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24일 ‘마더’가 처음 방송됐다. ‘마더’는 초등학교 1학년생 여자 아이 혜나(허율)의 실종 한달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원도 한 대학 조류학 연구실의 연구원 수진(이보영)은 학과 통폐합으로 연구실이 폐쇄되자 인근 초등학교에서 과학 전담 교사로 일하게 됐다. 그러나 학교 사정상 3주간 임시 담임 교사를 하게 됐고, 자신이 맡은 반에서 혜나를 만났다.
‘마더’는 아동 학대를 받고 있는 혜나의 상황과 속마음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닌 다양한 장면으로 은유해서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로써 자신을 쓰레기통에 넣은 친모에 대한 아이의 복잡한 마음과 시시각각 목숨을 위협당하는 무서움, 그럼에도 남들 앞에서 밝게 웃으며 거짓말을 해야 하는 8살 여자 아이의 복잡한 상처를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경악할 만한 상황들은 보는 이의 가슴도 저미게 했다.
학교에서 외톨이인 혜나는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수진의 앞에 우연히 나타났다. 혜나는 수진에게 “좋아하는 걸 써 놓은 노트가 있어요. 좋아하는 걸 노트에 이렇게 써 놓으면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어요”라며 “구부러진 비탈길, 커다란 바퀴 달린 가방, 풍선이 점점 커질 때, 카페라떼 등이에요”라고 말했다.
혜나는 집에 혼자 있으며 친모 자영(고성희)의 애인 설악(손석구)에게 학대를 당할 때 이 단어와 연상된 장면들을 떠올리며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잊고자 했다. 그러나 설악이 혜나의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향수를 뿌린 채 혜나의 몸에 짐승처럼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는 것을 자영이 봐 버렸고, 자영은 더럽다며 혜나를 쓰레기 봉지에 넣어 묶어 버렸다.
쓰레기 봉투에 겨우 숨 쉴 구멍만 뚫은 채 있는 혜나를 수진이 우연히 발견하게 됐고, 수진은 충격을 받고 혜나를 집으로 데려갔다. 수진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혜나의 몸 곳곳에 난 상처를 사진으로 찍으며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글썽거렸다. 정신이 깨어난 혜나는 수진에게 철새를 보러가고 싶다고 말했고, 설악이 예전에 다섯살 난 아이를 시끄럽다는 이유로 4층에서 던져서 죽인 일을 털어놓았다.
혜나는 바닷가 위 철새 무리 가까이 뛰어가 울면서 속으로 ‘얘들아 어디 가니. 나도 데려가줄래? 나도 데려가줘. 멀리 멀리 하늘나라에’라고 생각했다. 수진은 혜나를 끌어안고 “잘 들어. 내가 널 데리고 갈거야. 아무도 모르게 몇 천 Km 떨어진 곳으로”라고 말했다.
혜나는 울며 “왜 아이는 엄마 없이는 살 수 없어요?”라고 수진에게 물었다. 수진은 혜나에게 “이젠 네가 버리는 거야, 엄마를. 할 수 있겠니”라고 물으며 다시 한 번 혜나를 끌어안았다.
이에 ‘마더’ 2회부터는 아이슬란드 조류학 센터로 떠나는 것을 포기하고 혜나를 학대의 구렁텅이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노력하는 수진과 혜나의 분투가 그려질 예정이다.
아동학대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다층적으로 접근하고자 한 ‘마더’가 보는 이의 마음 속에 울림을 준 데는 더 성숙해진 이보영의 연기력과 아역 배우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탄탄한 허율의 연기력도 큰 공을 세웠다. 이보영과 허율의 연기에 내공이 느껴지는 조연들의 연기가 만들어갈 ‘마더’가 기대된다.
‘마더’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30분 tvN에서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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