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자기 스스로 지은 노래란 뜻의 ‘자작곡’. 아이돌의 세계에도 깊게 침투했다. 베테랑 가수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자작곡이, 이제는 아이돌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무기’가 됐다.

비슷한 옷을 입고, 똑같은 안무를 구사하며 멤버 수에 맞춰 소절을 나눠 불러야 하는 그룹의 멤버들은 늘 ‘보여주기’에 목마르다. 특히 가창에 특출난 재능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가창력을 뽐내려고 해도, 3분 남짓의 시간 안에 자신에게 주어지는 건 초 단위다. 때문에 솔로 음반을 내놓거나, 이름을 내건 콘서트를 통해 혼자 무대를 꾸민다. 그도 여의찮을 경우에는 각종 음악 예능을 통해 색다른 변신을 꾀하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와 비교해서 다양한 창구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솔로 음반에 자작곡을 타이틀로 내세워 활동하는 것만큼 눈에 띄는 건 없다.

제시카/사진제공=코리델 엔터테인먼트
제시카/사진제공=코리델 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소녀시대에서 탈퇴해 솔로로 새출발을 알린 제시카는 5월 중 신곡을 내놓는다. 최근 음반의 트랙리스트를 공개했는데, 타이틀이 자작곡이다. 관계자는 “‘플라이(Fly)’는 제시카가 작사, 작곡에 모두 참여한 노래”라며 “뿐만 아니라 수록곡 다수에도 그의 손길이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녀시대로 인기 정점을 찍은 제시카가 솔로 활동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걸그룹 출신’이 아닌, 가수로서 음악적인 역량을 제대로 인정받고 싶은 속내가 전해진다.

에이핑크 정은지도 마찬가지로 이 점을 공략했고, 대중에게 제대로 통했다. 지난달 18일 발표한 데뷔 후 첫 솔로곡 ‘하늘바라기’는 아버지를 향한 정은지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는 아버지에게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곡을 썼고, 듣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정은지, 사진=엠넷 ‘엠카운트다운’ 방송화면 캡처
정은지, 사진=엠넷 ‘엠카운트다운’ 방송화면 캡처
‘하늘바라기’로 음악 프로그램 정상도 거머쥔 정은지는 “솔로로 나오면서 부담이 컸는데,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실로 부담과 책임감이 컸을 테다.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 했을 경우 이전 그룹으로 이뤄낸 성과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시키는 대로, 연습한 대로만 하는 인형이 아니란 걸 보여주기로 각오했고 정은지는 해냈다.

용준형/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용준형/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음악적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작곡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이도 있다. 비스트 용준형이 그 주인공인데, 그는 비스트의 음반을 통해 영역을 확장한 뒤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 나아가 직접 부른 자작곡을 발표하며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데뷔 초부터 ‘칼군무’로 이목을 끈 인피니트의 우현도 데뷔 6년 만에 솔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오는 9일 미니음반을 통해 홀로서기에 나서는 그도 ‘자작곡’을 준비했다. 팀의 유닛인 투하트를 통해 가창력은 인정을 받았지만, 솔로는 처음이다. 게다가 음악적 기량을 뽐낼 자작곡까지 포함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인피니트의 음반이 아닌 자신의 솔로 음반에는 어떤 목소리와 메시지를 담았을지, 쉽게 예상되지 않아 더욱 그렇다. 6년 만에 솔로로 걸음을 뗀 그가 음악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처럼 그룹의 멤버로 출발했지만,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어 올해도, 가요계의 전망은 밝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