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방송캡처
'마을' 방송캡처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12회 2015년 11월 18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설마 그놈일까요?’ 그 누구도 모르게 김혜진(장희진)을 낳을 수는 없지 않았겠냐는 기현(온주완)의 말에도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 소윤(문근영)은 혼자 사건을 파헤친다. 결국 아무도 몰랐던 혜진의 출생을 밝혀내며 소윤은 고군분투한다. 산길에서 발작을 일으킨 가영(이열음)은 실종되고, 비 오는 수요일 밤의 연쇄살인으로 의심한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서지만 다행히 그는 돌아온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가영이 파브리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졌다.

리뷰
낚시 같은 엔딩은 매번 허무함을 남긴다. 지난 주 엄청난 일이 일어 날 것 같던 결말이었지만, 역시 공포감 조성에 불과했다. 소윤은 무사히 아가씨(최재웅)의 집을 빠져나왔고, 의문스러운 정황들만 확인한 체 산길을 걸어내려왔다. 다만 그들 주위를 계속 맴도는 목수의 정체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사실 소윤의 언니를 찾는다는 사명감이 이제는 주제 넘는 행동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소윤은 마을 사람 거의 대부분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는 셈이다. 가영 엄마와 언성을 높히며 싸우는 대목은 특히 설득력을 잃었다. 아무리 언니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몰래 채취한 머리카락으로 유전자 검사까지 하고 그것으로 가영엄마가 숨기고 싶은 치부를 건드리다니. 가영 엄마의 수치심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을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더 이상 없어 보인다. 윤지숙(신은경)은 야망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딸을 정신병원에 감금시켰다. 김혜진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던 강주희(장소연)도 그녀가 파브리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강주희의 복수극은 언니 윤지숙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해진 상황. 자매 서로를 향한 분노가 지금 마을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비오는 수요일마다 마을 주변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의 그림자가 가영의 가족에게도 드리운 것일까? 가영에게 다행히 큰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덕분에 가영 엄마로부터 마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가장 정확한 진술을 듣게 되었다. 파브리 병을 앓는 괴물이 연쇄 성폭행으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30년 전에도 17년 전에도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 그 괴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혜진의 행적이 이제는 윤곽을 드러낸 셈이다.

김혜진의 엄마는 역시 우리의 예상대로 유나의 외할머니일까? 10년이라는 격차를 두고 그 성폭행 범이 활동했다는 것에는 의문이 들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다. 바로 성폭행 범이 김혜진, 가영의 친부라는 사실. 그리고 그동안 윤지숙이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진실도 갑작스레 모두 밝혀지고 말았다. 김혜진은 마치 소설 같은 치밀함으로 마을을 찾아왔고, 윤지숙, 서창권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결국 윤지숙의 입으로 김혜진과 자매 사이임을 직접 시인하게 만들었다.

이제 결말까지 몇 회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정황들은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많은 마을에서 결국 그들이 찾고자 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연쇄살인범과 파브리병을 앓고 있는 성폭행범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증이 커져가는 마을, 그 결말이 궁금하다.

수다포인트
– 빗속에서 펼쳐지는 연기투혼, 고생이 많은 연기자들
– 수치스러운 불행은 비난? 범죄의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의 정도를 먼저 기억해야 할텐데
– 시큼하고 비릿한 냄새, 그리고 휘파람 소리. 지우고 싶은 가영 엄마의 기억

이현민 객원기자
사진.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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