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서현진(왼쪽부터) 신혜선 민아 / 사진=텐아시아 DB
서현진(왼쪽부터) 신혜선 민아 / 사진=텐아시아 DB
보통녀들의 반란이다.

tvN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 속 오해영(서현진)과 KBS2 ‘아이가 다섯’(극본 정현정 정하나, 연출 김정규) 이연태(신혜선) 그리고 SBS ‘미녀공심이’(극본 이희명, 연출 백수찬)의 공심(민아)까지 ‘평범녀’들이 안방극장을 꽉 잡았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를 지닌 그들은 누군가와 늘 비교를 당한다. 그 주변에는 어딜 가나 주목을 받는 화려하고 잘난 경쟁자가 존재한다. 출중한 외모와 능력은 덤이다. 그래서 보통의 그녀들은 짠하고, 애잔하다. 왜인지 모르는 묘한 동질감을 불러일으킨다.

▶ 서현진·신혜선·민아 ‘짠하다’

현실적이다. 극 중 세 사람은 2030 여성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취업난에 허덕이거나 사랑 앞에서는 소심해진다. 나보다 잘난 누군가에 의해 비교당하고, 늘 치인다. 누구나 한번 즈음 느껴봤을 법한 내용은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킨다.

‘또 오해영’은 동명의 오해영과 그로 인해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평범한 오해영(서현진)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예쁘고 잘난 동명이인 오해영(전혜빈)에게 가려진 존재였다. “해영아”라고 불러서 뒤를 돌아보면 대부분 ‘예쁜’ 오해영을 부르는 거였다. 늘 기죽어 지냈다.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밥 먹는 모습이 꼴 보기 싫어졌다’는 이유로 파혼을 당하고, 집에서도 쫓겨났다. 직장에서는 늘 상사의 구박을 받는다. 승진 역시 그와는 거리가 멀다.

‘아이가 다섯’ 이연태는 착하고 순한 성격의 소유자다. 7년째 짝사랑 해왔던 김태민(안우연)을 고등학교 동창이자 ‘원수 같은’ 사돈처녀 장진주(임수향)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때 이연태는 고백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랑 앞에서 소심 그 자체다. 또한 자신을 좋아하는 김상민(성훈)의 마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혼자 설레어하고 또 마음 아파한다. “어디 하나 예쁜 구석이 없다”는 김상민의 말처럼 예쁘지도 않은데, 눈치도 없다.

‘미녀 공심이’ 공심은 우월한 유전자를 지닌 언니 공미(서효림)과 늘 비교된다. 못생긴 공심과 다르게 공미는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은 우월한 외모를 지닌 변호사다. 집안에서도 항상 대접받는다. 하지만 공심은 다르다. 만년 취업 준비생인 공심은 집안에서는 노동력을 담당하지만 대접도 받지 못한다. 여기에 취업준비로 인한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를 갖게 됐고, ‘똑단발’을 쓰고 다녀야 하는 처지다. 사장실 비서 채용면접 때는 외모로 인한 조롱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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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짠한’ 스토리를 지녔다. 세 사람은 특별하지 않다. 그런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 오해영’은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아이가 다섯’ 속 이연태와 김상민 커플은 주인공인 안재욱-소유진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미녀 공심이’ 역시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경쟁작 ‘옥중화’의 인기를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 요인에는 보통녀들의 맹활약이 있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살렸고, 솔직하고 꾸밈없는 감정 표현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청자의 마음은 사로잡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백마 탄 왕자님의 사랑 역시 한 몸에 듬뿍 받고 있다. 얼굴은 예쁘지 않아도 그들의 진면목을 알아봐줬다. 오해영은 결국 철벽 같았던 옆집남자 박도경(에릭)의 마음을 빼앗는데 성공했다. 박도경은 오해영에게 “네가 네 손으로 반장선거 때 네 이름을 적었다고 할 때부터 좋았다”며 “쪽팔린 것을 직접 말하는 용기가 좋았다”며 오해영의 ‘흑역사’를 껴안았다.

김상민은 소심하지만 순수한 이연태의 매력에 퐁당 빠졌다. 안단태(남궁민) 역시 마찬가지다. 안단태는 남들이 다 못생겼다고 하는 공심에게 “아무것도 안 한 게 제일 예쁘게 꾸민 거다”고 말한다. 예쁘지 않아도 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사랑 받기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평범녀’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해 “잘나고 예쁜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다. 때문에 누구라도, 그 입장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들을 응원함으로서 나 자신에게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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