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유연석 : 안 보여드렸던 이미지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셨을까 궁금했어요. 보신 분들이 유연석의 다른 모습을 본 것 같다고 좋아해주시고, ‘유연석의 실체가 무엇이냐. 사실은 이런 모습이 실체가 아니냐’고 이야기를 해주실 정도로 재미있게 보신 것 같아요. 그간 무거운 영화들이 많았는데 새해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이 나와서 좋아요.
10. 제일 궁금했던 건 대본 받았을 때 끌리는 점이었어요.
유연석 : 대사나 상황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신선하고 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재현의 캐릭터도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 앞 부분엔 바람둥이 같고 능청스런 부분이 보이지만, 후반에 가서 재현이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입체적인 캐릭터 그릴 수 있겠다는 희망도 들었어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대사와 상황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10. 극 중 재현(유연석)은 만나던 여자가 애인 생겼대도 “헤어지면 연락해”라고 할 정도로 사랑에 쿨해요. 그런데 수정(문채원)이 철벽을 쳐도 재현은 계속 다가가요. 마치 ‘나에게 이런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같은 느낌도 있어요. 재현은 수정의 어떤 점에 진심이 됐을까요?
유연석 : 처음부터 수정에게서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기보다 처음은 재현이 늘 하던 대로 다가갔을 거예요. 목적지가 같다보니까 함께 간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재현도 사실은 지금과 같은 연애관을 고집하기 이전에 수정처럼 연애를 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오랜 사랑을 하다가 크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지 않을까. 현실은 그런 연애에 대해서 일부러라도 거부하고, 하룻밤 연애라든지 자유연애를 고집하는 연애관이 생기지 않을까. 수정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예전에 자기도 했었을 지금도 잊고 지냈을 그런 사랑을 그런 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수정이란 사람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지 않을까요.
10. 유연석은 어떤 사람인가요. 금방에 사랑에 빠지나요. 오래 두고 보는 편인가요.
유연석 : 금방은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조금 필요해요. 한 번 마음을 주기 시작하면 조금 오래 주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10. ‘그날의 분위기’ 속에서 유연석이 생각해도 여자들이 재현에게 설렐 것 같은 장면을 꼽아주세요.
유연석 : 발마사지 할 때 그 장면도 그렇고, 발마사지 하는 씬 자체가 설렌다기 보다 무언가 자연스럽게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비가 온다든지 비가 온 상황 속에서 상대를 배려해 젖은 어깨라든지, 그런 부분이 여자를 설레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하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재현은 처음엔 당황스럽게 들이대지만, 거짓이 없어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있기도 하고, 좀 용기 있게 행동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농구장에서 수정이 덩크슛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귀엽게 폴짝 거리는 그 수정의 허리를 뒤에서 받쳐 올려주는 장면도 좋아요.
10. 영화는 하루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에서 여러 멋진 풍경이 나와요.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함께 즐길 수 있었겠어요.
유연석 : 네, 지방 여기저기 다니면서 촬영을 했었어요. 잠깐이라도 그쪽의 유명한 음식들이라든지 찾아서 먹으려고 하고, 볼거리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먹거리들은 하나씩 챙겨먹으려고 했어요.
10. 기억에 남는 풍경이 있나요?
유연석 : 여수에 위치한 절이 기억이 나요. 진철(박민우)을 찾으러 올라갔다가 절에서 보게 된 바다의 풍경이에요. 절은 산인데 산에 있는 절에서 바다를 보게 되는 풍경이 새로웠던 것 같아요.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10. 조규장 감독은 독립영화에서 활동하던 분이고, ‘그날의 분위기’로 첫 상업영화를 연출하게 됐어요. 호흡은 어땠나요? 촬영 전 직접 대본 회의도 참여했다고요.
유연석 : ‘그날의 분위기’는 감독님이 처음부터 쓰신 시나리오가 아니라 예전에 기획됐던 시나리오를 발전시킨 작품이에요. 그러다보니까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셨어요. 연출자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받아들이는 배우의 의견도 존중해주셨어요. 많이 물어봐주셨어요. 테이블 작업도 많이 하고, 감독님과 특히나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촬영 끝나면 항상 맛있는 거 먹고 맥주 한 잔 하면서 그날 씬도 이야기하고, 다음날 어떻게 촬영할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10. 영화를 촬영하면서 배우가 테이블 작업에도 참여하는 경우는 드문데, 새로운 경험이 됐을 것 같아요.
유연석 : 전에는 이 정도까지 대본작업을 안했었어요. ‘그날의 분위기’는 제가 좀 더 끌어가야 되는 입장의 영화이기도 하고, 처음에 캐스팅 됐을 때 받았던 대본은 날 것 같고, 새빨갛던 영화였는데 촬영하다보니 많이 순화됐었어요. 핑크빛처럼 많이 예뻐졌어요.
10. 아, 그럼 초반 기획 당시는 더 적나라했었나요?
유연석 : 대화나 씬에 대한 표현이 더 그랬는데, 지금의 영화는 처음과 순화된 것 사이에 중간 정도로 맞춰졌어요. 대본이 처음에 받았을 때보다 느낌들이 많이 가다듬어 졌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제안을 했어요. 저는 영화가 갖고 있는 신선한 모습에 끌렸었다고. 더 과감하게 우리 예전에 갖고 있던 시나리오의 모습을 반영해도 좋지 않겠냐고요. 여배우가 고민하는 부분도 있으니 적정선에서 조율을 해서 그려 놓은 게 지금 정도로 맞춰진 것 같아요.
10. 하룻밤까지의 극 흐름은 좋았는데, 그 이후 진부하다는 평가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연석 : 로맨스물이 갖고 있는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틀이 있어요. 낯선 남녀가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리고 그 둘을 틀어놔야 해요. 틀어놔서 헤어지게 만들었다 다시 만나게 할 것인지 다시금 틀어놓고 이별하게 만들 것인지 그런 틀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영화에서는 아프다든가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죠. 엔딩도 마찬가지고. ‘그날의 분위기’는 보편적인 공감을 갖고 있는 씬을 배치하지만 대사에 차별화를 두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마지막 씬의 기차역은 로맨스 영화에서 익숙하게 봤던 장소지만, 이 영화에서의 기차역은 두 남녀가 처음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고, 기차가 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차역을 포기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 장면 안에서 처음 제가 했던 대사들을 수정이 반복한다든지 조금 더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했어요.
10. 재현을 연기하면서 배운 연애의 기술이 있을까요.
유연석 : 솔직한 감정들인 거 같아요. 몇몇 여자 분들이 요즘 솔직하게 용기 있게 다가오는 남자들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예전보다 소극적이게 된 것 같다고요. 재현처럼 거짓 없이 솔직하게 다가가면 그게 오히려 더 나은 것 같아요. 반했으면 반했다고 이야기하고 빙빙 둘려서 이야기하지 않고. 그런 솔직한 모습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자들이 감동하고 마음을 여는 것들은 큰 것에 있지 않구나. 바나나우유 빨대에 비닐 조각 덥혀 있는 것에 감동하고,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는구나. 대단한 레스토랑과 좋은 곳, 큰 것에 대한 감동보다 사소한 배려가 쌓이게 됐을 때 결국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이란 걸 알게 됐어요.
10. 그런데 유연석 외모라서 가능한 것 아닐까요. 엔딩크레딧 보너스 영상에서 조재윤과 김슬기의 장면이 유연석의 모습과 너무 대조됐어요.
유연석 : 재현의 경우, 첫 대사를 하기 전에 자연스런 대화가 있어요. 샌드위치도 주고, 바나나 우유도 주고. 보자마자 “자자”라고 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겠죠? 엔딩 영상은 그런 주의사항 아닐까요. 그 영상을 처음 촬영할 때는 슬기 씨가 재윤 씨 뺨을 때리다가 마지막에 뽀뽀를 했어요. 하하.
10. ‘그날의 분위기’는 솔로, 커플, 또 권태기가 있는 커플 등등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가장 완벽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그날의 분위기’는 뭘까요?
유연석 : 완벽한 그날의 분위기라… 제약 없이 어떤 상황에서 영화를 봐도 편한 마음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나갈 때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보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인사를 건네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요? 아니면 대중교통을 타고 가면서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누굴까 설렘을 갖게 된다면 영화를 보고 나서 재미있는 순간이 아닐까요. 10. ‘응답하라 1994’ 이후 정말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했어요. 그러나 아직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속 칠봉이를 능가할만한 결과물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아쉬운 마음은 없나요?
유연석 : ‘응사’라는 작품을 하고 나서 사실 많이 달라졌죠. 하지만 저를 평가하는 것은 제 주변의 시선이기도 하고, 저는 2003년부터 계속 작품을 해오면서 잘된 작품도 있고, 안된 작품도 있고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어요. 유독 응사가 많은 사랑을 받다보니까 관심이 쏠리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운이 안 따를 때도 있어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이번 작품이 그 전 작품보다 사랑을 받아야하는지 고민을 넘어서서 이 작품을 했을 ? 마음먹은 것들을 이뤘느냐. 새롭게 보여드려야 했던 이미지나 캐릭터의 모습을 잘 전달했느냐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10. ‘응사’ 이후 칠봉이와 비슷한 역으로 흐름을 탈 수 있는데도 ‘상의원’, ‘제보자’, ‘은밀한 유혹’ 모두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작품 선택에 어떤 기준이 있나요?
유연석 : 다른 이미지를 자꾸 찾으려고 해요.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를 다시 또 하고 싶고 그렇기 보다 아무리 많은 사랑을 받았어도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찾으려고 시도를 하고 있어요.
10. 자꾸 다른 것을 찾기도 하고, 뮤지컬에 도전하기도 하고, 대학원도 다녔어요. 배우 활동 외에도 계속 도전하는 원동력이 뭔가요?
유연석 : 작업 자체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새로운 만남들이 있고, 특히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에는 배우가 표현해야 될 것이 사람에 대한 고민이고 표현인데 그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그 과정들이 즐겁고 새롭고 하다 보니까 계속적인 다른 시도도 하게 돼요.
10. 2015년은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로 뮤지컬에 도전했다면, 올해는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유연석 :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는데 그간 남성적이라든지 흐트러져있는 모습을 보여드린 경우가 없는 것 같아요. 백수가 될 수도 있고, 흐트러져 있고, 정돈되지 않은 그런 자연스런 모습도 보여드리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10. 영화 ‘그날의 분위기’와 동시에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공연도 계속 하고 있어요. 뮤지컬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있나요?
유연석 : 촬영할 때나 연기할 때 ‘그날의 분위기’가 진짜 중요하구나! 공연할 때도 보면, 항상 똑같은 가사고, 똑같은 멜로디로 공연하는데 그날의 분위기가 항상 달라요. 비가 왔을 때, 날씨가 추웠다든지 관객이 많든지 공연 시간대가 낮인지 밤인지에 따라서 공연장의 분위기가 많이 달리지고, 배우의 연기도 달라지고. 현장에서 갖고 가야될 분위기가 배우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걸 알게 됐어요.
10. 당황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유연석 : 쉼 없이 노래하고 달리다보니까 잠깐 정신을 놓으면 실수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계속 돼야 하잖아요. 땀이 삐질 삐질 나요. 실수한 적도 많고.
10. 실제로 실수한 적이 있나요?
유연석 : 물론 있죠. 관객들이 모르게 실수할 때도 있고요. 뮤지컬이고, 계속 멜로디가 나오다보면 자칫 박자를 놓칠 수도 있는데 순간 가사가 생각이 안 나면 심장이 진짜 쫄깃쫄깃해요.
10. 뮤지컬 속 유연석의 모습도 계속 볼 수 있을까요?
유연석 : 뮤지컬도 그렇고, 연극도 그렇고, 시간이 되면 앞으로 꾸준히 공연을 하고 싶어요. 10. 뮤지컬로 노래를 들었지만 개인적으론, 유연석의 노래를 음원으로 듣고 싶어요. OST라든지.
유연석 : 자연스런 기회가 있으면 하면 좋죠. ‘응사’ OST로 불렀던 노래를 가족들이 너무 좋아해서 지금도 가족들의 컬러링이 다 그 노래에요. (웃음) 앞으로도 음반을 내는 것보다 작품과 연계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어요. 배우 활동의 일환이니까요.
10. 어떤 노래를 좋아하세요?
유연석 : 부르는 건 발라드가 맞는 것 같은데 듣는 것은 편식을 해서 듣진 않아요.
10. 2014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다녀온 뒤, ‘유연석의 드림’이라는 포토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어요. 그 에세이에서 에티오피아 어린이 츠케와의 인연이 인상적이었요. 이후 이야기가 궁금해요.
유연석 : 이후에도 계속 후원을 하고 있어요. 츠케의 성장 과정들이 계속 전해 와요. 얼마 전 연말에 츠케가 사진을 보내줬어요. 잘 지내고 있더라고요.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어요. 내가 그때 줬던 옷은 잘 입고 있는지 궁금하고요. (웃음)
10. 에티오피아의 많은 어린이들 중에 츠케와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궁금해요. 책 속에서는 총리의 꿈을 가진 츠케에 끌렸다고 적혀 있었어요.
유연석 : 그곳 어린이들은 꿈이란 것에 대한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꿈을 갖고 있지 않아요. 소박한 것들이 꿈이에요. 학교 들판에 꽃이 있었으면 좋?다, 물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에겐 당연한 것이 그들에겐 꿈이 됐어요. 츠케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큰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 여행이 ‘드림’이라는 테마를 갖고 갔던 여행이었는데 그 친구가 갖고 있는 꿈 자체가 놀랍게 느껴졌어요. 조금 더 도와주고 싶었어요.
10. 유연석이 그 곳을 다녀 오고 나서 생긴 꿈이 있을까요?
유연석 : 예전엔 어떤 배우가 돼야겠다, 어떤 사람이 돼야겠다는 꿈이 있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작은 것들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거구나. 저도 사실은 목표와 같은 꿈보다도 매번 작은 꿈들을 꿔나가야겠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작품 끝나고 나서 영화 보는 분들이 돌아가는 길에 옆에 앉은 사람이랑 인사 한마디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별거 아닌 바람이지만, 그런 꿈들을 자꾸 만들어 가야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꿈이라고 생각하면 막연한 단어잖아요. 너무 이루기 힘든 막연한 꿈들을 꾼다기보다 그 안에 작고 소소한 지금 당장이라도 이룰 수 있는 작은 꿈들은 계속 만들어 꿈꿔나가면 만족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요.
10. 멋진 말이네요. 책 속 표현들도 멋졌어요. 평소 쓰는 것도 많이 하나요?
유연석 : 평소에 많이 쓰는 편은 아닌데, 거기 갔을 때는 스쳐갔던 생각들이 많이 있었어요. 여행은 평소 못했던 생각들이 스쳐가고 여유들이 있고 하다보니까 너무 대단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불쑥불쑥 떠나보고 싶어요.
10. 정말 바쁜 생활이에요. 쉬고 싶은 생각도 있을 텐데요.
유연석 : 생각도 들죠. 또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보면 욕심이 나요. 그러다보니까 계속 못 쉬고 달려온 것 같아요. 올해는 작품도 하겠지만, 잠깐 잠깐 여유를 가져가면서 작품을 하면 어떨까 생각도 했어요.
10. 2016년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들려주세요.
유연석 : 우선은 올해 시작한 작품들 잘 마무리하고 나서 여행을 또 가고 싶어요. 서핑을 배워서 따뜻한 봄이 오면 캠핑을 떠나볼까 생각 중이에요. 바닷가에 가서 캠핑을 즐기면 어떨까요?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인터뷰 내내 유연석의 답변은 어찌 보면 모범 답안에 가까울 정도로 바람직했다. 그러나 전혀 가식적이지 않았다. 그가 오랫동안 고심해왔고, 쌓아왔던 단단함이 그 속에 보였다. 유연석의 인생이 말해줬다. 유연석은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얻은 칠봉이 인기 이후에도 안전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상의원’, ‘은밀한 유혹’, ‘제보자’ 등 어느 하나 겹칠 것이 없는 캐릭터다. 그 사이 그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아프리카에 다녀와 ‘유연석의 드림’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2015년엔 ‘벽을 뚫는 남자’로 뮤지컬에도 도전했다. 14일 개봉한 영화 ‘그날의 분위기’도 유연석의 또 다른 도전이다. 발칙하고 달달한 줄거리 속 유연석은 그동안 보여줬던 칠봉이나 드라마 ‘맨도롱 또?’의 건우와는 또 다른 설렘을 선사한다. 유연석의 필모그래피가 말해주는 그의 도전들이 앞으로의 유연석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신중히 대답을 고르는 인터뷰의 행간 속에서 더 유연석에 빠져들었다.10. 영화 ‘그날의 분위기’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인터뷰는 13일 이뤄졌다.) 소감이 어떤가요?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 달라 반응이 기대도 될 것 같아요.
* 영화 ‘그날의 분위기’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유연석 : 안 보여드렸던 이미지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셨을까 궁금했어요. 보신 분들이 유연석의 다른 모습을 본 것 같다고 좋아해주시고, ‘유연석의 실체가 무엇이냐. 사실은 이런 모습이 실체가 아니냐’고 이야기를 해주실 정도로 재미있게 보신 것 같아요. 그간 무거운 영화들이 많았는데 새해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이 나와서 좋아요.
10. 제일 궁금했던 건 대본 받았을 때 끌리는 점이었어요.
유연석 : 대사나 상황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신선하고 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재현의 캐릭터도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 앞 부분엔 바람둥이 같고 능청스런 부분이 보이지만, 후반에 가서 재현이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입체적인 캐릭터 그릴 수 있겠다는 희망도 들었어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대사와 상황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10. 극 중 재현(유연석)은 만나던 여자가 애인 생겼대도 “헤어지면 연락해”라고 할 정도로 사랑에 쿨해요. 그런데 수정(문채원)이 철벽을 쳐도 재현은 계속 다가가요. 마치 ‘나에게 이런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같은 느낌도 있어요. 재현은 수정의 어떤 점에 진심이 됐을까요?
유연석 : 처음부터 수정에게서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기보다 처음은 재현이 늘 하던 대로 다가갔을 거예요. 목적지가 같다보니까 함께 간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재현도 사실은 지금과 같은 연애관을 고집하기 이전에 수정처럼 연애를 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오랜 사랑을 하다가 크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지 않을까. 현실은 그런 연애에 대해서 일부러라도 거부하고, 하룻밤 연애라든지 자유연애를 고집하는 연애관이 생기지 않을까. 수정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예전에 자기도 했었을 지금도 잊고 지냈을 그런 사랑을 그런 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수정이란 사람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지 않을까요.
10. 유연석은 어떤 사람인가요. 금방에 사랑에 빠지나요. 오래 두고 보는 편인가요.
유연석 : 금방은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조금 필요해요. 한 번 마음을 주기 시작하면 조금 오래 주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10. ‘그날의 분위기’ 속에서 유연석이 생각해도 여자들이 재현에게 설렐 것 같은 장면을 꼽아주세요.
유연석 : 발마사지 할 때 그 장면도 그렇고, 발마사지 하는 씬 자체가 설렌다기 보다 무언가 자연스럽게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비가 온다든지 비가 온 상황 속에서 상대를 배려해 젖은 어깨라든지, 그런 부분이 여자를 설레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하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재현은 처음엔 당황스럽게 들이대지만, 거짓이 없어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있기도 하고, 좀 용기 있게 행동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농구장에서 수정이 덩크슛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귀엽게 폴짝 거리는 그 수정의 허리를 뒤에서 받쳐 올려주는 장면도 좋아요.
10. 영화는 하루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에서 여러 멋진 풍경이 나와요.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함께 즐길 수 있었겠어요.
유연석 : 네, 지방 여기저기 다니면서 촬영을 했었어요. 잠깐이라도 그쪽의 유명한 음식들이라든지 찾아서 먹으려고 하고, 볼거리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먹거리들은 하나씩 챙겨먹으려고 했어요.
10. 기억에 남는 풍경이 있나요?
유연석 : 여수에 위치한 절이 기억이 나요. 진철(박민우)을 찾으러 올라갔다가 절에서 보게 된 바다의 풍경이에요. 절은 산인데 산에 있는 절에서 바다를 보게 되는 풍경이 새로웠던 것 같아요.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10. 조규장 감독은 독립영화에서 활동하던 분이고, ‘그날의 분위기’로 첫 상업영화를 연출하게 됐어요. 호흡은 어땠나요? 촬영 전 직접 대본 회의도 참여했다고요.
유연석 : ‘그날의 분위기’는 감독님이 처음부터 쓰신 시나리오가 아니라 예전에 기획됐던 시나리오를 발전시킨 작품이에요. 그러다보니까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셨어요. 연출자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받아들이는 배우의 의견도 존중해주셨어요. 많이 물어봐주셨어요. 테이블 작업도 많이 하고, 감독님과 특히나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촬영 끝나면 항상 맛있는 거 먹고 맥주 한 잔 하면서 그날 씬도 이야기하고, 다음날 어떻게 촬영할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10. 영화를 촬영하면서 배우가 테이블 작업에도 참여하는 경우는 드문데, 새로운 경험이 됐을 것 같아요.
유연석 : 전에는 이 정도까지 대본작업을 안했었어요. ‘그날의 분위기’는 제가 좀 더 끌어가야 되는 입장의 영화이기도 하고, 처음에 캐스팅 됐을 때 받았던 대본은 날 것 같고, 새빨갛던 영화였는데 촬영하다보니 많이 순화됐었어요. 핑크빛처럼 많이 예뻐졌어요.
10. 아, 그럼 초반 기획 당시는 더 적나라했었나요?
유연석 : 대화나 씬에 대한 표현이 더 그랬는데, 지금의 영화는 처음과 순화된 것 사이에 중간 정도로 맞춰졌어요. 대본이 처음에 받았을 때보다 느낌들이 많이 가다듬어 졌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제안을 했어요. 저는 영화가 갖고 있는 신선한 모습에 끌렸었다고. 더 과감하게 우리 예전에 갖고 있던 시나리오의 모습을 반영해도 좋지 않겠냐고요. 여배우가 고민하는 부분도 있으니 적정선에서 조율을 해서 그려 놓은 게 지금 정도로 맞춰진 것 같아요.
10. 하룻밤까지의 극 흐름은 좋았는데, 그 이후 진부하다는 평가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연석 : 로맨스물이 갖고 있는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틀이 있어요. 낯선 남녀가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리고 그 둘을 틀어놔야 해요. 틀어놔서 헤어지게 만들었다 다시 만나게 할 것인지 다시금 틀어놓고 이별하게 만들 것인지 그런 틀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영화에서는 아프다든가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죠. 엔딩도 마찬가지고. ‘그날의 분위기’는 보편적인 공감을 갖고 있는 씬을 배치하지만 대사에 차별화를 두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마지막 씬의 기차역은 로맨스 영화에서 익숙하게 봤던 장소지만, 이 영화에서의 기차역은 두 남녀가 처음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고, 기차가 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차역을 포기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 장면 안에서 처음 제가 했던 대사들을 수정이 반복한다든지 조금 더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했어요.
10. 재현을 연기하면서 배운 연애의 기술이 있을까요.
유연석 : 솔직한 감정들인 거 같아요. 몇몇 여자 분들이 요즘 솔직하게 용기 있게 다가오는 남자들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예전보다 소극적이게 된 것 같다고요. 재현처럼 거짓 없이 솔직하게 다가가면 그게 오히려 더 나은 것 같아요. 반했으면 반했다고 이야기하고 빙빙 둘려서 이야기하지 않고. 그런 솔직한 모습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자들이 감동하고 마음을 여는 것들은 큰 것에 있지 않구나. 바나나우유 빨대에 비닐 조각 덥혀 있는 것에 감동하고,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는구나. 대단한 레스토랑과 좋은 곳, 큰 것에 대한 감동보다 사소한 배려가 쌓이게 됐을 때 결국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이란 걸 알게 됐어요.
10. 그런데 유연석 외모라서 가능한 것 아닐까요. 엔딩크레딧 보너스 영상에서 조재윤과 김슬기의 장면이 유연석의 모습과 너무 대조됐어요.
유연석 : 재현의 경우, 첫 대사를 하기 전에 자연스런 대화가 있어요. 샌드위치도 주고, 바나나 우유도 주고. 보자마자 “자자”라고 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겠죠? 엔딩 영상은 그런 주의사항 아닐까요. 그 영상을 처음 촬영할 때는 슬기 씨가 재윤 씨 뺨을 때리다가 마지막에 뽀뽀를 했어요. 하하.
10. ‘그날의 분위기’는 솔로, 커플, 또 권태기가 있는 커플 등등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가장 완벽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그날의 분위기’는 뭘까요?
유연석 : 완벽한 그날의 분위기라… 제약 없이 어떤 상황에서 영화를 봐도 편한 마음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나갈 때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보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인사를 건네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요? 아니면 대중교통을 타고 가면서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누굴까 설렘을 갖게 된다면 영화를 보고 나서 재미있는 순간이 아닐까요. 10. ‘응답하라 1994’ 이후 정말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했어요. 그러나 아직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속 칠봉이를 능가할만한 결과물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아쉬운 마음은 없나요?
유연석 : ‘응사’라는 작품을 하고 나서 사실 많이 달라졌죠. 하지만 저를 평가하는 것은 제 주변의 시선이기도 하고, 저는 2003년부터 계속 작품을 해오면서 잘된 작품도 있고, 안된 작품도 있고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어요. 유독 응사가 많은 사랑을 받다보니까 관심이 쏠리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운이 안 따를 때도 있어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이번 작품이 그 전 작품보다 사랑을 받아야하는지 고민을 넘어서서 이 작품을 했을 ? 마음먹은 것들을 이뤘느냐. 새롭게 보여드려야 했던 이미지나 캐릭터의 모습을 잘 전달했느냐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10. ‘응사’ 이후 칠봉이와 비슷한 역으로 흐름을 탈 수 있는데도 ‘상의원’, ‘제보자’, ‘은밀한 유혹’ 모두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작품 선택에 어떤 기준이 있나요?
유연석 : 다른 이미지를 자꾸 찾으려고 해요.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를 다시 또 하고 싶고 그렇기 보다 아무리 많은 사랑을 받았어도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찾으려고 시도를 하고 있어요.
10. 자꾸 다른 것을 찾기도 하고, 뮤지컬에 도전하기도 하고, 대학원도 다녔어요. 배우 활동 외에도 계속 도전하는 원동력이 뭔가요?
유연석 : 작업 자체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새로운 만남들이 있고, 특히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에는 배우가 표현해야 될 것이 사람에 대한 고민이고 표현인데 그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그 과정들이 즐겁고 새롭고 하다 보니까 계속적인 다른 시도도 하게 돼요.
10. 2015년은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로 뮤지컬에 도전했다면, 올해는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유연석 :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는데 그간 남성적이라든지 흐트러져있는 모습을 보여드린 경우가 없는 것 같아요. 백수가 될 수도 있고, 흐트러져 있고, 정돈되지 않은 그런 자연스런 모습도 보여드리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10. 영화 ‘그날의 분위기’와 동시에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공연도 계속 하고 있어요. 뮤지컬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있나요?
유연석 : 촬영할 때나 연기할 때 ‘그날의 분위기’가 진짜 중요하구나! 공연할 때도 보면, 항상 똑같은 가사고, 똑같은 멜로디로 공연하는데 그날의 분위기가 항상 달라요. 비가 왔을 때, 날씨가 추웠다든지 관객이 많든지 공연 시간대가 낮인지 밤인지에 따라서 공연장의 분위기가 많이 달리지고, 배우의 연기도 달라지고. 현장에서 갖고 가야될 분위기가 배우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걸 알게 됐어요.
10. 당황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유연석 : 쉼 없이 노래하고 달리다보니까 잠깐 정신을 놓으면 실수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계속 돼야 하잖아요. 땀이 삐질 삐질 나요. 실수한 적도 많고.
10. 실제로 실수한 적이 있나요?
유연석 : 물론 있죠. 관객들이 모르게 실수할 때도 있고요. 뮤지컬이고, 계속 멜로디가 나오다보면 자칫 박자를 놓칠 수도 있는데 순간 가사가 생각이 안 나면 심장이 진짜 쫄깃쫄깃해요.
10. 뮤지컬 속 유연석의 모습도 계속 볼 수 있을까요?
유연석 : 뮤지컬도 그렇고, 연극도 그렇고, 시간이 되면 앞으로 꾸준히 공연을 하고 싶어요. 10. 뮤지컬로 노래를 들었지만 개인적으론, 유연석의 노래를 음원으로 듣고 싶어요. OST라든지.
유연석 : 자연스런 기회가 있으면 하면 좋죠. ‘응사’ OST로 불렀던 노래를 가족들이 너무 좋아해서 지금도 가족들의 컬러링이 다 그 노래에요. (웃음) 앞으로도 음반을 내는 것보다 작품과 연계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어요. 배우 활동의 일환이니까요.
10. 어떤 노래를 좋아하세요?
유연석 : 부르는 건 발라드가 맞는 것 같은데 듣는 것은 편식을 해서 듣진 않아요.
10. 2014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다녀온 뒤, ‘유연석의 드림’이라는 포토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어요. 그 에세이에서 에티오피아 어린이 츠케와의 인연이 인상적이었요. 이후 이야기가 궁금해요.
유연석 : 이후에도 계속 후원을 하고 있어요. 츠케의 성장 과정들이 계속 전해 와요. 얼마 전 연말에 츠케가 사진을 보내줬어요. 잘 지내고 있더라고요.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어요. 내가 그때 줬던 옷은 잘 입고 있는지 궁금하고요. (웃음)
10. 에티오피아의 많은 어린이들 중에 츠케와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궁금해요. 책 속에서는 총리의 꿈을 가진 츠케에 끌렸다고 적혀 있었어요.
유연석 : 그곳 어린이들은 꿈이란 것에 대한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꿈을 갖고 있지 않아요. 소박한 것들이 꿈이에요. 학교 들판에 꽃이 있었으면 좋?다, 물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에겐 당연한 것이 그들에겐 꿈이 됐어요. 츠케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큰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 여행이 ‘드림’이라는 테마를 갖고 갔던 여행이었는데 그 친구가 갖고 있는 꿈 자체가 놀랍게 느껴졌어요. 조금 더 도와주고 싶었어요.
10. 유연석이 그 곳을 다녀 오고 나서 생긴 꿈이 있을까요?
유연석 : 예전엔 어떤 배우가 돼야겠다, 어떤 사람이 돼야겠다는 꿈이 있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작은 것들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거구나. 저도 사실은 목표와 같은 꿈보다도 매번 작은 꿈들을 꿔나가야겠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작품 끝나고 나서 영화 보는 분들이 돌아가는 길에 옆에 앉은 사람이랑 인사 한마디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별거 아닌 바람이지만, 그런 꿈들을 자꾸 만들어 가야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꿈이라고 생각하면 막연한 단어잖아요. 너무 이루기 힘든 막연한 꿈들을 꾼다기보다 그 안에 작고 소소한 지금 당장이라도 이룰 수 있는 작은 꿈들은 계속 만들어 꿈꿔나가면 만족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요.
10. 멋진 말이네요. 책 속 표현들도 멋졌어요. 평소 쓰는 것도 많이 하나요?
유연석 : 평소에 많이 쓰는 편은 아닌데, 거기 갔을 때는 스쳐갔던 생각들이 많이 있었어요. 여행은 평소 못했던 생각들이 스쳐가고 여유들이 있고 하다보니까 너무 대단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불쑥불쑥 떠나보고 싶어요.
10. 정말 바쁜 생활이에요. 쉬고 싶은 생각도 있을 텐데요.
유연석 : 생각도 들죠. 또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보면 욕심이 나요. 그러다보니까 계속 못 쉬고 달려온 것 같아요. 올해는 작품도 하겠지만, 잠깐 잠깐 여유를 가져가면서 작품을 하면 어떨까 생각도 했어요.
10. 2016년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들려주세요.
유연석 : 우선은 올해 시작한 작품들 잘 마무리하고 나서 여행을 또 가고 싶어요. 서핑을 배워서 따뜻한 봄이 오면 캠핑을 떠나볼까 생각 중이에요. 바닷가에 가서 캠핑을 즐기면 어떨까요?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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