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신현희와 김루트 / 사진제공=문화인
신현희와 김루트 / 사진제공=문화인


짧은 단발머리와 동그란 선글라스. 단 두 가지로 묘사 가능한 재밌는 밴드가 있다. 친남매처럼 내내 티격태격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느껴지는 신현희와 김루트의 이야기다. 김루트가 대구에서 버스킹 중인 신현희를 인상깊게 보고 제안해 함께 팀을 결성하게 된 내용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 길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노래가 곧 첫 번째 정규앨범 ‘이상한 나라의 신루트’에 실려 나온다.

‘이상한 나라의 신루트’에는 선공개 곡 ‘인연이란게 원래 그냥 그래’, ‘그러지 말걸’과 앞서 선보인 곡 ‘짝사랑은 힘들어’, ‘왜 때려요 엄마’를 비롯해 7개의 새로운 트랙이 담길 예정. 신현희와 김루트는 신곡을 통해 이전과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번 앨범은 그 나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그때그때 솔직하게 노래하고 싶다던 두 사람의 바람으로 빚어진 결과물로, 마치 한 권의 일기장과 같다. 기대와 설렘도 있고 공감과 위로도 있으며 누군가에겐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이상한 나라의 신루트’ 발매를 눈앞에 둔 신현희와 김루트를 만나 두 곡의 선공개 곡과 함께 그간의 발자취와 같은 대표곡들을 하나씩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인연이란게 원래 그냥 그래
작곡 김루트
작사 김루트
발매 2016년 5월 13일


♪ 그러지 말걸
작곡 신현희
작사 신현희
발매 2016년 5월 13일

10. 선공개된 곡 ‘인연이란게 원래 그냥 그래’는 굉장히 무기력한 사랑 이야기다.
김루트: 어느 날 밤 외로운 마음에 동네 산책을 하는데 한 취객이 자기랑 사귀자고 말을 걸더라. 친구분이 죄송하다면서 데리고 갔는데 그때 ‘왜 이렇게 외로운 사람들이 많을까, 다들 각자의 인연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생각이 담긴 노래다. 또 나 같은 경우 모르는 사람한테 마음에 든다고 말 걸고 그러지 못하는 편이다. 사실 말을 걸어보고 싶어도 차일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웃음) 그런 소심함도 담겨있다.

신현희: 원래 회사에서는 이 노래를 나한테 부르라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부르면 오빠가 부를 때의 느낌이 안 나오더라. 오빠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미리 겁먹고 도전을 안하는 편인데 차이더라도 고백을 먼저 해봤으면 좋겠다. 오빠가 은근히 여성스럽고 세심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김루트: 현희랑 연애 상담하고 실행에 옮겼다가 차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현희는 무조건 고백하라고 한다.

신현희: 차이는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10. 김루트가 ‘~잖아’를 발음하는 것도 인상 깊더라.
김루트: 평소 말을 살짝 더듬는 편이고 혀도 짧아서 발음이 특이한 편이다. ‘인연이란게 원래 그냥 그래’에서도 ‘~잖아’를 평소 말투로 발음했더니 신선하게 들린 것 같다. 또 아이같이 순수한 느낌을 주기 위해 강조한 것도 있다.

10. ‘그러지 말걸’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신현희 목소리가 이전보다 많이 얇아졌더라.
신현희: 저는 몰랐는데 많이들 ‘그러지 말걸’을 듣고 그러시더라. 확실히 스무살 때 버스킹 영상 보면 지금보다 훨씬 거친 느낌이다. 저는 맨날 듣는 목소리라 못 느끼는데 영상을 보니까 확실히 달라진 부분을 알겠더라. 바꾸려고 특별히 노력한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게 된 것 같다.

김루트: 노래를 많이 부르다 보니까 조금씩 몸에 맞는 목소리로 바뀌는 것 같다. 원래 현희는 노래를 막 불렀다. 이제는 콘셉트나 색깔을 생각하면서 부르니까 더 잘 맞아지게 된 것 같다. 웬만하면 곡 느낌에 맞춰서 부르는 편이다.

10. ‘그러지 말걸’과 ‘인연이란게 원래 그냥 그래’ 묘하게 내용이 이어진다. 마치 고백했다가 차인 신현희를 위로하는 김루트의 모습이 그려진다.
김루트: 의도한 건 아닌데 듣고보니 그렇다. (웃음) ‘그러지 말걸’과 ‘인연이란게 원래 그냥 그래’가 정규앨범 선공개 곡인데, 둘중 어느 곡을 먼저 공개할 지 회사랑 상의를 많이 했다. 회사에서고 ‘그러지 말걸’을 먼저 내자고 하시더라. 선견지명이라고 생각한다.

10. 이전의 곡은 대부분 신현희 작사, 작곡이다. 이번 정규앨범에도 신현희의 곡 위주로 실리나?
김루트: 이번에도 현희 곡이 더 많이 담기기는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곡을 뽑았다. 직원들과 다같이 들어보고 더 좋은 곡을 뽑는 것에 집중했다.

10. ‘곡을 잘 뽑아내는’ 신현희의 작곡 스타일도 궁금해진다.
신현희: 먼저 코드를 쓰고 연주해 보는 식이다. 멜로디를 듣고 생각나는 장면을 떠올린다. 만약 슬픈 멜로디가 나오면 상황에 맞는 경험을 떠올리고 신나면 재밌었던 경험을 떠올린다. 그래서 우리 노래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다.

신현희 / 사진제공=문화인
신현희 / 사진제공=문화인


♪ 짝사랑은 힘들어
작곡 신현희
작사 신현희
발매 2015년 10월 12일

10. 독특한 짝사랑 노래다. 신현희의 방식인가?
신현희: 보통 여자들이 ‘오빠 좋아해요. 나 어떡하지?’ 이런 식의 짝사랑을 하지 않냐. 나 같은 경우 당돌한 정도는 아니지만 소심한 여자들 보다는 티를 내고 싶어하는 스타일이다. 일단 고백하고 차인 다음 후회하는 스타일? 짝사랑에 대한 관점이 살짝 다른 것 같다.

10. 신현희와 김루트의 노래는 전부 솔로에 관한 곡이다.
김루트: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노래 속 현희의 짝사랑은 살짝 스토커처럼 뒤에서 지켜보고 말도 안하고 쳐다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웃음) 신선하고 괜찮은 느낌이다.

10. 이 노래가 나올때 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다.
김루트: ‘오빠야’ 한 곡을 부르고 ‘캡송’을 1절 정도 들려드렸다. 살짝 아쉬웠다. 아무래도 신인이라 여러 무대를 보여드리지 못했다.

신현희: 다음에 또 불러주신다면 더 많은 곡을 들려드리고 싶다.

10. 방송에 나가볼 만하던가?
신현희: 나는 항상 나가고 싶었다. 부모님이 음악하는 걸 많이 반대하셨는데 내가 방송에 나오면 자랑스러워 하실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방송 욕심이 있었다. 뮤지션이 무슨 방송 욕심이냐고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나는 가족의 응원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또 원래 성격이 밝은 편이라 큰 무대든 방송이든 항상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기회가 주어지는대로 많이 해보고 싶다.

김루트: 현희가 혼자 준비하는 게 많다. 가끔 성대모사 만들어왔다고 보여주기도 하고, 뮤지컬도 해보고 싶다면서 노래도 매일 부르고 한다. 나 또한 팀을 위해 현희가 더 잘할 수 있도록 서브 역할을 열심히 해주려고 한다. 저희 둘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대비하고 있다.

10. 개인기는 김루트가 더 많을 것 같은데 의외다.
김루트: 병아리 소리를 잘 낸다. (웃음) 말을 잘 못하는 편이라 토크쇼 같은 건 자신없지만 ‘마녀사냥’ 처럼 편하게 19금 대화를 나누는 방송이라면 자신있다.

김루트 / 사진제공=문화인
김루트 / 사진제공=문화인




♪ 오빠야
작곡 신현희
작사 신현희

♪ 날개
작곡 신현희
작사 신현희
발매 2015년 2월 26일

10. ‘오빠야’는 신현희와 김루트의 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다.
신현희: 아무래도 ‘오빠야’는 듣는 사람들을 기분좋게 하는 느낌이 있다. 멜로디도 타이틀 곡으로 가장 어울리는 곡이다.

김루트: 후렴이 좋은 곡이다. 누구나 들으면 신날 수 있는 멜로디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10. 덕분에 신현희와 김루트라는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
신현희: 사실 잘 못느꼈다. ‘캡송’때처럼 똑같이 힘들었는데 주변에서는 ‘요즘 잘 나가더라. 돈 많이 벌지?’라고 묻더라. 정말 큰 차이 없었다. 이렇게 꾸준히 음악 하다보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루트: ‘오빠야’ 이후에도 금전적으로 나아진 것은 없었다. 특히 작사, 작곡을 전부 현희가 했기 때문에 저작권료 마저도 현희가 가져간다. 또 나는 콘셉트 때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이 더 적다. 정말 아무도 모르신다.

신현희: 저작권료 때문에 오빠보다 더 버는 건 맞다. (웃음) 그런데 나도 홍대 길거리에 몇 시간씩 서있어도 알아보는 사람 드물다.

김루트: 아니다. 신현희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 이후 많이들 알아봐주신다.

신현희: (한숨)

10. 미니앨범 수록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신현희: ‘날개’가 가장 좋다. 내 심정이 가장 잘 담긴 곡이라서 그런지 정말 내 이야기 같은 노래다. 신현희와 김루트라는 팀의 밝고 명랑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가장 나다운 가사와 분위기를 가졌다. 특별히 ‘내 노래’라는 애착이 가는 곡이다.

김루트: 나도 ‘날개’가 가장 좋다. 누구나 힘든 일이 있고, 꿈을 위해서 어떤 걸 하다가 좌절하기도 한다. 노래를 들어보면 ‘괜찮아’라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그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라이브 할 때는 다운되는 분위기라 별로지만 듣기에는 ‘오빠야’보다 더 좋다.

10. ‘날개’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
신현희: 가수의 꿈을 이루겠다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타지 생활을 하면서 외로움도 많았고 여러가지 힘든 상황도 많았다. 그때의 힘든 심정을 담은 곡이다. 동시에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루겠다는 희망도 담겨있다.

10. 어머니가 들으면 슬프실 것 같다.
신현희: 엄마는 내가 슬픈 노래 부르는 걸 안 좋아하신다. 맨날 신나는 노래를 부르라고 하신다. 엄마가 어릴 때 엄격한 편이셨는데 그런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으신 건지, 내가 힘들어하거나 슬퍼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러우시다. 조금만 힘들어해도 더 많이 걱정하시고 염려하신다. 그래서 슬픈 얘기나 노래는 잘 안 들려드린다.

신현희와 김루트 / 사진제공=문화인
신현희와 김루트 / 사진제공=문화인


♪ 캡송

작곡 신현희
작사 신현희
발매 2014년 4월 14일

10. 가사 내용이 재밌더라. 실화인가?
신현희: 내 경험담이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가지 스타일로 입고 싶은데 옷은 비싸니까 그렇게 못하겠더라. 그래서 옷을 심플하게 입는 대신 모자를 바꿔쓰기로 했다. 같은 디자인의 모자를 색깔별로 구매할 정도로 많은 양의 모자를 샀다. 어느 날은 돈이 없길래 ‘오늘은 모자를 사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결국 돈을 빌려서 구매했다. 그 상황에서 느낀 감정을 담아 만든 노래다. 19~20살 쯤 만든 노래다.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것 같다.

10. 최근에는 모자 쓴 모습을 못 봤다.
신현희: ‘캡송’을 부를 당시에는 정말 많이 썼다. 요즘에는 많이 안 쓰고 있다. 당시엔 공연장 사장님께서 내가 모자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시고는 모자를 기부해주시고 그랬다. 어느 날 보니까 방이 모자로 꽉 차있더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모자 나눔을 했다.

김루트: 모자 얘기가 나오니까 생각난다. 참 웃긴 게 나눔을 하려면 예쁜 디자인으로 해야지, 자기가 안 쓰는 것만 하더라. (웃음) 또 있다. 한 번은 나한테 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다른 모자를 쓰고 공연하자더라. 알겠다고 하고 샀는데 어느 날 보니까 자기가 쓰고 있더라. 그런 적이 몇 번 있다. 공연 때 쓰자고 했던 모자가 집에서 사라지더라. 보면 얘가 쓰고 다니고 있다. 내 비니도 자기가 가져가서 쓰고 다니고. 모자 도둑이다. (웃음)

10. 신현희의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신현희: 맞다. 대구에 있을 때 만든 노래라서 곡 중간에 사투리도 들어가 있다. 엄마가 그 부분을 너무 좋아하시더라. 이런 노래는 너 밖에 못 한다면서 특이하고 좋다고 칭찬하셨다. 그 이후에 뭘 만들어서 들려줘도 ‘이거 아니야. 캡송처럼 만들어 봐’라고 하시더라. (웃음)

10. 김루트는 ‘캡송’을 어떻게 들었는지?
김루트: 엄청 신선했다. 같이 버스킹하게 됐을 때 현희가 자신이 써둔 곡이 있는데 창피해서 못 부르는 곡이 있다더라. 졸라서 들었는데 모자 장수랑 대화하는 부분도 재밌고 타령 같은 느낌도 나고 신선했다. 그래서 바로 ‘우리 이거 하자, 너만의 색깔이다’라고 말했는데 현희가 창피하다고 싫다더라.

신현희: 나는 부르기 민망했다. 대구에서는 다 사투리를 쓰기 때문에 노래에 사투리가 들어가는 게 전혀 신선하지 않다. 그런데 (김루트) 오빠가 계속 하라고 시키더라. 싸우기 직전까지 갔다.

정규 1집 ‘이상한 나라의 신루트’ 재킷 이미지 / 사진제공=문화인
정규 1집 ‘이상한 나라의 신루트’ 재킷 이미지 / 사진제공=문화인


10. 어느덧 정규 1집 발매가 눈앞이다. 감회가 어떤가?
신현희: 팀 결성 4년만, 데뷔 2년 반 만의 앨범이다. 사실 대단한 기분이라기보다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드디어 앨범이 나오다니’와 같은 기분은 안 들더라.

김루트: 나는 다르다. 진짜 가수가 되는 느낌이다. 또 ‘금전적인 부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현실적인 기대감도 생긴다. (웃음)

신현희: 아무래도 1집이니까 첫 번째 앨범이라는 느낌은 있다. 대구와 서울에서 몇 년 동안 활동을 해왔지만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 앞으로 더 많은 공연과 방송에서 관객들과 만났으면 좋겠고, 올해는 더 활발하게 활동해서 이전보다 좋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루트: 첫 밴드이고, 첫 정규앨범이다. 앨범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실감은 안나지만 오묘한 기분이다. 어쩌면 눈물을 흘릴 수도 있겠다. 아까 마스터링을 끝내고 쭉 들어봤는데 감회가 새롭더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열심히 활동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장수 밴드가 되겠다. 이제 시작이다. (웃음)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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