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늙어 버린 현실을 받아들인 스물다섯 혜자의 70대 적응기가 유쾌한 웃음과 짙은 여운을 안겼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에서다.
19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8일 방송된 ‘눈이 부시게’는 전국 기준 3.7%, 수도권 기준 4.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뛰어 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대가로 잃어버린 시간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삶에 다시 적응해가는 혜자(김혜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혜자는 죽을 결심을 하고 준하(남주혁)와 야경을 봤던 옥상에 올랐다. 혜자보다 먼저 떨어진 신발에 맞은 준하는 옥상에 있는 사람이 혜자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떨어져도 안 죽어요. 그러니까 사세요”라고 충고하며 신발을 돌려줬다. 집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늙은 몸은 새벽잠도 없었다. 포장마차를 찾은 혜자는 술만 마시는 준하를 목격하고 울분이 치밀었다. 그는 “네가 뭐가 힘든데. 뭐가”라고 소리치며 준하의 뒤통수를 때렸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혼자 남겨진 준하도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이었다.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혜자는 가출을 감행했다. 가방은 잃어버리고 집에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친절한 택시기사는 혜자를 경찰서로 데려다 줬다. 가출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자 혜자는 경찰들의 질문에 집이 없다고 버텼고, 그때 아버지와의 고소 건으로 경찰서에 온 준하가 혜자를 발견해 사는 동네를 알려줬다. 돌고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 혜자는 뒤엉킨 시간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한 치 앞도 잘 안 보이고, 계단 다섯 개만 걸어도 숨이 차는 70대의 몸이었지만 살아있는 아빠(안내상)를 보며 혜자는 위안을 얻었다. “나한테 소중한 걸 되찾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일이었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해”라고 미소를 지으며 낯설어하는 아빠를 안심시켰다. 친구 이현주(김가은), 윤상은(송상은)에게도 모든 사실을 밝혔다. 어쩔 수 없이 혜자의 얼굴을 보면 존댓말이 절로 나오지만, 예전처럼 현주네 중국집에서 하소연을 들어주는 현주와 상은은 여전히 친구였다. 그렇게 혜자의 일상은 예전 모습 그대로, 조금은 다른 시간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뒤엉켜 갑작스럽게 50여 년을 훌쩍 뛰어넘은 혜자의 70대 적응기는 먹먹한 울림을 남겼다. 건너뛴 시간은 혜자의 가능성과 꿈을 의미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좌절도 쉽게 허락되지 않은 삶, 그 인생을 혜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더 잘할걸”이라는 후회에 빠지지 않고 현재를 눈이 부시게 만들기로 결심한 혜자의 곁에는 어색하지만 묵묵히 지켜봐 주는 아빠, 자신보다 늙어버린 딸의 머리를 염색해주는 엄마(이정은), 변함없이 하찮지만 다정한 오빠 영수(손호준)가 있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방 안에 틀어박힌 혜자를 기다려준 가족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은 뭉클하게 만들었다. 문득 억울하고 울컥하지만, 아빠의 도시락을 싸고 촌철살인 발언으로 진상 손님을 퇴치하는 혜자의 빠른 적응력은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김혜자의 연기는 깊이를 더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스물다섯 영혼의 70대 혜자는 사랑스럽고 애틋하고 절절했다. 스물다섯 혜자를 맡은 한지민의 습관까지 예리하게 살핀 김혜자의 섬세한 열연은 마치 두 사람이 같이 연기하는 듯 완벽했다. 김혜자의 유행어 “그래 이 맛이야”를 살린 애드리브 역시 김혜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웃음으로 극에 재미를 더했다.
달라진 시간을 살게 된 혜자와 준하의 관계도 궁금해진다. 혜자가 방 안에서 나와 현실을 살아갈 때 여전히 준하는 어둠을 홀로 걷고 있었다. 혜자는 자신을 못알아 보는 준하가 섭섭했다. 준하는 희원(김희원)에게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건 처음이었다”며 혜자를 향했던 진심을 털어놨다. 시간이 엇갈려버렸지만 죽으려던 혜자를 살린 건 준하였고, 지친 준하의 머리를 때리며 시원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도 혜자였다. 두 사람의 애틋한 인연이 어떻게 이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19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8일 방송된 ‘눈이 부시게’는 전국 기준 3.7%, 수도권 기준 4.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뛰어 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대가로 잃어버린 시간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삶에 다시 적응해가는 혜자(김혜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혜자는 죽을 결심을 하고 준하(남주혁)와 야경을 봤던 옥상에 올랐다. 혜자보다 먼저 떨어진 신발에 맞은 준하는 옥상에 있는 사람이 혜자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떨어져도 안 죽어요. 그러니까 사세요”라고 충고하며 신발을 돌려줬다. 집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늙은 몸은 새벽잠도 없었다. 포장마차를 찾은 혜자는 술만 마시는 준하를 목격하고 울분이 치밀었다. 그는 “네가 뭐가 힘든데. 뭐가”라고 소리치며 준하의 뒤통수를 때렸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혼자 남겨진 준하도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이었다.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혜자는 가출을 감행했다. 가방은 잃어버리고 집에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친절한 택시기사는 혜자를 경찰서로 데려다 줬다. 가출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자 혜자는 경찰들의 질문에 집이 없다고 버텼고, 그때 아버지와의 고소 건으로 경찰서에 온 준하가 혜자를 발견해 사는 동네를 알려줬다. 돌고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 혜자는 뒤엉킨 시간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한 치 앞도 잘 안 보이고, 계단 다섯 개만 걸어도 숨이 차는 70대의 몸이었지만 살아있는 아빠(안내상)를 보며 혜자는 위안을 얻었다. “나한테 소중한 걸 되찾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일이었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해”라고 미소를 지으며 낯설어하는 아빠를 안심시켰다. 친구 이현주(김가은), 윤상은(송상은)에게도 모든 사실을 밝혔다. 어쩔 수 없이 혜자의 얼굴을 보면 존댓말이 절로 나오지만, 예전처럼 현주네 중국집에서 하소연을 들어주는 현주와 상은은 여전히 친구였다. 그렇게 혜자의 일상은 예전 모습 그대로, 조금은 다른 시간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뒤엉켜 갑작스럽게 50여 년을 훌쩍 뛰어넘은 혜자의 70대 적응기는 먹먹한 울림을 남겼다. 건너뛴 시간은 혜자의 가능성과 꿈을 의미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좌절도 쉽게 허락되지 않은 삶, 그 인생을 혜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더 잘할걸”이라는 후회에 빠지지 않고 현재를 눈이 부시게 만들기로 결심한 혜자의 곁에는 어색하지만 묵묵히 지켜봐 주는 아빠, 자신보다 늙어버린 딸의 머리를 염색해주는 엄마(이정은), 변함없이 하찮지만 다정한 오빠 영수(손호준)가 있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방 안에 틀어박힌 혜자를 기다려준 가족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은 뭉클하게 만들었다. 문득 억울하고 울컥하지만, 아빠의 도시락을 싸고 촌철살인 발언으로 진상 손님을 퇴치하는 혜자의 빠른 적응력은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김혜자의 연기는 깊이를 더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스물다섯 영혼의 70대 혜자는 사랑스럽고 애틋하고 절절했다. 스물다섯 혜자를 맡은 한지민의 습관까지 예리하게 살핀 김혜자의 섬세한 열연은 마치 두 사람이 같이 연기하는 듯 완벽했다. 김혜자의 유행어 “그래 이 맛이야”를 살린 애드리브 역시 김혜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웃음으로 극에 재미를 더했다.
달라진 시간을 살게 된 혜자와 준하의 관계도 궁금해진다. 혜자가 방 안에서 나와 현실을 살아갈 때 여전히 준하는 어둠을 홀로 걷고 있었다. 혜자는 자신을 못알아 보는 준하가 섭섭했다. 준하는 희원(김희원)에게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건 처음이었다”며 혜자를 향했던 진심을 털어놨다. 시간이 엇갈려버렸지만 죽으려던 혜자를 살린 건 준하였고, 지친 준하의 머리를 때리며 시원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도 혜자였다. 두 사람의 애틋한 인연이 어떻게 이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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