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부산행’ 배우 정유미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NEW
영화 ‘부산행’ 배우 정유미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NEW
배우 정유미와 잠깐만 이야기하다 보면, 왜 공유가 ‘나만 알고 싶었던 나만의 스타’라고 소개했는지 알 수 있을 거다.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부딪혀보고 싶기 때문에 좀비 역을 해보고 싶다며 연기 욕심을 과감하게 드러내는가 하면, 운동이 끝난 후에 파절이와 삼겹살이 그렇게도 생각났더라며 소탈하게 웃기도 한다. 이 여배우가 품은 연기 세계는 어디까지인지, ‘정유미’라는 사람이 가진 매력은 또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지게 된다.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은 매력을 가진 정유미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여름에 열차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삭인 채로 고군분투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정유미: 그거 할려고 간 건데 뭐. 또 복근까지는 아니지만 배에 살짝 라인이 잡혀서 놀랬다.

10. 아직 그 라인 유지하고 있나.
정유미: 지금은 운동을 해서.(웃음) 뛰는 장면이 많아 매일 뛰어야했다. 그래서 항상 배에 임신한 것처럼 모양을 만들어 차고 있었다. 밥 먹을 때만 풀고.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쉴 때 배에 손을 댄 채로 잠에 들었던 기억도 있다. 되게 편안했던 느낌으로 기억한다.

10. 남편으로 나온 배우 마동석의 매력은 어떤 것이 있었나.
정유미: 이번에 ‘부산행’에서 처음 만났지만 너무 기분이 좋고 등에 업혀가는 기분이다.(웃음) 내가 같이 연기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마동석이 감성과 이성을 현장에서 잘 나눠 쓰는 배우라는 거다. ‘부산행’은 각 컷들의 분량이 짧고 배우들도 많이 나오는 데다 ‘좀비’라는 장르적 특수성이 있는 영화다. 그래도 그 안에서 사랑 이야기를 해야 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현장 속에서 감성적인 부분을 밀도있게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해내더라. 그래서 좋았다. 또 짧게 호흡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울려 보이고 좀 ‘살아있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 정말 상대 배우(마동석)을 잘 만났던 덕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0. 아역배우 김수안은 어땠는지.
정유미: 수안이는 처음부터 좋았다. 수안이는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여배우로서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를 떠나서 수안이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많이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 친구랑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을지도 몰랐고 그래서 같이 영화에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되게 설?다. 수안이와 함께하는 매일 매일이 좋았다.

10. 김수안의 어떤 영화를 봤는가.
정유미: 거의 다 봤다. ‘차이나타운’에서 곱빼기를 달라고 하는 그 한 장면 나오는 데도 되게 좋았다.

10. 배우 공유와도 도가니 이후에 두 번째 작품이다. 같은 소속사이기도 한데, 원래 실제로도 친한지.
정유미: 작품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다시 합을 맞춘 배우들은 또 있다. 예수정 선배와 ‘그녀들의 방’이라는 독립 영화를 찍었는데 김의성 선배와도 단편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다시 함께하게 돼서 좋았다. 소희랑은 처음이지만 ‘사랑니’ PD와 연이 있다. 그래서 처음 만났지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상태여서 좋았다.

10. 감염자들의 분장이 워낙 리얼해서 촬영하면서도 놀랐을 것 같다.
정유미: 촬영 현장에 늘 함께 있어서 익숙했다. ‘리얼하다, 진짜 힘드시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그렇게 익숙해졌다가도 밥 먹고 한 바퀴 돌고 오다가 마주치면 또 방심한 상태에서 놀랐다.(웃음)

영화 ‘부산행’ 배우 정유미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NEW
영화 ‘부산행’ 배우 정유미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NEW
10. 심은경이 좀비로 특별 출연해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소감이 어떤가.
정유미: 너무 고생한 것 같고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진짜로 배우만 경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고 모든 배우가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을 꺾는다든지 하는 연습이 어렵겠지만 배우로서 그런 연습의 과정을 겪어보고 싶다.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부딪혀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아직 안 해봤으니 과연 내가 버텨낼 수 있는지, 좀비라는 연기에는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10. 연상호 감독과 촬영하면서 호흡은 어땠나.
정유미: 호흡이 잘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의 팬이 됐다. 너무 좋았다. 영화에 출연하신 모든 분들이 아마 그렇게 생각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눠본 것도 아니고, 내가 평가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재밌고 좋았다. 감독님은 연기 디렉션을 준다기 보다는 배우가 이렇게 연출을 했으면 좋겠다고 던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나는 되게 편안해졌다. 디테일은 어차피 연기를 해야 하는 나의 몫이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뭘 해야 할지도 자연스럽게 알게됐다.

10. 그 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좀비를 다룬 영화가 생소할 수 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들었던 기분은?
정유미: 특별히 좀비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시나리오를 접하지 못했을 때는 기사로 먼저 공유 캐스팅 소식을 들었던 터라 그냥 ‘공유가 좀비 영화를 찍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받고 나선 이 영화가 ‘상업 영화’라는 것을 일종의 수단으로 이용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끌렸다. 또 좀비라는 소재가 아직 한국 영화에서 익숙하지 않음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었다는 것이 강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10.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KTX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더욱 실감났겠다.
정유미: 실제로 KTX를 자주 이용한다. 촬영할 때도 KTX 타고 자주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 마지막 촬영하고 나서는 기분이 되게 묘하더라. 사실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좀비 영화의 정서가 스며들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마지막에 묘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10. 영화 속에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온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 외에 또 해보고 싶었던 역이 있었나.
정유미: 용석 역도 재밌었을 것 같고, 마동석 선배가 맡은 상화도 해보고 싶다.

10.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은 건가.
정유미: 그렇다. 동석 선배는 뭐든 다 무찌르지 않나. 못해본다고 생각하니까. 아마 오지도 않을 거고.(웃음) 그래서 해보고 싶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역할들, 해볼 수 없는 역할에 대한 동경은 늘 있다. 또 우식과 소희가 맡은 영국과 진희 캐릭터도. (이제 나는) 돌아갈 수 없는 풋풋함이 되게 부럽고 귀엽고 그랬다.

10. 악인 캐릭터인 용석 역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데.
정유미: 김의성 선배가 연기를 잘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와 진짜 못됐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캐릭터가 살아있으니까. 나는 일상적인 연기는 여러 번 했다. 이제는 그렇게 포인트가 있는 연기도 해 보고 싶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