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비밀의숲’ / 사진제공= tvN
‘비밀의숲’ / 사진제공= tvN
드라마를 보면 제목이 금방 이해가 간다. 마치 비밀이 가득한, 도저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외딴 숲에 놓인 듯하다. 길이 나올 것 같으면 제자리고, 우거진 나무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 비밀의 숲에 출구가 있긴 한 걸까?

지난 10일 첫 방송된 tvN ‘비밀의 숲’(극본 이수연, 연출 안길호)이 연일 화제다. 1회 시청률 3.0%(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지난 18일 방송된 4회에서 4.2%까지 상승했다. 최고 시청률은 5%를 기록했다.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사건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추리력’을 자극한다. 마치 ‘셜록’이라도 되는 마냥 극 속 인물들의 작은 말과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구멍 없는’ 연기력의 배우들은 탄탄한 극본에 힘을 더한다. 무엇보다 조승우의 힘이 크다.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분량을 소화하고 있는 조승우의 연기는 몰입도를 높인다.

‘비밀의 숲’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조승우)이 정의롭고 따뜻한 열혈 형사 한여진(배두나)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내부 비밀 추적극이다.

검사들에게 돈, 여자 등을 대주던 검찰 스폰서 박무성(엄효섭)이 죽었다. 그리고 용의자로 케이블 수리기사 강진섭(윤경호)이 지목됐다. 그는 자신이 집에 들어갔을 때 이미 박무성이 죽어있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박무성 집 앞에 세워진 차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창가에 박무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찍혔고, 강진섭의 증언은 거짓이 됐다. 징역 22년을 선고 받은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했다.

‘비밀의 숲’ 조승우 / 사진=tvN 제공
‘비밀의 숲’ 조승우 / 사진=tvN 제공
황시목은 사건의 중심에 서부지검 차장검사 이창준(유재명)과 그의 오른팔인 서동재(이준혁)가 연루됐다고 생각하고 한여진과 함께 수사에 나선다. 그러나 신입 검사 영은수(신혜선)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며 극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영은수의 아버지 영일재(이호재)는 전직 법무부장관이었다가 이창준에 의해 비리 누명을 쓰고 물러났다.

또한 서동재는 이창준이 자신을 팽하려는 걸 알고 이창준에게 성접대를 했던 민아(박유나)를 찾아 나섰다. 황시목 역시 그의 뒤를 쫓지만 4회 방송 말미 민아는 박무성의 집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예상을 뒤엎는 전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건을 파헤치는 황시목과 한여진이 우거진 숲을 헤쳐 나갈수록 더욱더 알 수 없는 미로가 나온다. 두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새로운 사건, 단서, 용의자가 드러난다. ‘비밀의 숲’은 시청자들이 황시목과 한여진의 시선으로 극을 따라가게 한다.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이수연 작가는 ‘비밀의 숲’이 입봉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단단한 토대를 만들었다. 안길호 PD는 “실제로 작가가 검사출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료 조사를 많이 한 대본”이라며 “한 사람의 살인사건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사건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란 걸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더욱 촘촘한 이야기와 더욱 큰 메시지를 통해 통쾌함을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감정이 없는 황시목 역의 조승우는 ‘역시 조승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탁월하다. 과거 뇌수술을 받고 감정을 잃어버린 황시목은 남들이 자신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해도 무표정이다. 무미건조하고 냉정하다. 여타 사건을 파헤치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열정과 집념으로 중무장한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감정을 배재한 그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올곧은 방향으로 가는 모습에서 통쾌함과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이수연 작가는 황시목에 대해 “개인의 욕심에 흔들림 없이 진실을 추구하는 검사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이웨이’를 걸어가는 황시목은 조승우라는 배우와 혼연 일체된 느낌을 안긴다.

안길호 PD는 조승우에 대해 “연기에 대한 해석과 몰입도가 훌륭하다. 조승우가 아니었다면 감정 없는 황시목이란 인물을 과연 누가 해냈을까 싶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비밀의 숲’
‘비밀의 숲’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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