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하정우의 이름 앞에 1000만 관객 배우라는 수식어는 낯설지 않다. 1일 개봉하는 ‘신과함께-인과 연’의 흥행 역시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자신만만할 법도 하다. 하지만 하정우는 “보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겸손해 했다. 1편과 2편을 동시에 촬영한 이번 영화의 제작 방식도 그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각 장면마다 캐릭터의 감정 그래프를 그리며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을 꼼꼼히 확인했다. ‘연기의 신(神)’으로 불리는 그는 그림도 그리고 연출도 한다. 그렇지만 “배우로서 나를 움직일 작품이 우선”이란다. ‘신과함께-인과 연’ 개봉을 앞두고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10. 전편이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흥행 걱정은 없을 것 같은데.
흥행이 보장된 건 아니다. 예전에는 재미없으면 천천히 관객 수가 줄고 영화가 아름답게 퇴장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SNS 때문인지 관객들끼리 소통이 엄청나게 빠르고 커뮤니티, 블로그, 언론 매체도 엄청나게 많이 생겼다. 1편과 2편의 색깔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10. 1편과 2편은 각각 어떤 특징이 있나?
1편은 캐릭터가 두드러져 보이기보다 드라마가 중심이 됐다. 2편에선 캐릭터와 드라마가 적절히 앙상블을 이뤄낸다. 두 가지가 조화롭게 구성됐다. 1000년 전 삼차사들의 이야기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캐릭터와 이야기가 모두 1편보다 풍부하게 느껴질 것이다.
10. 1편 발단과 2편 절정 부분을 함께 촬영했는데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온 것 같나?
만족하다기보다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4시간 40분짜리 영화를 한 번에 찍는 것이니 사전 계획이 철저했다. 나 또한 재판의 순서에 따라서 이 인물이 겪어나가고 표현해야 하는 목표치들을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감정 그래프를 그렸다.
10. ‘신과함께’에 등장하는 지옥 등 배경 장면 대부분이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됐다. 실제 촬영은 블루스크린 앞에서 했을 텐데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촬영하기 어렵지 않았나?
너무 쑥스러웠다. 심지어 연기가 늘었다.(웃음) 공룡이 나오는 장면은 실제로 세트도 없고 조명만 있는 허허벌판이었다. 스태프들만 100여 명이 지켜보고 있었다. 거기서 내가 하는 대사도 별말 아니다. 더 가관인 건 혼자 원을 그리고 허공에 대고 360도 돌면서 칼을 휘두른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음악과 분위기가 같이 어우러졌지만 그걸 찍을 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고비를 넘겼다.
10. ‘신과함께’가 블루스크린 연기나 프랜차이즈 영화의 탄생 등 한국 영화사에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배우로서, 연출가로서 이 영화의 의미를 짚는다면?
좋은 측면도 나쁜 측면도 있다. 나쁜 측면이라고 하면 너무 산업화되고 덩치가 커져서 스튜디오 중심의 작품만 만든다는 것이다. 점점 할리우드 스튜디오 스타일의 영화 제작에 치우쳐진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가주의 감독들의 작품도 점점 만나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 영화계에 장르의 다양화를 제시했다. 단순히 국내에서 끝나지 않고 (국내 CG 기술이 적용된 영화로) 해외까지 도전할 기회가 열렸다. 그래도 1편이 이렇게 범아시아적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10. 아시아 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한국 영화인들이 영화를 정말 잘 만들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우리나라 영상 콘텐츠들이 올라가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고 벤치마킹한다고 하더라. 얼마 전에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한 편의 작품처럼 수준이 높았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이 영화가 다룬 세계관을 꼽겠다. 우리나라 문화를 넘어 아시아인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관심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통했다고 생각한다.
10. 이 같은 인기를 고려하면 ‘신과함께’ 3, 4편 제작도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원작 웹툰에서는 3, 4편의 이야기가 없으니 이제부터는 작가의 상상력에 맡겨야 하지 않겠나. 그만큼 자유롭게 상상하고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 제작은 감독과 제작사의 의지겠지만 나에게 출연 의사를 물어본다면 안 할 이유는 없다.
10. 만약 3, 4편이 만들어지고 5편 제작이 결정돼 연출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하겠나?
저보다 잘할 수 있는 감독이 있지 않겠나.(웃음) 호기심만으로 하기엔 영화 작업은 너무 힘들다. 저는 SF 판타지물보다는 다른 걸 하겠다. 최근에 ‘쓰리 빌보드’를 봤다. 코엔 형제의 작품도 좋아한다. 언젠가는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10. 연기는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는데 연출만큼은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준비 중인 연출작이 있나?
영화는 작가주의 영화든 상업 영화는 감독의 생김새대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롤러코스터’는 나를 닮은 작품이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허삼관’을 소화해내기에는 내가 많이 부족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지난해 12월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작가가 작업을 하고 있고 이번 주에 초고가 나온다. 케이퍼 무비를 내세운 코미디 영화인데 언론사 기자들의 이야기다. 구체적인 제작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배우로서 나를 움직일 만한 작품을 만나면 그것부터 우선적으로 할 것이다.
10. 개인전도 열고 있는데 이런 활동들이 연기에 영감을 주기도 하나?
서로 도움을 준다. 나는 주로 인물화를 많이 그린다. 배우로서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늘 많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도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물화 위주로 그리게 된다. 영화배우로서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지 못한 것을 관객들과 그림을 통해서 소통하고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나를 좀 읽어주세요’라는 마음도 있다.
10. 드라마 출연 생각은 없나?
좋은 제안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두세 작품을 미리 결정해놓고 제작진들과 천천히 얘기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미리 스케줄이 정해져 있으니 갑자기 제안이 오면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어도 출연하기 쉽지 않다. 좋은 작품이라면 드라마도 출연 의향이 있다.
10. 작품 선택 기준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를 먼저 본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도 중요하다. 시나리오가 아무리 좋아도 담아내는 사람의 그릇이 작다면 그건 무용지물이다.
10. ‘테이크 포인트’ 개봉도 앞두고 있다. 또 준비 중인 영화가 있나?
영화 3개를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는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장르의 ‘클로젯’이고 9월 크랭크인을 한다. 두 번째는 ‘백두산’이라는 영화다.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으러 가는 재난영화다. 마지막은 강제규 감독님의 ‘보스턴 1947’이다.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생님이 금메달을 딴 후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이야기다. 강제규 감독님과는 오래 전부터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만나게 돼 기대가 크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10. 전편이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흥행 걱정은 없을 것 같은데.
흥행이 보장된 건 아니다. 예전에는 재미없으면 천천히 관객 수가 줄고 영화가 아름답게 퇴장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SNS 때문인지 관객들끼리 소통이 엄청나게 빠르고 커뮤니티, 블로그, 언론 매체도 엄청나게 많이 생겼다. 1편과 2편의 색깔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10. 1편과 2편은 각각 어떤 특징이 있나?
1편은 캐릭터가 두드러져 보이기보다 드라마가 중심이 됐다. 2편에선 캐릭터와 드라마가 적절히 앙상블을 이뤄낸다. 두 가지가 조화롭게 구성됐다. 1000년 전 삼차사들의 이야기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캐릭터와 이야기가 모두 1편보다 풍부하게 느껴질 것이다.
10. 1편 발단과 2편 절정 부분을 함께 촬영했는데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온 것 같나?
만족하다기보다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4시간 40분짜리 영화를 한 번에 찍는 것이니 사전 계획이 철저했다. 나 또한 재판의 순서에 따라서 이 인물이 겪어나가고 표현해야 하는 목표치들을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감정 그래프를 그렸다.
너무 쑥스러웠다. 심지어 연기가 늘었다.(웃음) 공룡이 나오는 장면은 실제로 세트도 없고 조명만 있는 허허벌판이었다. 스태프들만 100여 명이 지켜보고 있었다. 거기서 내가 하는 대사도 별말 아니다. 더 가관인 건 혼자 원을 그리고 허공에 대고 360도 돌면서 칼을 휘두른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음악과 분위기가 같이 어우러졌지만 그걸 찍을 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고비를 넘겼다.
10. ‘신과함께’가 블루스크린 연기나 프랜차이즈 영화의 탄생 등 한국 영화사에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배우로서, 연출가로서 이 영화의 의미를 짚는다면?
좋은 측면도 나쁜 측면도 있다. 나쁜 측면이라고 하면 너무 산업화되고 덩치가 커져서 스튜디오 중심의 작품만 만든다는 것이다. 점점 할리우드 스튜디오 스타일의 영화 제작에 치우쳐진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가주의 감독들의 작품도 점점 만나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 영화계에 장르의 다양화를 제시했다. 단순히 국내에서 끝나지 않고 (국내 CG 기술이 적용된 영화로) 해외까지 도전할 기회가 열렸다. 그래도 1편이 이렇게 범아시아적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10. 아시아 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한국 영화인들이 영화를 정말 잘 만들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우리나라 영상 콘텐츠들이 올라가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고 벤치마킹한다고 하더라. 얼마 전에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한 편의 작품처럼 수준이 높았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이 영화가 다룬 세계관을 꼽겠다. 우리나라 문화를 넘어 아시아인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관심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통했다고 생각한다.
원작 웹툰에서는 3, 4편의 이야기가 없으니 이제부터는 작가의 상상력에 맡겨야 하지 않겠나. 그만큼 자유롭게 상상하고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 제작은 감독과 제작사의 의지겠지만 나에게 출연 의사를 물어본다면 안 할 이유는 없다.
10. 만약 3, 4편이 만들어지고 5편 제작이 결정돼 연출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하겠나?
저보다 잘할 수 있는 감독이 있지 않겠나.(웃음) 호기심만으로 하기엔 영화 작업은 너무 힘들다. 저는 SF 판타지물보다는 다른 걸 하겠다. 최근에 ‘쓰리 빌보드’를 봤다. 코엔 형제의 작품도 좋아한다. 언젠가는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10. 연기는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는데 연출만큼은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준비 중인 연출작이 있나?
영화는 작가주의 영화든 상업 영화는 감독의 생김새대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롤러코스터’는 나를 닮은 작품이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허삼관’을 소화해내기에는 내가 많이 부족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지난해 12월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작가가 작업을 하고 있고 이번 주에 초고가 나온다. 케이퍼 무비를 내세운 코미디 영화인데 언론사 기자들의 이야기다. 구체적인 제작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배우로서 나를 움직일 만한 작품을 만나면 그것부터 우선적으로 할 것이다.
10. 개인전도 열고 있는데 이런 활동들이 연기에 영감을 주기도 하나?
서로 도움을 준다. 나는 주로 인물화를 많이 그린다. 배우로서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늘 많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도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물화 위주로 그리게 된다. 영화배우로서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지 못한 것을 관객들과 그림을 통해서 소통하고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나를 좀 읽어주세요’라는 마음도 있다.
좋은 제안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두세 작품을 미리 결정해놓고 제작진들과 천천히 얘기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미리 스케줄이 정해져 있으니 갑자기 제안이 오면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어도 출연하기 쉽지 않다. 좋은 작품이라면 드라마도 출연 의향이 있다.
10. 작품 선택 기준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를 먼저 본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도 중요하다. 시나리오가 아무리 좋아도 담아내는 사람의 그릇이 작다면 그건 무용지물이다.
10. ‘테이크 포인트’ 개봉도 앞두고 있다. 또 준비 중인 영화가 있나?
영화 3개를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는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장르의 ‘클로젯’이고 9월 크랭크인을 한다. 두 번째는 ‘백두산’이라는 영화다.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으러 가는 재난영화다. 마지막은 강제규 감독님의 ‘보스턴 1947’이다.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생님이 금메달을 딴 후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이야기다. 강제규 감독님과는 오래 전부터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만나게 돼 기대가 크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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