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이제훈 : 영화 ‘파수꾼’ 작업을 하면서 조성희 감독님하고 처음 만났었다. 익히 좋으신 분이라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분이라도 영화 현장에서는 책임감이 막중한 감독의 역할을 하다 보면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조성희 감독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없이 배려해주시고 막내 스태프들까지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감독님이었다. 감독은 배의 선장과도 같은 역할이다. 파도가 치고 예상치 못한 고난에 부딪혔을 때 판단을 내리고 선원들을 이끌어가야 한다. 조성희 감독님이 그랬다. 침착하게 상황을 타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믿음직스러웠다. 아마 작업을 했던 배우들이 또다시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아닐까 싶다.
10. 독특한 홍길동의 모습만큼이나 홍길동과 여정을 함께하는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도 굉장히 눈길을 끈다.
이제훈 : 동이와 말순이가 큰 역할을 해냈다. 동이와 말순이 덕분에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었다. 함께 출연하는 내가 봐도 두 사람의 의도되지 않은 순수한 모습들이 너무 재밌었다. 아이들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하하.
10. 두 사람은 ‘아역 연기자’를 떠나 한 사람의 배우로서 역할을 다한 느낌이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어땠나.
이제훈 : 두 사람은 정말 멋진 배우다. 특히 말순이였던 김하나는 연기 경력이 전무했는데 초반에 나를 안 보고 카메라를 보거나, 시선을 어디에다 둘지 모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이끌어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결국, 멋진 연기를 보여줬지. 연기를 잘하지 못하거나, 배우지 못한 친구가 순수하게 ‘날 것’의 연기를 했을 때 느낌은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말순을 만들어낸 제작진과 스태프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린 친구들은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감독님과 제작진들이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을 독려해주고 칭찬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길동이가 변화하는 모습에 많이 투영시켰다. 결과적으로 아역 친구들 덕분에 멋진 영화가 탄생했다. 정의가 동이여서, 하나가 말순이어서 참 고맙다.
10. 동이와 말숙 같은 친구가 좋을까, 조카가 좋을까.(웃음)
이제훈 : 친구도 좋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카 삼고 싶다. 하하. 삼촌으로서 아이들이 어떻게 커가는지 계속 지켜볼 수 있잖아.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좋은 얘기를 해주면서 성장하는 걸 바라보고 싶다.
10.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으면 좋겠나.
이제훈 : 관객들도 이렇게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기다리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촬영하는 우리도 이런 비주얼과 미장센을 가진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게 참 행운이었다. 영화를 꿈꾸는 이들이 ‘탐정 홍길동’을 보면서 더 큰 꿈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영화를 즐겨주시면서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
10. 이제 개봉한 영화에 후속을 논하긴 이르지만, 여지를 남긴 엔딩 때문인지 ‘탐정 홍길동’ 후속에 대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배우도 후속을 기다리고 있는가.
이제훈 : 너무도 기다린다. 하하. ‘탐정 홍길동’은 셋팅 하나하나 세심히 작업하며 공을 들인 영화다. 난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사실 촬영할 땐 잘 못 느꼈는데, 내레이션, 모니터링 시사회 등 후반 작업을 하면서 다음 이야기가 자꾸 상상되고 궁금해지더라. 이번 ‘탐정 홍길동’에서 홍길동이 광운회 실체를 마주하게 됐다면, 후속에서는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전적으로 내 상상이다. 하하.
10. 꽤 구체적으로 상상했다.(웃음)
이제훈 : 그러게, 감독도 아닌데. 하하. 그렇지만 이 정도는 ‘탐정 홍길동’을 본 사람들은 충분히 예상하지 않을까 싶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편에서는 아버지와 대결 등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아니면 강성일(김성균)의 쌍둥이가 나타나든가, 알고 보니 살아있었다거나.(웃음)
10. 이제훈은 ‘건축학개론’의 순수한 남자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이미지가 변한 느낌이다. 본인은 지금의 강렬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편인가.
이제훈 : 강렬한 이미지를 추구한다기보다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끌렸던 것 같다.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여태까지는 교복을 입은 모습, 순진한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냉철한 프로파일러나 탐정 같은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거다.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싶은 욕심은 많다.
10. 이미지가 달라진 것뿐만 아니라 본인의 성향에도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훈 : 확실히 전과 달라지긴 했다. 좀 더 여유로워졌다고 해야 할까. 연기를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더 나아가 배우로서 작품 속에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전보다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과 소통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런닝맨’이란 예능 프로그램도 나간 거고. 하하. 사실 내가 재밌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예능에 나가는 게 많이 힘들다. 예능은 재밌자고 보는 거잖아. 내가 나가면 분위기가 어색하고 무거워질 것 같아서 걱정을 많이 한다.(웃음)
10. 이제훈은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까.
이제훈 :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사나 변호사 역할을 맡아보고 싶기도 하고 본격적인 액션물을 찍고 싶기도 하다. 아직 젊기 때문에 혈기 왕성한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복싱 영화라든지. 격투를 하는데 있어 사각의 링 안에서 룰을 갖고 남자 대 남자로 싸우는 것이 굉장히 신성하고 정직하게 느껴졌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복싱 영화가 나오는 걸 보면서 한국에도 복싱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복싱을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아니면 사기꾼도 좋다. 하하. 제안 주신 작품들은 어떤 것이든 다 하고 싶다. 꾸준히 좋은 작품을 통해 인사드리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쉬지 않고 달리고 싶다.
한혜리 기자 hyeri@tenasia.co.kr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 속 이제훈을 바라보자니 어떤 일을 남들보다 잘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유능하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의적이 아닌 악한 탐정 홍길동으로 변신한 이제훈의 연기는 그만큼 자유롭고 영리하다. 홍길동 캐릭터의 특색을 명쾌하게 살려내고 거짓말을 일삼는 홍길동처럼 자유자재로 표정을 바꾸며 완벽히 캐릭터에 녹아들었다.10. ‘탐정 홍길동’은 여러모로 볼거리도 많고 재미도 있다고 호평을 받고 있는데, 영화가 이렇게 호평을 받을 정도로 재밌게 나왔다면 배우와 감독의 호흡이 좋았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조성희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제훈을 단순히 유려한 연기만으로 ‘유능하다’고 정의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 이제훈은 홍길동으로 변신하기 위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탐구했다. 덕분에 이제훈은 홍길동의 심리를 완벽히 파악해냈다. 배우가 연기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이토록 치열하게 탐구하다니, 이보다 더 ‘유능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훈은 탐정 홍길동처럼 아니, 어쩌면 탐정보다 더 유능한 배우다.
※ ‘탐정 홍길동’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제훈 : 영화 ‘파수꾼’ 작업을 하면서 조성희 감독님하고 처음 만났었다. 익히 좋으신 분이라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분이라도 영화 현장에서는 책임감이 막중한 감독의 역할을 하다 보면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조성희 감독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없이 배려해주시고 막내 스태프들까지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감독님이었다. 감독은 배의 선장과도 같은 역할이다. 파도가 치고 예상치 못한 고난에 부딪혔을 때 판단을 내리고 선원들을 이끌어가야 한다. 조성희 감독님이 그랬다. 침착하게 상황을 타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믿음직스러웠다. 아마 작업을 했던 배우들이 또다시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아닐까 싶다.
10. 독특한 홍길동의 모습만큼이나 홍길동과 여정을 함께하는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도 굉장히 눈길을 끈다.
이제훈 : 동이와 말순이가 큰 역할을 해냈다. 동이와 말순이 덕분에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었다. 함께 출연하는 내가 봐도 두 사람의 의도되지 않은 순수한 모습들이 너무 재밌었다. 아이들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하하.
10. 두 사람은 ‘아역 연기자’를 떠나 한 사람의 배우로서 역할을 다한 느낌이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어땠나.
이제훈 : 두 사람은 정말 멋진 배우다. 특히 말순이였던 김하나는 연기 경력이 전무했는데 초반에 나를 안 보고 카메라를 보거나, 시선을 어디에다 둘지 모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이끌어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결국, 멋진 연기를 보여줬지. 연기를 잘하지 못하거나, 배우지 못한 친구가 순수하게 ‘날 것’의 연기를 했을 때 느낌은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말순을 만들어낸 제작진과 스태프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린 친구들은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감독님과 제작진들이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을 독려해주고 칭찬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길동이가 변화하는 모습에 많이 투영시켰다. 결과적으로 아역 친구들 덕분에 멋진 영화가 탄생했다. 정의가 동이여서, 하나가 말순이어서 참 고맙다.
10. 동이와 말숙 같은 친구가 좋을까, 조카가 좋을까.(웃음)
이제훈 : 친구도 좋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카 삼고 싶다. 하하. 삼촌으로서 아이들이 어떻게 커가는지 계속 지켜볼 수 있잖아.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좋은 얘기를 해주면서 성장하는 걸 바라보고 싶다.
이제훈 : 관객들도 이렇게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기다리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촬영하는 우리도 이런 비주얼과 미장센을 가진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게 참 행운이었다. 영화를 꿈꾸는 이들이 ‘탐정 홍길동’을 보면서 더 큰 꿈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영화를 즐겨주시면서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
10. 이제 개봉한 영화에 후속을 논하긴 이르지만, 여지를 남긴 엔딩 때문인지 ‘탐정 홍길동’ 후속에 대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배우도 후속을 기다리고 있는가.
이제훈 : 너무도 기다린다. 하하. ‘탐정 홍길동’은 셋팅 하나하나 세심히 작업하며 공을 들인 영화다. 난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사실 촬영할 땐 잘 못 느꼈는데, 내레이션, 모니터링 시사회 등 후반 작업을 하면서 다음 이야기가 자꾸 상상되고 궁금해지더라. 이번 ‘탐정 홍길동’에서 홍길동이 광운회 실체를 마주하게 됐다면, 후속에서는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전적으로 내 상상이다. 하하.
10. 꽤 구체적으로 상상했다.(웃음)
이제훈 : 그러게, 감독도 아닌데. 하하. 그렇지만 이 정도는 ‘탐정 홍길동’을 본 사람들은 충분히 예상하지 않을까 싶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편에서는 아버지와 대결 등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아니면 강성일(김성균)의 쌍둥이가 나타나든가, 알고 보니 살아있었다거나.(웃음)
이제훈 : 강렬한 이미지를 추구한다기보다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끌렸던 것 같다.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여태까지는 교복을 입은 모습, 순진한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냉철한 프로파일러나 탐정 같은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거다.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싶은 욕심은 많다.
10. 이미지가 달라진 것뿐만 아니라 본인의 성향에도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훈 : 확실히 전과 달라지긴 했다. 좀 더 여유로워졌다고 해야 할까. 연기를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더 나아가 배우로서 작품 속에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전보다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과 소통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런닝맨’이란 예능 프로그램도 나간 거고. 하하. 사실 내가 재밌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예능에 나가는 게 많이 힘들다. 예능은 재밌자고 보는 거잖아. 내가 나가면 분위기가 어색하고 무거워질 것 같아서 걱정을 많이 한다.(웃음)
10. 이제훈은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까.
이제훈 :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사나 변호사 역할을 맡아보고 싶기도 하고 본격적인 액션물을 찍고 싶기도 하다. 아직 젊기 때문에 혈기 왕성한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복싱 영화라든지. 격투를 하는데 있어 사각의 링 안에서 룰을 갖고 남자 대 남자로 싸우는 것이 굉장히 신성하고 정직하게 느껴졌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복싱 영화가 나오는 걸 보면서 한국에도 복싱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복싱을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아니면 사기꾼도 좋다. 하하. 제안 주신 작품들은 어떤 것이든 다 하고 싶다. 꾸준히 좋은 작품을 통해 인사드리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쉬지 않고 달리고 싶다.
한혜리 기자 hyer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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