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박경
박경
2011년 데뷔한 블락비(BlockB)는 가요계에 대표적 악동 그룹이다.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신나게 노는 모습이 그렇고, 실수라면 실수라고 해야 할 사고도 적지 않아 여러 가지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직접 노래를 만들고 무대를 완성하며 ‘실력’ 하나는 인정받았다는 거다. 멤버들 개개인의 역량도 출중하다고 평가받기 시작하면서 개별 활동 역시 물꼬를 텄다. 박경 역시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고, 21일 솔로 곡을 내놨다.

‘악동’이라 불리는 블락비 멤버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박경은 전혀 색다른 음악을 들고 왔다. 박보람과 호흡을 맞춘 ‘보통 연애’가 그것. 제목만큼이나 달달한 이 곡은 박경이 만들고 모든 작업에 참여하며 진두지휘했다. 오롯이 자신의 것이며, 그가 하고 싶었던 노래이고, 블락비 아닌 박경의 진짜 모습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고집도 있지만, 짝다리를 짚고 설 때 주변을 살짝 의식하는 속 깊은 면도 있다. 분명 블락비 박경과 박경은 다르다.

Q. 뭔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어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솔로 곡을 준비했나요.
박경 : 지난해 12월부터 작업을 했어요. 진짜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던 아티스트가 있었는데, 케로원이라고. 재즈 힙합 아티스트인데,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어요. 그래서 세 달 전부터 계속 메일, 메시지 등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Q. 대면하지 않고 작업했군요. 이런 스타일은 또 처음이죠.
박경 : 처음지만, 영어로 소통하는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당신과 작업을 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을 했고, 기본 틀을 들려준 다음 메일을 정말 많이 주고받으면서 멜로디를 바꾸는 식으로 완성했죠.

Q. 곡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보통 연애’,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데 블락비와는 전혀 달라요.
박경 : 블락비의 음악은 마니아적인 요소가 강한 힙합이에요. 항상 마음속에 누가 들어도 좋다고 할, 서정적인 멜로디의 곡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 곡이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노래예요.

Q. ‘보통 연애’, 제목과 가사는 어떻게 완성됐죠?
박경 : 주제는 메모장에 들어있는 것 중 하나였어요.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를 만나, 취미를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하고 ‘자기야’라고 부르다가 이별하는, 이런 과정을 겪잖아요. 다 똑같은. 그걸 ‘보통 연애’라고 표현했어요. 하지만 ‘너는 다르다’라고 내 여자에게 말하는 거예요.

Q. 뭔가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장에 적어두나 봐요. 거기엔 ‘보통 연애’처럼 달달한 가사들이 가득한가요?
박경 : 연애 이야기도 있고, 내용은 다양해요. 예를 들면 운전을 하다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끼어드는 차를 보고 ‘왜 깜빡이를 안 켜고 들어오지?’라고 생각한 걸 써서 그걸 주제로 완성한 곡도 있고요. 특이한 단어도 그때그때 기록하는 편이에요.

Q. 하고 싶었던 곡으로 나오는 첫 솔로인데, 듀엣곡이에요. 그 점도 좀 의아하고요.
박경 : 곡을 만드는데, 처음에 나오는 멜로디 라인이 정말 좋아요. 그 부분이 반복되는데 제 목소리가 계속 들어가는 것보다 누군가 해줬으면 좋겠더라고요. 여자의 입장에서 보통의 연애를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하고요. 회사에 요청했어요. 박보람 씨에게 물어봐 달라고요.

Q. 지금 표정에서 ‘탁월했다’는 만족감이 묻어나요.
박경 : 블락비 활동 때는 피처링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도 그분들이 녹음하는 걸 듣고 따로 녹음을 하는 식이었는데, 박보람 씨는 직접 디렉팅을 보면서 앞에서 들었어요. 멤버들이 아닌 가수 녹음의 디렉팅은 처음이니까, 다 오케이(OK)인 것 같더라고요. 특히 랩을 할 때는 아예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 재미있었어요.

Q. 곡은 아쉬움 없이 나왔나요.
박경 : 만족합니다. 그만큼 수정도 많이 하고 고심했어요. 오래 준비한 만큼 만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다시 묻지만, 블락비와는 정말 달라도 너무 달라요.(웃음)
박경 : 블락비의 음반에 저의 솔로곡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7명을 모두 신경 써서 해야 해요. 특히 지코가 곡을 많이 쓰기 때문에 바꾸고 싶어도 그건 또 원곡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따라가는 음악을 해왔죠.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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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이제 진짜 박경을 보여줄 차례네요.
박경 : 저를 보여주고 싶어 이 음악을 선택한 것도 있어요. 근데 그런 게 블락비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도 하네?’라고 알게 되고, 묻혀 있는 것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죠. 이번 주자는 저인 거예요.

Q. 예전과 많이 달라졌겠어요. 솔로 음반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도 많을 것 같고요.
박경 : 전에는 팀에 안주했던 것 같아요. 블락비니까, 라는 게 있었는데 원래 그룹이 알려지면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자연스러운 순서인데, 블락비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저는 블락비의 음반이 안 나오면 스케줄이 없는 거예요. 개인 활동이 딱히 없으니까요. 포지션이 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음악 활동을 하지 않으니까. 공백기 때 안주했던 걸 깨달았고, 박경이라는 브랜드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어쩌면 큰 결심일 수도 있겠어요.
박경 : 항상 음악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보여줄 기회가 없었죠. 또 ‘보여주지 않아도 알아주시겠지’했는데 이제는 저의 입으로 말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니까 내 입으로 떠들고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웃음)

Q. ‘문제적 남자’라는 프로그램도 그 생각의 연장선인가요. 많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나 봐요.
박경 : 음악이 좋으면 듣는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거짓말을 안 하거든요. 음원차트를 보면 예전과 달라요. 사람들이 엄격해요. 좋지 않은 노래는 아무리 홍보가 잘 돼도 차트에서 내려가고, 좋은 노래는 올라가요. 대중들의 귀가 엄청 높아져서 방송을 통한 이미지가 노래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걱정은 안 해요.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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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블락비는 데뷔 초부터 구설수에 오른 일이 많았어요. 그룹의 멤버로서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박경 : 블락비라서 내미는 잣대들이 있어요. ‘문제적 남자’를 녹화할 때도 짝다리를 짚고 있다가, 문득 다른 이들에게는 문제가 없어도 내가 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전현무 형에게 물어봤어요. ‘이렇게 서도 되는 거냐’고요. 형이 ‘그런 거 생각 많이 하는구나’라고 하시더라고요. 은연중에 조심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죠.

Q. 공백기 동안 박경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외에 다른 고민은 없었나요.
박경 : 미래에 대한 생각이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런 것들이요. 밝은 쪽으로 생각해요. 지금까지 살면서 항상 제가 원하는 대로 됐어요. 신기하게도, 누가 도와주는 것처럼. 큰 실패를 맛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없고 낙천적인 것 같아요. 그렇게 지금까지 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많이 고민해요. 물론 블락비로서의 색깔,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죠.

Q. 어느덧 블락비도 데뷔한지 4년이 흘렀어요. 멤버들과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됐겠어요.
박경 : 서로 배려하게 됐어요. 제가 잘 때 누가 깨우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걸 멤버들이 아니까 ‘경이 자니까 조용히 해’라는 말도 해주고요. 또 태일이 형이랑 룸메이트인데, 형은 자기 옷을 건드리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그 부분은 저도 신경을 쓰고요. 사실 싸움이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건데 서로 배려하니까 싸울 일이 없죠.

Q. 고민도 하고, 고심한 끝에 박경의 브랜드가 세상에 나오게 됐네요.
박경 : 저의 음악은 자극적이지 않아요. 먹으면 끌리는 매운 음식처럼 자극적인 건 없지만, 매일 먹는 밥같이 잔잔하게 찾을 수 있는 음악이에요. 한 곡만 듣고 ‘별론데?’라고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들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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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계속을 음악을 할 거잖아요.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가요.
박경 : 간단하게, 곡을 내고 나오면 음원차트에 오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건 곧 ‘대중이 인정하는 가수’겠죠. 저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해요.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박경의 인터뷰와 사진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10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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