 많이 들락거린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공부하고 집에 가고, 공부하고 집에 가고. 그렇다고 놀지 않았다는 건 아니고.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놀았다.

10. ‘최고의 치킨’ 결말에서 앤드류 강은 치킨집을 나와 자신만의 식당을 연다. “그 해 누군가는 둥지를 박차고 나왔다”고 설명하는 내레이션처럼 학교를 박차고 나온 스스로와도 비슷한 점이 있을까?

주우재: 모르겠다.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둥지를 박차고 나온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 공대를 안정적으로 다니다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을 시작하다 갑자기 모델을 하고. 모델을 하다가 갑자기 방송 활동을 했으니. 그런데 내가 도전정신이 특별히 투철해서 이런 저런 걸 하는 사람은 아니다. 기회가 다양하게 열렸다. 라디오를 정말 좋아해서 라디오 출연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했고, 예능 출연도 그렇게 이어졌다. 연기는 이제 해나가는 과정인데,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는 ‘둥지를 박차다’ ‘도전’ 같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수동적인 사람도 아니지만 대놓고 진취적인 사람도 아니다.

10. 2016년 인터뷰 때만 해도 연기 생각은 별로 없다고 말했는데.

주우재: 정말 그때는 생각이 없었다. 왜 생각이 없었는지 말하는 중요한 같다. 연기는 내가 범접할 없는, 선택받은 사람들만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2016년에도 웹드라마에 출연하기는 했다. 연기자로서보단 그저 내 모델 캐릭터를 가지고 한 연기였다.

10. 그러다 진지하게 연기를 하고 싶게 된 계기는?

주우재: 특별한 계기는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그 즈음 방송 활동을 계속 한다는 의미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몇몇 감독님과 함께하게 됐는데 현장에서 너무 큰 에너지를 받게 됐다. 그 시기 이후에 몸 속에서 ‘나도 연기를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자라난 것 같다. 그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2017년 봄부터 친구들과 자체적으로 그룹을 만들어 연기 공부를 하게 됐고. 그러다 점점 더 애정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아카데미에 다녔고, 운 좋게 여러 작품을 만났다.

10. 지난해 봄에는 MBC ‘이리와 안아줘’에서 톱스타 역으로도 잠깐 나왔다.

주우재: 그렇다. 아주 작은 역할이었지만 ‘이리와 안아줘’의 현장도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아마 그 시기를 포함해 내 속에 연기에 대한 무언가가 몸 속에서 자라난 것 같다.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구나’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

주우재는 “‘나도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이 몸 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사진제공=YG
주우재는 “‘나도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이 몸 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사진제공=YG
10. 꾸준히 예능에 나왔다. ‘문제적남자’ ‘연애의 참견’으로 대중에게 자신을 많이 알렸다고 생각하나?

주우재: ‘문제적 남자’는 단발성 출연이라 객식구 같은 느낌이었다. 7, 8회쯤 나왔나. ‘연애의 참견’은 고정적으로 1년 이상 보여줘서 의미가 깊지 않았나 한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잘 보여줄 수도 있었고. ‘연애의 참견’에서 내가 의자를 한 바퀴 돌고, 대본을 찢고 하지 않나.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사연을 읽고) 분노해서 그랬다. 그런 모습을 안 좋게 보실 수도 있는데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10. ‘연애의 참견’은 남성이 많은 다른 예능과 달리 김숙, 곽정은 등 여성 게스트가 주도한다. 이들에게 1년이 넘게 받는 영향은 특별할 것 같은데.

주우재: 우리가 프로그램을 할 때 ‘센언니, 오빠들의 참견’이라고 소개하곤 하지 않나. 그런데 김숙, 곽정은, 최화정, 한혜진 누나들은 사실 ‘센 언니’가 아니다. ‘센 언니’라는 말로 담기에는 여린 모습도 있고, 그걸 떠나 기본적으로 굉장히 나이스하고 따뜻한 분들이다. 그래서 1년 넘게 프로그램이 유지된 게 아닐까 한다. ‘연애의 참견’은 정말 어떤 부담을 갖고 일을 하러 가기보다는 누나들, 그리고 장훈이 형과 솔직하고 꾸밈없이 이야기하러 간다.

10. 강아지 집사로도 유명하다. 보호소에서 데려온 반려견이라고 들었다.

주우재: 강아지 이름은 ‘드로’다. 유기견은 아니었고, 가정에서 책임질 수가 없어서 보호소로 보낸 친구였다. 새끼 때 보호소에서 만났다. 나는 30년 넘게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던 사람이지, 한 번도 키워본 적은 없었다. 워낙 관심이 있다 보니까 쉬는 날마다 반려견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됐고, 보호소에서 드로를 만났는데 바로 데려오지는 못했다. 한번도 반려견을 책임져본 적이 없어 불안했다. 그런데 서너 번 정도 더 방문한 이후 그 친구가 나를 반기는 모습을 봤다. ‘안 되겠다.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하고 함께하게 됐다. 내 인생이 드로를 만난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정도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반려견 ‘드로’를 통해 어마어마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주우재. /사진제공=YG
반려견 ‘드로’를 통해 어마어마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주우재. /사진제공=YG
10.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보호소에서 데려온 이유도 궁금하다.

주우재: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너무 많이 느끼게 해주는 것이 변화다. 우리 가족에게 불어넣는 생기도 어마어마하다. 보호소에서 드로를 데려왔다고 해서 내가 의식이 있고 그런 건 아니다. 나는 그냥 드로에게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10. 양동근이 출연한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주우재: 배우도 좋아하고 ‘네 멋대로 해라’ 라는작품 자체를 좋아한다. 고복수(양동근), 전경(이나영) 등 그 작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을 사랑했다. 바람기 다분한 한동진(이동건)과 전경의 아버지 캐릭터마저도. 한 명 한 명 다 사랑했다. 그 중에서도 양동근 선배님의 고복수는 정말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양동근 선배님 나이가 20대 중후반이었다는 것에 항상 충격을 받고 있다.

10. 해보고 싶은 역할은?

주우재: 다 똑같이 대답하게 된다. ‘나는 시작하는 단계라 캐릭터와 작품에 욕심을 낼 때는 아니다’라고. 그냥 여러 가지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기회가 닿는 한 연기 소양을 쌓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10. 꿈을 꿔볼 수는 있을 텐데.

주우재: 나중에 꾸려고 한다. 섣불리 뭔가를 도모하지 않겠다. (웃음) 그게 뭐든 단계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10. 허황된 말을 꺼내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려는 스타일인 것 같다.

주우재: 인터뷰라 그렇다. 하하. 내 생각이 잘 전달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든다. 인터뷰를 하면서 조금 더 정확하게 나를 표현하려는 게 뭘까 많이 고민하고 있기도 하고.

10. 모델로 시작해 예능, 연기를 하고 있다. 대중들이 어떤 모습을 기대하면 좋을까?

주우재: 먼 미래 말고 정확하게 올해 안으로만 말하겠다. 올해 안에 ‘연기자로 인식이라도 좀 되자’. 나를 먼 훗날에 볼 때는 연기자로도, 인간적으로도 꾸밈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10. 오늘은 뭐할 건가?

주우재: 드로를 보러 집에 간다. 촬영이 다 끝났으니 드로와 많이 놀아주고 싶다. 그의 애교도 보고, 나도 열심히 드로에게 애교를 떨어야지. 참, 그리고 내일은 ‘연애의 참견’ 녹화가 있다. 미리미리 쉬어둬야겠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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