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사임당’ 이영애 / 사진제공=그룹에이트,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
‘사임당’ 이영애 / 사진제공=그룹에이트,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
“라면 먹을래요?”

이영애는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이 초대 멘트의 원조로 유명하다. 지금이야 이영애를 무서운 ‘금자씨’ 내지는 요리하는 ‘장금이’로 기억하는 이들이 더 많지만, 사실 이영애의 복귀는 멜로 퀸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더 반갑다. 안방극장에서 이영애의 로맨스를 다시 보기까지 13년이 걸렸다. 지난 2004년 종영 후 아시아를 넘어 아랍권까지 열광시킨 MBC 드라마 ‘대장금’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뒤 활동을 쉬었던 이영애가 차기작 ‘사임당’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할 예정이다.

오랜 공백기로 누구보다 작품 선택에 신중했을 이영애는 자신의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극으로 복귀를 결정했다. 이영애가 선택한 SBS 새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는 조선시대 사임당 신 씨의 삶을 재해석한 내용으로 그의 예술혼과 운명적 상대 이겸(송승헌)과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현대극이 섞인 퓨전 사극으로,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1인 2역을 맡게 된 이영애는 ‘사임당’을 통해 가장 자신 있는 모습과 새로운 모습을 함께 보여주게 됐다.

‘사임당’ 속 이영애는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과 조선시대 대표 여성 문인이자 화가인 사임당으로 분한다. 두 인물은 시대적 배경부터 성격까지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영애는 사임당 역을 통해 고매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서지윤 역을 통해서는 푼수 끼와 털털함이 묻어나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이중적 매력을 펼친다. 이야기는 이탈리아에 간 서지윤이 우연히 고서적인 사임당의 일기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천재 화가 사임당에 얽힌 비밀과 이겸과의 인연에 휘말리면서 신비로운 로맨스를 펼친다.

‘사임당’ 속 과거와 현대의 이영애 모습 / 사진제공=그룹에이트, 엠퍼러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사임당’ 속 과거와 현대의 이영애 모습 / 사진제공=그룹에이트, 엠퍼러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송승헌이 연기하는 이겸은 ‘사임당’의 로맨스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매혹적인 가상의 인물이다. 어린 시절 사임당과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평생 그녀만을 마음에 품고 순애보를 바치는 로맨티스트이자, 사임당과 사랑을 넘어 예술로 공명하는 다재다능한 르네상스 맨이기도 하다.

세월의 흐름에도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는 이영애가 두 가지 역할을 통해 보여줄 사랑 이야기는 앞서 보여준 로맨스 연기를 살펴보면 그 기대가 더 커진다.

전작 ‘대장금’은 장금(이영애)의 성장기를 바탕으로 내금위 종사관 민정호(지진희)와의 로맨스가 더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순수하면서도 목표의식이 강했던 장금과 그런 장금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은 민정호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최고 시청률 55.5%(TNS미디어코리아, 전국)까지 치솟았고 세계적 한류 바람까지 일으키며 한국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남았다.

‘불꽃’ 이영애, 이경영 / 사진제공=SBS
‘불꽃’ 이영애, 이경영 / 사진제공=SBS
이영애의 현대극 로맨스는 무려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BS 드라마 ‘불꽃’(2000)이 마지막 작품으로, ‘드라마의 대모’ 김수현 작가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영애는 극중 드라마 작가 박지현으로 분해 재벌남 차인표(최종혁 역)와 성형외과 의사 이경영(이강욱 역) 사이에서 말 그대로 ‘불꽃’같은 사랑을 펼쳤다. 이영애가 연기한 박지현은 지적이고 세련되면서도 솔직하고 당찬 캐릭터로 그려져 각광받았다. 당시 이영애는 한창 물이 오른 청초한 미모로 이경영과의 불륜 코드를 소화해내 많은 이들에게 위험한 설렘을 안겼다.

이영애는 ‘라면’ 대사로 유명한 영화 ‘봄날은 간다’(2001)에서의 로맨스 연기도 인상 깊었다. 극중 이영애는 이혼을 경험한 뒤 열정적인 듯 하면서 복잡하고 제멋대로인 사랑으로 상우(유지태)에게 상처를 입히는 라디오 PD 은수 역을 열연했다. 영화는 잔잔한 일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배우들의 담백한 멜로 연기와 ‘라면 먹을래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등과 같은 명대사를 남겼다. 이영애는 소소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 얘기로도 그렇게 강렬한 잔상을 남길 줄 알았다. 자극적인 대사나 장면 없이도 뇌리에 남는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힘, 작품간 공백이 큰 편인데도 여전히 그가 국내 대표 여배우로 손꼽히며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영애, 유지태 / 사진=영화 ‘봄날은 간다’ 스틸컷
이영애, 유지태 / 사진=영화 ‘봄날은 간다’ 스틸컷
이제 40대 여배우가 된 이영애의 로맨스를 기대해볼 차례다. ‘사임당’은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영애의 첫 연기 활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공백기 동안 새로운 삶을 경험했을 이영애가 연기에 담아낼 다채로운 모습과 새로운 감정 연기는 물론 송승헌과의 로맨스 호흡까지 모든 게 시청자들에겐 낯설고 신선한 모습일 것이다. 오랜만의 활동으로 부담감도 컸을 테지만 이영애는 그간의 내공을 무기로 다시 한 번 멜로 퀸에 도전한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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