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희한한 우연이다. 김동률의 콘서트를 앞두고, 정현종의 ‘방문객’을 읽은 것 말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김동률도 그러했다. 3시간여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왔다.
1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5 김동률 더 콘서트’에 다녀왔다. 고백컨대, 김동률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히트곡 쯤이야 전주만 나와도 줄줄이 따라 부를 정도였고 잘 알려지지 않은 몇몇 수록곡도 즐겨 들었지만, 김동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기억의 습작’을 부르던 김동률의 모습이, 퍽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건. 이날 김동률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사실 굉장히 폐쇄적인 활동을 하잖아요.(웃음) 점점 더 동굴로 숨고…(중략) 제가 지키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걸 지키기 위해서 너무 많은 거절을 해야 하고, 그 거절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기도 해요. 그래서 때론 저도 생각하죠. 내가 지금 믿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일까, 내가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을까. 사실 그 답은 영원히 모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번 3일 공연을 하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제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여러분이 알아주는 것 같은 교감. 거기서 무척 힘을 얻고 갑니다. 제가 앞으로 생각이 어떻게 바뀌던 간에, 여러분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면서 초심 잃지 않고 음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선 불렀던 곡이 ‘기억의 습작’이었다. 노래는 예고도 없이 시작됐고, 그래서 더 묵직하게 날아왔다. 순간, 이제껏 러브송으로만 알았던 그 곡이 흡사 관객들에게 건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동시에 관객들이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마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 속으로 쓰러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이 노래가 이토록 처절했던가. 하지만 아름다웠다. 김동률은 고민이 많은 뮤지션이고, 그렇기에 더 많은 흔들림을 지나왔을 것이다. “내가 지금 믿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일까.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을까” 끊임없이 반추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지금도 흔들리는 중인지 모른다.
위의 가사가 다시 한 번 등장하기까지 퍽 긴 간주가 이어졌고, 그것이 무척 드라마틱하게 들렸다. 관악기의 소리는 따뜻했고, 기타는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격양된 감정이 가라앉으며, 묘한 안심이 찾아왔다. 흡사 여기에 있는 당신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뿌리를 굳힌다고, 김동률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먼 곳에서 노래하고 있었지만, 아주 가까이에 있는 듯이 느껴졌다.
둥글지 못했던 과거는 지금의 단단함이 됐다. 그리고 이날 나눈 마음은, 그가 나아갈 길은 고르게 다져줄 것이다. 김동률은 그렇게 왔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뮤직팜
1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5 김동률 더 콘서트’에 다녀왔다. 고백컨대, 김동률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히트곡 쯤이야 전주만 나와도 줄줄이 따라 부를 정도였고 잘 알려지지 않은 몇몇 수록곡도 즐겨 들었지만, 김동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기억의 습작’을 부르던 김동률의 모습이, 퍽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건. 이날 김동률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사실 굉장히 폐쇄적인 활동을 하잖아요.(웃음) 점점 더 동굴로 숨고…(중략) 제가 지키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걸 지키기 위해서 너무 많은 거절을 해야 하고, 그 거절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기도 해요. 그래서 때론 저도 생각하죠. 내가 지금 믿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일까, 내가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을까. 사실 그 답은 영원히 모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번 3일 공연을 하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제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여러분이 알아주는 것 같은 교감. 거기서 무척 힘을 얻고 갑니다. 제가 앞으로 생각이 어떻게 바뀌던 간에, 여러분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면서 초심 잃지 않고 음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선 불렀던 곡이 ‘기억의 습작’이었다. 노래는 예고도 없이 시작됐고, 그래서 더 묵직하게 날아왔다. 순간, 이제껏 러브송으로만 알았던 그 곡이 흡사 관객들에게 건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동시에 관객들이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마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 속으로 쓰러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이 노래가 이토록 처절했던가. 하지만 아름다웠다. 김동률은 고민이 많은 뮤지션이고, 그렇기에 더 많은 흔들림을 지나왔을 것이다. “내가 지금 믿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일까.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을까” 끊임없이 반추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지금도 흔들리는 중인지 모른다.
위의 가사가 다시 한 번 등장하기까지 퍽 긴 간주가 이어졌고, 그것이 무척 드라마틱하게 들렸다. 관악기의 소리는 따뜻했고, 기타는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격양된 감정이 가라앉으며, 묘한 안심이 찾아왔다. 흡사 여기에 있는 당신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뿌리를 굳힌다고, 김동률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먼 곳에서 노래하고 있었지만, 아주 가까이에 있는 듯이 느껴졌다.
둥글지 못했던 과거는 지금의 단단함이 됐다. 그리고 이날 나눈 마음은, 그가 나아갈 길은 고르게 다져줄 것이다. 김동률은 그렇게 왔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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