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남자충동’으로 돌아온 류승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극 ‘남자충동’으로 돌아온 류승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찾았다, 류승범.

배우 류승범이 조광화 연출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재연에 오르는 연극 ‘남자충동’으로 무대에 섰다. 지난달 16일부터 주인공 장정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남자충동’은 전라남도 목포시를 배경으로 영화 ‘대부’ 속 알 파치노의 삶을 동경해 조직을 꾸리고 가족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나이 장정의 이야기다. 그가 지키고자 하면 할수록 관계는 소원해지고, 손에 쥐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진다.

1997년 초연 당시부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무엇보다 맛깔나는 대사로 인기를 얻었다. 모든 배우들이 소화하는 걸쭉한 목포 사투리는 극의 재미에 힘을 더한다. 또 거칠 것이 없는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인데, 더욱이 장정으로 분한 류승범의 탁월한 연기력은 무대에서 한번 더 빛을 발한다.

검은색 가죽 재킷을 걸치고 “존경 받는 가장, 고거이(그것이) 내 꿈이여”라고 외치는 류승범은 약 130분이란 시간을 장정에게 바친다. 상의를 탈의한 채 매서운 칼날을 만지며 남성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또 능청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관객을 웃게 한다.

과거 드라마, 영화를 통해 류승범의 연기력이야 말할 것도 없이 검증된 바, 모든 관객이 의심의 여지없이 앉았으나 기대 이상이다. 소규모의 공연장 무대 위를 훨훨 나르는 류승범의 놀이를 보고 있는 관객들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목포 사투리 역시 이번 작품을 연습하며 배웠다고 하기엔 완벽에 가깝다.

류승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류승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류승범. 개막 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연기자로서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충분히 좋은 기회가 된 셈이다. 다시 한번 류승범의 출중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장정의 옷을 입은 류승범은 어느 작품보다 에너지가 넘쳤고, 신나 보였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이해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았다. 때문에 관객들도 위화감 없이 빠져들 수 있었다.

영화가 아닌 연극에서 찾은 류승범. 그의 매력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느끼고 호흡할 수 있으니, 고거이 최고가 아니면 뭣이 최고란 말인가.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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