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퀴즈:리부트’에서 법의관사무소 촉탁의 한진우를 연기한 배우 류덕환./이승현 기자 lsh87@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퀴즈:리부트’에서 법의관사무소 촉탁의 한진우를 연기한 배우 류덕환./이승현 기자 lsh87@
2010년 OCN 대표 장르물 ‘신의 퀴즈’의 주인공 한진우 역을 맡아 8년여 동안 다섯 시즌을 이끈 배우 류덕환(32). 메디컬 수사극이라는 신선한 장르에서 특색 있는 연기로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군에서 제대한 후 4년 만에 복귀했어도 특유의 연기력은 여전했다. 마냥 까불거리다가도 희귀병 관련 사건 앞에서는 이내 진지해지고 천재성을 발휘하는 한진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담다냈다. 극 중 한진우가 성장한 만큼 류덕환도 좀 더 어른에 가까워졌다. 최근 다섯 번째 시즌인 ‘신의 퀴즈:리부트’를 마친 류덕환을 만났다.

10. 8년 넘게 다섯 시즌을 이끈 만큼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류덕환: 다른 작품을 마칠 땐 늘 그렇듯 ‘무사히 잘 마쳤다’ ‘호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하는데 ‘신의 퀴즈’는 조금 다르다. ‘이번에도 (한진우로)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끝나면 울컥해진다. 오랫동안 함께했고, 시즌1부터 고생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아주고 싶다. 계속 관심을 가져준 시청자를 부둥켜안고 싶은 마음이다.

10. 지난 시즌과 다르게 ‘신의퀴즈:리부트’는 꽉 닫힌 엔딩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끝인가?
류덕환: 매 시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시즌2에선 죽었다. 다음 시즌에서 다시 살아날 줄 몰랐다.(웃음) 이번에도 끝일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겠다.

10. 4년의 공백 끝에 다시 맡았는데 그 과정이 궁금하다.
류덕환: ‘신의퀴즈:리부트’는 처음으로 내가 먼저 제안했다. 군 복무 중 휴가 나왔을 때 감독님, 제작사 사람들과 술을 한 잔 하다가 말이 나왔다. ‘글을 쓸 여력이 되고, 아이디어가 있다면 또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굉장히 반겨 주셨다. 감사하게도 OCN에서 또 한 번 믿어줬다.

10. 자신이 제안했기에 부담감이 더 컸겠다. 어땠나?
류덕환: 부담은 항상 있었지만 이번 시즌이 제일 컸다. ‘이상하면 어떡하지?’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건 아니다. 4년 사이에 많은 드라마가 나왔고,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졌는데 몇 년 전 작품을 지금 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부터 됐다.

10. ‘신의퀴즈’ 고정 팬들과 달리 드라마를 처음 접한 시청자들은 한진우 캐릭터에 적응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생각하나?
류덕환: 그 점에 대해서도 부담감이 있었다. 장난스럽다가 진지하다가 하는데,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싶었다. 잔망스러운 한진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제는 그것만 가지고는 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에 갑자기 어른이 된다기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함께 살아가는 강경희(윤주희), 조영실 소장(박준면)과의 대화를 통해서 ‘진우가 컸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0. 시즌1과 비교했을 때 한진우는 얼마나 성장한 것 같은가?
류덕환: 태권도에 비유하자면 시즌 1 때 한진우는 노란띠였고, 지금은 품띠 정도 된 것 같다. 아직 검은띠는 아니다.

10. 흰띠가 아니고 왜 노란띠인가?
류덕환: 그래도 천재 아닌가.(웃음) 노란띠는 약간 레벨이 올라서 발차기나 격파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잘 안 된다. 시즌 1 때 한진우가 그랬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서 많이 달라졌다. 사건이 일어나면 원초적인 것을 바라보고, 사회가 왜 이런 상황이 됐나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배우 류덕환이 ‘신의퀴즈:리부트’ 제작은 처음으로 내가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류덕환이 ‘신의퀴즈:리부트’ 제작은 처음으로 내가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이승현 기자 lsh87@
10. 처음 한진우를 연기했을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나?
류덕환: 그때는 20대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위주로 했다. 상대방이 알아서 받아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내가 돋보일 수 있는 연기를 했다. 제대 후에 출연한 ‘미스 함무라비’부터 ‘신의퀴즈:리부트’까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미스 함무라비’에서 김명수나 이엘리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린 친구들이지만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신의퀴즈:리부트’에서도 보라의 얘기가 궁금했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윤주희 누나도 궁금했다. 나 스스로 준비를 하기 전에 상대방의 얘기를 먼저 들으려고 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10. 제대 후 바로 참여한 영화 ‘국가 부도의 날’ 이후에 드라마 3편에 연달아 출연하게 됐다. 드라마를 고집하는 건가?
류덕환: 사실 군 생활을 하면서 다짐한 게 있다. 20대 때는 내 고집만 부려가면서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했다. 누군가를 위해 연기한 적이 없었다. 군에서 새벽에 근무를 서는데 후임이 머뭇머뭇하더니 용기 내서 한 마디를 하더라. TV에서 보면 반가울 것 같다는 거였다.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 친구들은 반갑겠구나 싶었다. 영화나 연극은 관객들이 자기 시간을 할애해서 보겠지만, 드라마는 틀어놓다 보면 지나가다 볼 수도 있다. 그렇게라도 나를 보면 반갑겠다고 생각했다. ‘미스 함무라비’ ‘신의퀴즈:리부트’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까지 연달아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게 맞는 걸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하는 걸 포기하고 남들을 위해 작품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10. 군대에 다녀온 이후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류덕환: 사실 군대에서 연기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제때 재워주니 잠을 원 없이 잤다. 하하. 어릴 때 데뷔해서 신하균, 정재영, 박해일 등 좋은 형들을 만나고, 그들이 하는 고민을 함께 나누다 보니 생각이 많았다. 오래전부터 ‘어떻게 하면 잘 살까?”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온전히 나와 내 가족과 관련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연예인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진짜 나를 찾아갔다.

10. 전역하자마자 쉬지 않고 ‘열일’했다. 갈증이 심했나?
류덕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 만한 작품을 만나서다. 나 혼자만의 생각을 포기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했다. 어머니나 친구들이 재미있겠다고 얘기한 걸 단순하게 생각하고 출연하기로 했다. 전역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이런 생각이 적어도 2년은 가야 하지 않나 싶다.(웃음)

10. ‘미스 함무라비’에서 판사, ‘신의퀴즈:리부트’에서는 의사를 연기했고,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는 변호사를 연기한다. 일부러 ‘사’자 들어가는 인물만 선택하는 것인가?
류덕환: 어렸을 때 어렵게 자랐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한다. 하하. 농담이다. 사실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는 워낙 출중한 분들이 많아서 자신이 없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인 이야기가 가미된 작품을 위주로 보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작품만 들어오더라. 직업을 보고 선택하진 않았다.

10. 그러고 보니 로맨스 연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남자 배우들과의 호흡이 더 편해서인가?
류덕환: 아니다. 여배우랑 연기 할 때가 짱이다. 더 좋다.(웃음) 가끔 연출도 하고 있는데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주인공이 엄마이거나 보통 여자인 경우가 많다. 전역한 이후 처음 쓴 단편도 엄마 이야기다. 감정 자체가 그런 쪽으로 가더라.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의 감정이 궁금했다. 사실 여배우들과 연기할 때 그들의 생각을 가늠하기 힘들 때가 있다. 어떨 땐 편하게 다가오면서도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지?’ ‘왜 이런 행동을 할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 배우들을 멀리하고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절대 아니다.(웃음)

배우 류덕환이 군 제대 후 ‘열일’하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 만한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류덕환이 군 제대 후 ‘열일’하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 만한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승현 기자 lsh87@
10. ‘신의퀴즈:리부트’에서도 윤주희와의 본격 로맨스는 그려지지 않았다. 아쉽지 않나?
류덕환: 만약에 내가 글을 쓴다고 해도 ‘신의퀴즈’는 어렵다. 시청자가 로맨스를 원할 수도 있지만 모호하다. 어린 아이가 죽는 등 심각한 사건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남녀 주인공이 서로 사랑하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드라마의 흐름에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조금씩 로맨스를 그려 냈는데 팬들은 성에 차지 않았나보다. 나 역시 로맨스가 있으면 좋겠다. 시청자가 좋은가요, 내가 더 좋지. 하하.

10. 그 어떤 드라마보다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대사는 어떻게 외웠나?
류덕환: 솔직히 말하자면 대본에 적힌 그대로 한 적이 없다. 형용사와 동사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울 수가 없다.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일단 단어를 외우고, 흐름을 이해하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했다. 다행히도 작가님들이 이해해 주셔서 가능했다. 내가 천재가 아니어서 한진우의 천재성을 따라갈 순 없었다.

10. ‘신의퀴즈:리부트’에서는 기존의 윤주희, 박준면 외에 김재원, 김준한, 윤보라, 김기두, 유정래, 박효주 등 새로운 멤버들과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류덕환: 다른 배우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윤주희, 박준면 누나는 진짜 가족이다. 두 사람과의 연기는 눈빛부터 호흡까지 다른 배우들과는 다르다. 오랜 시간 맞춰온 건 무시할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하다. 새 멤버들 중 누구 하나 모난 사람이 없다. 모두가 너무나 인간적이다. 특히 김기두 형을 새롭게 얻었다. 너무 좋은 형이다. 친구 같을 때도 있다.(웃음) 굉장히 멋있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어떨 땐 스님보다 인자해 보인다.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다. 김재원 형님과는 짧게 만나서 아쉽다.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김재원의 이미지가 있다 보니, 종반부 현상필(김재원)이 가진 사연이 더 슬프게 다가왔던 것도 있었다.

10. 다섯 살에 데뷔했으니 27년차다. 나이도 서른을 넘었으니 후배가 많아졌겠다. 자신의 위치가 변하면서 달라진 것이 있나?
류덕환: 꼭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그저 자연스럽다. ‘내가 선배다’ 라는 생각을 별로 해 본 적이 없다. 다 좋은 동료인 것 같다. 사실 요즘 친구들은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성향이어서 어떨 땐 신기하고 먼저 다가가기 쉽다. 굳이 내가 뭘 알려주고, 이야기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전에는 누군가 나에게 고민 상담을 하면 멋진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았는데, 요즘 친구들은 잘 들어주고 맞장구만 쳐 줘도 알아서 잘 하더라. 후배들을 만났을 때 연기로 내가 겪은 얘기들을 해주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고 웃기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현장에서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합시다’ 안 한다. 듣는 게 먼저다. 요즘 그게 재미있다. 다만 내가 누군가의 아역이었는데 내 아역이 생기는 게 신기하다. 하하.

10. 시즌5까지 함께해 준 ‘신의퀴즈’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류덕환: 다른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이 대박 난 작품은 아니다. ‘특색있네’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계속 제작된 건 팬들의 환호와 열정 때문이다. 정말 감사하다. 한 집단이 한마음으로 이야기하고, 함께 웃고 울고 했다. 고정 팬들이 있다는 건 내 연기 인생에서 가장 큰 자랑거리다. 무한한 영광이고 큰 행복이다.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팬들에게 조금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 지난 시간 동안 박수를 쳐준 사람들이 원동력이다. 그들이 ‘신의퀴즈’를 만들어 주셨다.

10. 그럼 ‘신의퀴즈’ 시즌6을 기대해도 되나?
류덕환: 시즌이 끝날 때마다 ‘다신 안 해’라면서 지금까지 왔다. 작품이 싫어서가 아니다. 대사부터 모든 것이 너무 힘들다. 천재가 아닌 사람이 천재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엄살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 때가 있다. 오늘 당장 대답을 원한다면···.뒷 이야기는 아직 생각 안 해봤다. 하하.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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