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사진=SBS ‘주먹쥐고 뱃고동’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주먹쥐고 뱃고동’ 방송화면 캡처


‘주먹쥐고 뱃고동’이 호기로운 첫 출항을 시작했다.

지난 15일 SBS 예능 프로그램 ‘주먹쥐고 뱃고동’이 첫 방송됐다. ‘주먹쥐고 뱃고동’은 ‘주먹쥐고 주방장(2014)’과 ‘주먹쥐고 소림사(2015)’를 이은 ‘주먹쥐고’ 시리즈의 3탄이다. 파일럿으로 방송됐던 지난 설 연휴 당시 1부와 2부가 각각 4.2%와 10.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힘입어 정규 편성된 것.

‘주먹쥐고 뱃고동’은 방송 전부터 ‘정글의 법칙’을 통해 ‘김병만표 예능’이라는 새 예능 장르를 개척한 김병만이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프로그램인데다, ‘백종원의 3대천왕’을 대신해 토요 예능 황금 시간대를 꿰찼다는 점 등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했던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베일을 벗은 ‘주먹쥐고 뱃고동’은 아쉬움이 컸다. 홍일점에 다수의 남자 멤버로 꾸려진 출연진 구성은 ‘런닝맨’을 떠올리게 했으며, 어류 퀴즈는 PD와 출연진들과의 소통 방식이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과 흡사했다. 배경이 바다라는 것, 그간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들과 그들의 합이 주는 신선함이 주는 새로움 외에는 어떤 재미를 기대해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되던 때, ‘주먹쥐고 뱃고동’은 꽃새우와 대왕 문어 먹방으로 끝이 났다.

이러한 실망감은 시청률로도 나타났다. ‘주먹쥐고 뱃고동’ 1부는 3.1%, 2부 4.8%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3사 예능 프로그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MBC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10.2%, KBS2 ‘불후의 명곡’은 8.2%였다.

‘주먹쥐고 뱃고동’은 200년 전, 정약전 선생이 쓴 국내 최초의 해양 생물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곳곳의 바다와 섬의 해양 생태계를 새롭게 기록하며 현대판 ‘신 자산어보’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출발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어류 버라이어티’라는 점도 기발했고, 새벽 조업을 떠나는 배 위에서 촬영해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고자 했던 점도 좋았다. 하지만 타 예능 프로그램을 여럿 떠올리게 하는 몇몇 구성, ‘인포테인먼트 예능’을 표방했지만 찬스를 남발했던 퀴즈와 먹방으로 끝나버린 식상함은 안타까움을 안겼다.

특히 MBC ‘무한도전’과 KBS2 ‘불후의 명곡2’ 등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들이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데다, 이날은 ‘무한도전’에는 박보검이 게스트로 출연했고 ‘불후의 명곡2’는 300회 특집이 방송되며 시청률 부분에서는 더욱 쉽지 않은 승부였다.

하지만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제 첫 회가 방송됐고 김병만을 비롯해 팀원들간 케미스트리가 점점 맞아들어가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게다가 전국 기준의 시청률 면에서는 동시간대 꼴지였지만 주 타깃 층인 2049 시청률에서는 좋은 성적을 보였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 날 ‘주먹쥐고 뱃고동’의 2049 시청률은 2.1%로, 1.4%를 나타낸 KBS2 ‘불후의 명곡’을 누르고 MBC ‘무한도전’에 이어 동시간대 2위를 차지했다.

이영준 PD는 “파일럿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기까지 ‘주먹쥐고 뱃고동’의 순항에 있어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일이다”라며. “‘주먹쥐고 뱃고동’은 바다와 어류를 소재로 하는 만큼, 시각적인 볼거리와 정보들이 풍성한 예능 콘텐츠다. 이런 콘텐츠는 ‘주먹쥐고 뱃고동’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시청률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프로그램만의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려 한다”라고 기획 의도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는 것도 소구 포인트다. 어린이들은 생선들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보며 신기해할 것이고, 어른들은 맛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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