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조한철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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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프로듀사’에서는 변 대표(나영희)에게 쩔쩔매는 실장으로, 케이블채널 OCN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서는 웃음을 자아내는 어설픈 건달로, MBC ‘여왕의 꽃’에서는 비열함의 끝을 달리는 악역으로. 배우 조한철은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었다. 그가 망설임 없이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철학’은 있다. 거창하고 지루한 얘기가 아닌, 삶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 조한철은 오랜 시간의 연기 생활로 갈고 닦은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다. 경험으로 쌓은 견고한 철학. 그것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이유였고,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조한철의 무기였다.

“배우는 민낯을 보여줘야 한다.” 조한철은 배우를 모든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 내면에는 많은 경험이, 좋은 경험이 담겨야 하는 법. 그래야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조한철의 철학이 빛을 발했다. 조한철의 ‘민낯’이 남달리 보인 이유는 앞서 말한 ‘견고한 철학’이었던 것. 내면에 담긴 철학이 확고했고, 견고했기 때문에 그의 연기기는 남다른 깊이를 자랑할 수 있었다.

Q.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코믹한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엔 악역이나 강한 역할을 많이 해와서인지 이미지를 반전시킨 느낌이다.
조한철 : ‘여왕의 꽃’의 김도신이 좀 많이 나빴지. 하하. 그 전에 ‘아름다운 나의 신부’ 태규는 그 안에서 사랑도 하고, 눈치도 보고, 굉장히 유연한 사람이었다. 상대적으로 도신이 더 나빠 보였을 수도 있었겠다. 사실 연기할 땐 재밌었다. 남자들한테는 작은 로망이 있거든. 나쁘게, 거칠게 살아보고 싶은. 일상에선 해보지 못하니까.

Q. 정말 일상에선 없을 것 같은 캐릭터였다. 비열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에 깊었다.
조한철 : 도신처럼 깡패, 양아치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다. 그래서 더 거칠어진 거지. 골반도 앞으로 나와 있고, 많이 릴렉스한 모습을 보였다. 지킬 게 많은 사람들은 자세가 꼿꼿하다. 어떤 영화에서 배우가 양아치 역할을 했는데, 그게 그렇게 인상 깊을 수 없었다. 몸이 재밌더라. ‘어떻게 저렇게 연기 할까?’ 고민 많이 했다. 그 모습을 ‘여왕의 꽃’을 할 때 많이 참고했다. 그 배우처럼 몸을 풀어놓고, 눈에 힘도 풀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악역은 어떤 악역인가?
조한철 : ‘그럴 수밖에 없는’ 악역? 악행이 이해가 되는 악역이겠지. 나도 악역을 할 땐, 이해되는 부분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래야 했다. 배우 스스로 이유를 찾지 않으면 연기할 때 힘드니까. 근거가 없어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정말 나빠 죽겠지만 이해할 수밖에 없는 악역을 맡고 싶다. (웃음)

Q. 다른 작품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악역을 본 적이 있는가?
조한철 : 많았다. 지금 떠오르는 건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란도. 나쁜 놈이다. 그럼에도 말론 브란도 연기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완전히 캐릭터를 이해했으니까. 사실 워낙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Q. 상반된 모습도 보고 싶다. 예를 들어 로맨스 연기라든지. 웹드라마 ‘썸남썸녀’, ‘아름다운 나의 신부’ 등에서 보여준 로맨스는 굉장히 짧았다. 스스로도 로맨스 연기를 하고 싶지 않은가?
조한철 : 하고 싶다. 연기의 꽃이지 않는가. 하하. 그런 얘길 농담 삼아 들었다.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요리 드라마는 요리하면서 연애한다고. 로맨스가 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장르기 때문이겠지. 나 역시도 가장 하고 싶은 장르다. 로맨스를 하면 상대 배우와 완전한 소통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지만, 보다 많은 궁극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장르인 것이다. 사랑을 하니까. 남자끼리도 가능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빌 아이와 매니저는 역사를 거치며 결국 하나가 되잖아. 그것도 로맨스라면 로맨스지. 브로맨스. 개인적으로 브로맨스보단 로맨스를 하고 싶다. 하하.

Q. 로맨스도 종류가 많다. 어떤 로맨스를 원하는가?
조한철 : 다 좋다. 다 좋은데, 코미디가 섞인 게 잘 어울리겠지? 근사한 사람들 말고 평범한 사람들의 로맨스. 살 냄새도 나고, 바보 같기도 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사랑이 더 와 닿는 거 같다. 내 얘기 같고.

Q. 실제로는 로맨티시스트인가?
조한철 : 그런 것 같다. 하하하. 로맨티시스트가 어떤 건진 잘 모르겠는데, 뭐랄까, 보통 남자들보단 소프트한 것 같다. 술 먹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커피마시면서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 7~8시간 수다를 떨 때도 있다. 얘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 난 그런 성향이다. 그래서 그런가, 아내는 날 굉장히 사랑한다. 우리 사랑의 비결은 자주 안보는 데에 있지만. (웃음) 아내가 무대 의상 디자이너인데, 마감이 있는 일이라 그런지 굉장히 얼굴 보기 힘들다. 집엘 못 온다. 그래서 내가 간다. 하하. 다른 부부들보다 많은 시간을 못 지내니까 더 애틋한 게 있다.
조한철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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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드라마 첫 작품이 케이블채널 MBC 에브리원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였다. 드라마 첫 데뷔작부터 실험적인 작품을 택한 이유가 있는가? 배우로선 부담스러웠을 만도 한데.
조한철 : TV로 방송되기 이전에 웹드라마 형식으로 제작된 작품이었다. TV에 방영될 줄은 몰랐었다. 그냥 갑자기 윤성호 감독한테 전화가 왔다. “형, 내일 뭐해요?”, “나 놀아”, “같이 놀아요”라고 해서 나갔는데, 대본을 주더라. 스태프도 4, 5명밖에 없었다. 정말 놀듯이 찍었다. 끝나고 술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찍었는데 TV 방영도 되고, 생각보다 많이 회자 돼 놀랐다.

Q. TV 데뷔작에서 만났던 윤박, 김성령을 ‘여왕의 꽃’에서 또 만났다. 익숙한 배우들과 함께 하는 건 어떤가? 합이 더 잘 맞거나, 편한가?
조한철 : 사실 전체 첫 리딩 때 누가하는 지도 모르고 갔다. 성령 누나만 알고 있었지. 가서 보니 오대환, 장영남, 윤박, 다 있더라.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들이라 너무 반가웠다. 안심도 됐지. 친한 사람과 연기를 한다는 건 아무래도 편안한 작업이니까. 연기 잘하는 배우면 더 좋고. 하하. 한편으론 ‘내가 작품을 어지간히 했나?’ 싶었다. 아님 특별한 인연이 있거나. 사실 제작진들이 캐스팅할 때부터 잘 어울리는 그림을 찾기 때문에 또 만나는 경우가 많은 거겠지만.

Q. ‘프로듀사’, ‘고교처세왕’에서는 대표에게 쩔쩔매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코믹 연기에도 많은 스타일이 있는데, 본인은 과장된 표현으로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스타일인 것 같다. 그게 조한철 표 코미디의 매력이 아닌가.
조한철 : 난 고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버스러워서. 드라마나 영화나 코미디란 게 만만치 않다. 나는 웃음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는데, 현장에선 아무도 웃지 않는다. 웃을 수가 없다, NG니까. 참 공허하다.(일동웃음) 그럴 땐 NG라도 났으면 싶더라. 누구하나 ‘킥’ 웃어주면 힘이 될 텐데. (웃음) 아무래도 연극 때 생긴 습관인 것 같다. 반응을 살피면서 연기하고 있더라. 그러다보니 더 오버하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좀 더 힘을 뺀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다.

Q. 코믹 연기와 악역 연기 중 어떤 연기가 더 본인 체질에 맞는가?
조한철 : 그냥 평범한 게 내 체질에 맞는 것 같다. (웃음) 코믹, 악역 둘 다 즐겁긴 하지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포인트를 잡고, 변화를 구상해야 하고. 코미디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웃음을 좌우하니까. 배우는 그걸 디자인해야 한다. 또, 연습을 거듭하고 체화하고. 그렇게 가능성 있는 애드리브를 찾아야한다.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걸 보면 나하곤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 옷이 아니라서 공부를 해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 난 평범한 사람이 체질인 것 같다.

Q. 여태까지 했던 역에서 자기 옷 같은 역이 있었나?
조한철 :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약간 코믹한 사람이었는데. 영화 ‘로맨스 조’에서 이 감독이란 역할을 맡았다. 여배우한테 찌질하게 껄떡대는 영화감독이었는데, 굉장히 편하게 연기했다. 하하. 모니터링 해보니 내 모습이 편해 보이더라.
조한철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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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듀사’, ‘고교처세왕’ 코믹극과 ‘여왕의 꽃’, ‘쓰리 데이즈’, ‘대풍수’ 정극의 촬영 현장은 분위기가 많이 다른가?
조한철 : 다르다. 굉장히 다르지.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크게 두 가지로, 대본과 감독이다. 세부적으로는 분위기 메이커가 있느냐, 없느냐겠지. 코믹극은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나 같이 떠든다. 장난치고, 떠들고,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반면 정극은 완전 진지하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서 비록 내 캐릭터는 코미디였어도, 전체적으로 우울한 얘기였다. 이럴 땐 스태프들이 먼저 배우들을 배려해준다. 배우들의 감정, 정서를 깨트리지 않으려고 조심해주신다. 특히 경력 있는 스태프들은 노련하게 배려해준다.

Q.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따라서도 현장의 분위기가 좌우될 것 같은데.
조한철 : 그렇지. ‘고교처세왕’ 같은 경우는 난장판이었다. 배우들이 너무 떠들어. 감독까지 껴서. 그러다 조감독한테 혼나고. (일동 웃음) 유제원 감독의 스타일이다. 배우 안에 있는 걸들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놀게 놔둔다. 재미없는 애드리브를 해도, 하지 말라고 안한다. 민망함에 배우가 또 애드리브를 안 할까봐. 다 내버려두는 스타일이다. 유일하게 현장에서 배우들 애드리브에 킥킥거리고 웃는 감독이지. 반면 윤성호 감독은 유제원 감독처럼 풀어놓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잡는 스타일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 치밀한 스타일? 머릿속에 그림이 다 그려져 있다. 그림대로 배우들을 조종한다. 사실 윤성호 감독이 연기할 때 가장 재밌다. 자기 그림을 정확히 표현해내니까. 정리하자면 유제환 감독은 배우들을 이용하는 스타일이고, 윤성호 감독은 배우들을 조종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하.

Q. 다작을 한만큼 많은 배우들을 만났을 텐데, 어떤 배우가 가장 ‘연기의 합’이 잘 맞았나?
조한철 : 최근 작품 중에서는 ‘고교처세왕’에서 서인국, 김원해 형.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서는 김무열, ‘여왕의 꽃’에서는 장영남. 더 많다. 배드민턴 칠 때도 공이 왔다 갔다 해야 재밌잖아. 나만 잘하거나, 상대방만 잘하면 재미가 없다. 이 사람들과 연기할 땐 배드민턴을 치는 것처럼 참 재밌었다.

Q.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다. 인기 많은 교수님인가? (웃음)
조한철 : 인기가 많다기 보단 현재 활동하고 있는 배우니까. 선배 같은 느낌이다. 학생들한테 솔직하려고 노력한다. 찌질한 모습도 많이 보여주고. 하하. 오히려 내가 학생들한테 배우는 점이 많다. 학생들과 호흡하면서 내 스스로 정리가 되더라. 연기 할 때 집중하려면 어떤 정서에 대한 내적 진심이 확고히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 반대도 가능하단 걸 깨달았다. 마음 속 생각보단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게 가능하더라. 학생들한테 내가 배운 셈이지. 학생들과는 졸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한다. 처음 현장을 나가 연기를 하거나, 인터뷰를 할 때 많이 전화하더라.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나도 겪어왔던 시기기 때문에 친구들의 설렘을 잘 안다. 그럼 난 내 경험을 토대로 말해주고.

Q. 학생들의 멘토인 건가?
조한철 : 하하. 멘토라고 하기엔 부담스럽다.

Q. 학생을 가르치기도, 실제 연기를 하기도 한다. 연기를 학문적으로서 바라볼 때와, 현장에서 직접 연기를 펼칠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조한철 : 학문적 연기와 현장의 연기가 괴리감이 있다고 생각 안한다. 붙어있는 존재지. 그렇지만 매체의 특성상 달라질 수도 있다. 어떤 매체에서는 담론, 메소드가 유리하게 적용되는 경우도 있고, 힘든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 다르게 연기하면 된다. 연기자라면 현장과 매체의 차이도 체화해야 한다. 무던히 연습해야겠지만.
조한철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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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작에, 학생들도 가르치고, 외조까지. 바쁘게 사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조한철 : 우리 엄마는 ‘네가 봄의 아침 소라 그래’라고 한다. 내 타고난 천성이라는 뜻이겠지. 농번기인 봄에 소가 가장 열심히 일하잖아.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많은 것 같다. 그걸 아들을 보며 느낀다. 가만히 있질 않는다. 자기 에너지를 감당 못할 때도 있는 것 같고.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쉬지 않고, 산만하고.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불안하더라. 혼자 있을 때도 가만히 못 있는다. 오로지 잘 때만 가만히 있더라. (웃음)

Q. 그런 성격이라면 심심할 겨를이 없을 것 같다.
조한철 : 심심하면 약간 이상해진다. 하하. 할 일이 없으면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더라. 그럴 땐 본능적으로 일을 찾는다. ‘지금부터 글을 쓰는 거야, 어떤 배우의 작품을 다 보는 거야’ 같은. 너무 없을 때 결혼해서 생긴 버릇 같다. 당시에 처가살이를 했는데, 아내한테도, 처가에도 미안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10년을 그렇게 살았더니 몸에 뱄더라. 이걸 얼마 전에 깨달았다.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데 벚꽃이 떨어졌다. 떨어진 벚꽃을 보면서 ‘벚꽃이 언제 폈었지?’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스스로가 불쌍해졌다. 담배를 온전히 담배답게 피운 적이 언제였었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담배를 피면서도 끊임없이 뭘 해왔으니까. 이젠 안 그러려고 노력한다.

Q. 평소엔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나?
조한철 : 영화를 많이 본다. 적어도 한 달에 15~20편을 보는 것 같다. 영화 ‘덕후’인 친구들이 많다. 드라마는 모니터링만 하는 정도? 일단 집에 TV가 없다. 아이들이랑 조금 다른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이사할 때 TV를 사지 않았다. (웃음) 솔직히 영화는 블록버스터 빼고 다 본다. 블록버스터는 사건 중심이니까. 나는 사람 중심인 이야기들이 좋다. 옛날엔 블록버스터들도 좋아했지만 지금은 사람간의 관계를 그려낸 게 더 재밌더라. ‘사람이 저렇지’ 라고 얘기해주는 영화가 좋다.

Q. 작품 속에서 여러 모습을 보아서인지 실제 조한철의 성격이 궁금하다.
조한철 : 나도 내 실제 성격이 궁금했다. 결국 알아내는 걸 포기했다. 하하.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 성격이라는 건 왜곡된 것이라고 하더라. 상처들의 결과물, 수많은 억압으로 만들어진 게 ‘성격’이라고. 아이를 키워봤더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아이들은 자유롭고 자연스럽잖아. 배우로서 나도 아이들같이 자연스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데나 갖다 놔도 어울린다는 뜻이니까. 연기를 하려면 나를 알아야한다고 하는데, 성격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에 대한 천성, 본질적인 것을 파악하라는 의미지. ‘성격’으로 규정되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나는 일상에서도, 배우로서도 특정한 ‘성격’에 규정된 사람이 아니라, 어디에도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신스틸러’라는 신조어가 있다. 본인도 ‘신스틸러’로 많이 거론되고 있고. 조한철이 생각하는 ‘신스틸러’는 어떤 의미인가?
조한철 : 말 그대로 ‘신을 혼자 독차지하다’라는 의미라면 안 좋은 거겠지. (웃음) 좋은 의미로는 사람 냄새나는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 엄마들은 연기 평론가들이다. 엄마랑 김치 담글 때 보면, “쟤는 연기를 왜 저렇게 하니?”, “쟤 누구니?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해?”라고 하잖아. (웃음) 엄마 말처럼 같은 연기를 해도 잘 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다. ‘왜 잘하지? 왜 못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라. 그걸 알려고 대학원도 갔는데. 하하. 여러 명이 연기를 할 때, 사람으로서 존재하는 배우가 있고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존재하는 배우가 있다. 정말 사람 같은? 절로 시선을 끄는 남다른 존재감이 있어야 좋은 의미의 ‘신스틸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Q. 그렇다면 좋은 의미로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신스틸러’는 누구인가?
조한철 : 너무 많다. 솔직히 이미 다 잘되고 주인공을 하고 있다. 음, 그래도 누군가를 꼽자면, 조진웅? ‘신스틸러’라고하기엔 이미 주연을 맡고 있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누구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샘날 정도였다.

Q. 오랜 시간 연기를 해온 만큼, 연기에 대한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연기’에 대한 애정도 그만큼 깊을 게 당연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는 무엇인가?
조한철 : 다 얘기하려면 두 시간정도 걸릴 것 같다. 하하. 일단, 나는 연기라는 게 다른 분야의 예술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간혹 연기를 예술로 생각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당당하게 연기도 예술이라고 외칠 수 있다. 다만 연기는 다른 예술들과 형식이 다를 뿐이지. 미술이나 음악 같은 경우는 작품이 있다. 작품 뒤에 창작자가 존재한다. 연기처럼 창작자가 대놓고 나와 있지 않는다. 연기는 그 자체가 예술이기 때문에 모든 모습을 다 보여줘야 한다. 민낯을 보여줘야 하지. 나는 연기자들에게 ‘까는 사람’이란 표현을 가끔 한다. 어디에도 숨을 수 없고, 숨어서도 안 되는. 모든 걸 ‘까야’하는 사람. 그렇기 때문에 내 안에 들어있는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보여줘야 하니까. 연기자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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