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마더’는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학대 아동 혜나(허율)와 그를 유괴한 초등학교 교사 수진(이보영)이 모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이와 함께 여러 유형의 엄마, 그리고 딸들의 관계를 보여주며 엄마의 자격, 모성의 본질을 고찰했다.
◆ 아이처럼, 엄마도 태어나는 것
반면 수진의 생모 홍희(남기애)는 여섯 살 수진을 보육원에 보냈다. 이 기억은 수진에게 오랜 시간 상처로 남았다. 혜나의 생모 자영(고성희)은 딸보다 애인 설악(손석구)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다. 혜나에 대한 설악의 폭력을 묵인하고 자신 역시 폭력을 가했다. 이들의 캐릭터는 모성의 생물학적 필연성을 부정하고 ‘당연한 모성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15일 방송한 ‘마더’ 최종회의 대사를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수진은 법적 절차를 밟아 혜나를 자신의 딸로 입양하고자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그냥 다른 엄마들하고 똑같다. 엄마가 아이를 낳는 것처럼, 그런 일이 제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저는 혜나를 위해서 목숨을 버릴 수 있고 우리가 연결된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엄마도 태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신의 또 다른 수양딸인 이진(전혜진)은 “엄마는 나를 낳은 게 아니고 선택한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게 엄마에게는 친딸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 말이 생물학적 친딸보다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진과 혜나는 결국 진짜 모녀가 됐다. 수진과 자매들의 노력으로 입양이 받아들여진 것. 홍희는 수진, 혜나와 함께 살면서 떨어져 지내야 했던 과거의 아픔을 조금씩 씻어나갔고, 이진(전혜진)은 보육원을 운영하며 성숙해졌다. 현진(고보결)도 프리랜서 기자로 꿈을 이루고 생부 재범(이정렬)의 자랑스러운 딸이 됐다.
◆ 이보영·이혜영부터 아역 허율까지
고성희는 이기적인 엄마 자영을 실감 나게 그렸다. 이진과 현진 자매를 각각 맡은 전혜진과 고보결의 존재감도 남달랐다. 무엇보다 아역배우 허율의 활약이 눈부셨다. 허율은 극의 중심이 되는 혜나 역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감정 표현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영신의 매니저 재범 역의 이정렬, 아동 학대범 설악 역의 손석구, 형사 창근 역의 조한철, 수진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한 은철 역의 김영재와 진홍 역의 이재윤 등도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을 빈틈없이 채웠다.
여기에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는 것 같았던 정서경 작가 특유의 명품 대사, 영화 못지않은 영상미를 자랑한 김철규, 윤현기 PD의 연출력, 일본 원작을 국내 정서에 맞춰 각색한 것들이 어우러져 웰메이드 드라마를 완성했다. ‘마더’는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오는 4월 열리는 ‘제1회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스크린에 오르게 됐다. ‘마더’의 의미 있는 메시지와 깊은 여운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사로잡을 전망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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