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장기용 / 사진제공= YG
배우 장기용 / 사진제공= YG
제복이 잘 어울리는 다부진 체격에 사연이 있을 법한 앙 다문 입술, 차가워 보이는 눈빛을 갖고 있지만 길고양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착한 심성이다.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KBS2 ‘고백부부’의 정남길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정남길을 연기한 장기용은 전작들보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캐릭터를 만나 제 옷인 양 맞춤 연기를 보여줬다.

실제로 만난 장기용은 정남길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를 자랑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수수한 모습이었다. 주어진 질문에 곰곰이 고민 후 입을 열었고 촬영 현장을 떠올리면서는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으며 히죽히죽 웃었다. 연기 칭찬엔 손사래를 쳤다. 아주 조금씩 더 나아지겠다고 다짐하는 눈빛이 반짝였다.

10.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장기용이 재발견됐다는 반응이다. 인기를 실감하나?
신기하다. 길을 가다가 한 할머니가 날 알아봐줬다. 식당에선 40~50대 아저씨들도 알아봐주고 인사를 해줬다. 신기한 마음이 가장 큰데,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10. 금수저 캐릭터지만 불우한 가정사도 있었다. 정남길 역이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엔 기대되고 설?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생각한 대로 연기가 나오지 않아 자신감이 결여됐다. (장)나라 누나와도 섞이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촬영 초반에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과 나라 누나가 ‘배우들 중 네가 제일 생각이 많다. 우리 믿고 가자’고 말해줬다. 그 말이 힘이 됐다. 촬영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경직됐던 몸이 많이 풀렸다.

10. 드라마 속 인물들이 삼삼오오 모여 케미를 발산했다. 반면 정남길은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다. 촬영장에서 외롭진 않았나?
다들 화기애애한데 나는 보통 혼자 있었다. 외로웠다.(웃음) 그래도 남길이의 성향 자체가 그런 애다. 겉보기엔 멋있지만 속에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내 외로움보단 남길이의 다양한 사연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

10. 11살 연상의 장나라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누가 봐도 내가 더 나이가 있어보였다.(웃음) 그래서 나이 차이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만 나보다 훨씬 선배인 누나와 어떻게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누나가 편안하게 대해주고 연기도 잘 맞춰줬다. 점점 편해지다 보니 누나를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정말 후배 같은 애정이 생겼다. 나라 누나가 없었으면 남길이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정말 많이 도와줬다.

10. ‘고백부부는 뜨겁게 사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식어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느낀 바가 있다면?
부부 사이뿐 아니라 친구든 연인이든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반도(손호준) 아버지가 ‘말을 해야 알지. 말을 안 하면 어떻게 아냐’고 하는 대사에 정말 공감됐다. 말을 해야 안다. 말을 해달라.(웃음)

배우 장기용 / 사진제공= YG
배우 장기용 / 사진제공= YG
10.모델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있었다. ‘고백부부를 통해서 연기력을 입증했다는 반응이다.
내 이름에 ‘연기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과찬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 부족한 부분이 많이 발견됐기 때문에 많이 민망했다. 그래도 ‘고백부부’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러움을 위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고민들 덕분에 전작들보단 ‘아주 조금(이 부분을 크게 강조했다)’ 편안해진 느낌이 나서 다행이다.

10.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는?
짝사랑하는 남길이를 연기해봤으니 다음엔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남길이를 발판 삼아 조금 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10. 마냥 행복할까? 차기작을 잘 골라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아직 ‘차기작이 기대되는 배우’가 아니다.(웃음) 물론 ‘고백부부’의 남길이처럼 나와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나서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고민되는 부분이긴 하다.

10. 배우로서 그리는 큰 그림이 있다면?
히스레저를 좋아한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로 나오는 모습을 통해 알게 된 배우인데 너무 무섭게 연기를 잘한다. 전작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엉뚱하고 귀여운 소년의 이미지도 있었다. 다양한 표정과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목소리 등을 보면서 감동했다. 나 역시 매 작품마다 ‘얘가 걔라고?’라는 말을 듣고 싶다.

배우 장기용 / 사진제공= YG
배우 장기용 / 사진제공= YG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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