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김지운 : 한국말로 해서 편했다. 내가 영어를 썼던 거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촬영할 때는 통역을 거쳐서 전달한다. 통역을 믿긴 하지만 뉘앙스까지 잘 전달이 됐는지 배우들의 표정을 잘 봐야 했다. 한국에서는 한국말로 하고 대답을 들으니까 큰 쾌감이 있었다. ‘밀정’을 통해 우리나라 말을 사용해서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웃음)
10.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경계에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김지운 : 항일운동의 최전선에 있었던 의열단에 포커스를 두면 영화적인 스펙터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친일과 항일의 경계선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이정출을 통해서 그 시대의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10. 실제 모티브가 된 황옥은 실제 정체와 의도가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다.
김지운 : 황옥이라는 인물은 삶 자체가 미스터리하고 기구하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질곡과 비극성이 짙게 느껴졌다. 황옥이라는 인물이 친일파였는지 아님 위장친일파였는지를 파헤치기보다 그 시대의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행적이 더욱 흥미로웠다. 그래서 ‘밀정’에서 밀정은 중요하지가 않다. 인물의 심리를 좇아간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지만 그 인물의 이름을 쓰지 않은 이유다. 극중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이 ‘실패를 딛고 그것을 발판삼아 정진해야 하니 않나’라고 말한다. 그게 역사의 진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실패한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어 전진하는 그런 실낱같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10. 언론시사회 이후 ‘차가운 영화를 만들자고 했으나 점점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정확한 의미를 이야기해준다면?
김지운 : 냉혹한 스파이들의 세계를 그리려고 했는데, 시대의 아픔을 다루면서 아무래도 차갑게 가기는 어려웠다. 가장 정의의 편에 서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였으니까. 한 나라의 2등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기구하고 울컥울컥 차올랐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독립군 학살 장면에서 스윙 재즈곡이 들어가기도 한다.
김지운 : 루이 암스토롱의 재즈곡 ‘왠 유아 스마일링(When you’re smiling)’을 넣었다. 동시대 미국의 음악이다. 어떤 나라 국민들은 감미로운 음악과 장미, 술을 즐기면서 살아가는데 한쪽에서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그 음악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비극성이 더욱 짙어지지 않을까 했다. 영화적 표현이었다. 아주 생소하거나 이질적인 표현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0. 그간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이 많았는데, ‘밀정’만의 특징이 있다면?
김지운 : 일제강점기는 근현대사를 통틀어 나라가 가장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상태였다. 국가시스템의 부재가 개인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소재를 다루는 만큼 진중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시대를 다뤘던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 의미도 주고 재미도 안겼으면 했다.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영화이길 바랐다. 그간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는 목재가 배경이다 보니까 웜(warm)한 부분이 있었다. ‘밀정’에서는 피부의 붉은 톤까지 뺄 정도로 블루와 블랙으로 차가운 느낌을 주는데 집중했다. 그 시대를 전면으로 바라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뜨거워진다. 때문에 주제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피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부분들이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바람이 있다. (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결국 희망이었다. 7일 개봉한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 제작 영화사 그림·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은 벼랑 끝에 서서 실낱같은 희망을 얘기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1923년 ‘황옥 경부 폭탄사건’이 모티브로 한다. 황옥은 일본 경찰에 몸담은 조선인으로 의열단과 일경 중 누구를 위해 밀정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정체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김지운 감독은 그런 황옥에게서 시대의 비극과 모순을 봤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황옥의 행적을 좇았다.10. ‘라스트 스탠드’(2013) 이후 오랜만에 한국 배우들과 한 작품이었다.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 김지운 감독은 한 시대의 양 극단에 서 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차가우면서도 뜨겁게’ 스크린에 구현했다. 철저한 톤 다운으로 차가운 질감을 표현하면서도 항일에 대해 점차 끓어오르는 뜨거움을 꾹꾹 눌러 담았다. 한국 최초의 본격느와르 ‘달콤한 인생’, 김치 웨스턴을 창조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한국 복수극의 종결판인 ‘악마를 보았다’을 통해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김지운 감독은 ‘밀정’을 통해 한국형 콜드 누와르라는 독보적 장르를 또 다시 구축했다.
김지운 : 한국말로 해서 편했다. 내가 영어를 썼던 거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촬영할 때는 통역을 거쳐서 전달한다. 통역을 믿긴 하지만 뉘앙스까지 잘 전달이 됐는지 배우들의 표정을 잘 봐야 했다. 한국에서는 한국말로 하고 대답을 들으니까 큰 쾌감이 있었다. ‘밀정’을 통해 우리나라 말을 사용해서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웃음)
10.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경계에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김지운 : 항일운동의 최전선에 있었던 의열단에 포커스를 두면 영화적인 스펙터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친일과 항일의 경계선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이정출을 통해서 그 시대의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10. 실제 모티브가 된 황옥은 실제 정체와 의도가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다.
김지운 : 황옥이라는 인물은 삶 자체가 미스터리하고 기구하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질곡과 비극성이 짙게 느껴졌다. 황옥이라는 인물이 친일파였는지 아님 위장친일파였는지를 파헤치기보다 그 시대의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행적이 더욱 흥미로웠다. 그래서 ‘밀정’에서 밀정은 중요하지가 않다. 인물의 심리를 좇아간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지만 그 인물의 이름을 쓰지 않은 이유다. 극중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이 ‘실패를 딛고 그것을 발판삼아 정진해야 하니 않나’라고 말한다. 그게 역사의 진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실패한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어 전진하는 그런 실낱같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김지운 : 냉혹한 스파이들의 세계를 그리려고 했는데, 시대의 아픔을 다루면서 아무래도 차갑게 가기는 어려웠다. 가장 정의의 편에 서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였으니까. 한 나라의 2등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기구하고 울컥울컥 차올랐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독립군 학살 장면에서 스윙 재즈곡이 들어가기도 한다.
김지운 : 루이 암스토롱의 재즈곡 ‘왠 유아 스마일링(When you’re smiling)’을 넣었다. 동시대 미국의 음악이다. 어떤 나라 국민들은 감미로운 음악과 장미, 술을 즐기면서 살아가는데 한쪽에서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그 음악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비극성이 더욱 짙어지지 않을까 했다. 영화적 표현이었다. 아주 생소하거나 이질적인 표현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0. 그간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이 많았는데, ‘밀정’만의 특징이 있다면?
김지운 : 일제강점기는 근현대사를 통틀어 나라가 가장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상태였다. 국가시스템의 부재가 개인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소재를 다루는 만큼 진중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시대를 다뤘던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 의미도 주고 재미도 안겼으면 했다.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영화이길 바랐다. 그간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는 목재가 배경이다 보니까 웜(warm)한 부분이 있었다. ‘밀정’에서는 피부의 붉은 톤까지 뺄 정도로 블루와 블랙으로 차가운 느낌을 주는데 집중했다. 그 시대를 전면으로 바라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뜨거워진다. 때문에 주제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피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부분들이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바람이 있다. (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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