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화면 캡처
강두는 살았다. 간 이식 외엔 방법이 없어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었지만, 그에게도 기적이 일어났다. 누군가의 희생이기도 한 기적으로 새 삶을 얻은 강두는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지난 30일 마침표를 찍은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극본 유보라, 연출 김진원, 이하 그사이)의 결말이다.

지난해 12월 11일 첫 방송을 시작한 ‘그사이’는 건물 붕괴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강두(이준호)와 문수(원진아)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소중한 누군가를 잃고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놓치지 않고 조명했다. 다만 무겁지 않게 비추며 적정 온기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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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 말아야 할 그날

‘그사이’가 첫 회부터 마지막까지 강조한 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고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루는 작품이어서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드라마를 집필한 유보라 작가는 매회 주인공의 입을 통해 ‘외면하고 싶어도 절대 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 붕괴사고로 어린 동생을 잃은 문수는 아픈 기억이지만 건축사의 꿈을 키웠다. 같은 사고가 다시는 없길 바라면서다. 강두도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가장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겨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큰 울림을 선사했다.

건물 붕괴 사고 당시의 악몽을 꾸며 시달리는 문수와 사고로 다리를 다친 강두를 시작으로, 딸을 잃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윤옥(윤유선)과 동철(안내상) 등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을 통해 하나의 사고가 누군가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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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호·원진아의 발견

무엇보다 ‘그사이’가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은 건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나문희, 윤유선, 안내상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고, 이준호, 원진아, 이기우, 강한나 등이 작품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KBS2 드라마 ‘김과장’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2PM 이준호는 ‘그사이’로 연기자로서도 입지를 굳혔다. 극 초반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반항아 기질을 드러냈고, 회를 거듭하면서는 불편한 몸과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얼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마지막 회에서는 간 이식을 포기하고 입을 틀어막은 채 눈물을 흘려 모두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그사이’가 데뷔 후 첫 드라마인 원진아도 ‘처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신이 맡은 역할을 능숙하게 해냈다. 시청자들은 그를 향한 호평을 쏟아냈다. 배우 수애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차분한 얼굴과 강한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고 있는 점이 닮았다는 것. 딸을 잃고 알코올의존증인 엄마의 손을 잡고 씩씩한 표정을 짓다가도, 버티기 힘든 순간에는 금세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보는 이들마저 먹먹하게 했다.

‘그사이’는 붕괴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준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하지만 외면하지 말아야 할 그날의 사건을 조심스럽게 다뤘다.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잊으면 안 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소중한 오늘을 보내는 강두와 문수의 웃음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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