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SM타운 더 스테이지
SM타운 더 스테이지
‘SM이 또?’

영화 ‘SM타운 더 스테이지(SMTOWN THE STAGE)’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즉각 튀어나온 반응이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이 지난 2012년 영화 ‘아이엠(I AM.)’에 이어 두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SM타운 더 스테이지’를 내놓은 것. ‘아이엠’이 SM타운의 미국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 실황을 위주로 스타의 데뷔 시절과 연습 모습, 인터뷰를 담았다면, ‘SM타운 더 스테이지’는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IV(SMTOWN LIVE WORLD TOUR IV)’ 공연실황을 볼 수 있다.

사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에 관심이 없다면 ‘SM타운 더 스테이지’는 지루한 영화일 수 있다. 반대로, SM 덕후들에겐 최고의 선물인 영화다. 내 가수가 빛이 나는 순간을 큰 스크린으로 확인하며 오감을 자극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SM 아티스트들을 팀별로 조명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 사이사이 SM C&C 정창환 대표, SM 이성수 프로듀싱 그룹장, 유영진 작곡가 등 SM타운을 만들어가는 스태프들을 비롯해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등 SM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담아 의미를 더했다.
SM타운 더 스테이지
SM타운 더 스테이지
소위 말하는 ‘덕질’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내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 즉 자부심을 느낄 때다. 단순히 잘생기고 예뻐서 아이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이돌이 실력, 정신력 등 좋아할 수밖에 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 또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볼 때 더 자부심을 느낀다. 영화는 공연을 준비하는 아티스트들의 진지한 태도와 성장기를 담으면서 만족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선사한다.

음악방송이나 팬들의 직찍, 직캠으로 볼 수 없는 미공개 영상들도 덕후를 만족시키는 요소다. 퍼포먼스의 핵심을 포착하면서도 공연 실황과 아티스트의 비주얼까지, 완벽한 카메라워크 무대 영상을 선사한다. SM아티스트들이 공연 전 다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하는 모습, 후배들의 무대를 흐뭇하게 쳐다보는 가수들의 모습 등 무대 비하인드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장면이 깨알 포인트를 자아낸다. 국내팬들이 궁금해 했던 해외 공연 실황까지 체감할 수 있어 희소성은 더 높다. 비를 맞으며 ‘마마(MAMA)’를 추는 엑소의 모습, 해외에서만 선보인 창민X규현X민호의 딸기 무대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진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소녀시대가 도쿄돔에서 부른 ‘다시 만난 세계’ 발라드 버전이다. ‘다시 만난 세계’ 도쿄돔 무대는 소녀시대의 첫 도쿄돔 공연, 첫 8인조 무대, 그리고 데뷔곡이다. 다사다난을 뒤로 하고, 도쿄돔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눈물로 자신의 데뷔곡을 부르는 소녀시대의 모습에 정상에 서기까지 소녀시대가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해왔을지 가늠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소녀시대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터. 영화에는 SM 소속 아티스트들과 스태프가 무대를 위해, 팬들을 위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느낄 수 있다. SM타운이 만들어지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있고, 그만의 철학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쿄돔에서 부르는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도쿄돔에서 부르는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의 마지막 엔딩곡은 항상 H.O.T의 ‘빛’이다. 강타는 ‘빛’에 대해 “SM이 힘든 시기도 있었고, 위기도 있었고, 오해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시기도 있다. 그런 시절을 겪고 올라가고 있다. SM이 나아가야할 길과 우리가 버텨왔던 길들이 가사와 선율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SM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에서는 SM아티스트들이 ‘SM타운’이라는 브랜드에 가지는 자부심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레드벨벳 조이가 데뷔 전 자신의 꿈이 SM타운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SM 아티스트들은 SM타운 안에서 SM의 음악을 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슈퍼주니어 희철은 “팝 적인 음악은 해외에도 많다. 하지만 SM 가수들처럼 이런 군무를 출 수 있나 싶다”고 SM 색깔에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무대에 서서 행복한 미소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모습만 보더라도 함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SM타운 더 스테이지’를 영화관에서 관람하면 보통 영화를 관람할 때와 다른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영화 초반 엑소의 ‘늑대와 미녀’ 무대가 나올 때, 함께 춤을 따라하며 들썩거리는 관객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등장할 때 ‘귀엽다’며 웅성거리는 관객들의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영화관에서 휴대폰을 꺼내거나 서로 수다를 떠는 모습은 쉽게 상상되지 않지만, ‘SM타운 더 스테이지’를 관람하는 덕후들은 서로의 리액션마저도 즐기며 함께 영화를 본다. 마치 콘서트를 보는 관객들 같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다같이 박수도 치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단순한 영화의 관람객이 아니라 덕후이기 때문에 가능한 반응 아닐까.

‘SM이 또?’라며 가졌던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미심쩍은 시선은 ‘SM이 또!’ 해냈다는 긍정의 시선으로 바뀌어간다. 내 가수가 빛이 나는 순간, 덕질의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 ‘SM타운 더 스테이지’에 모두 담겼다. SM 덕후들은 좋겠다. 영화는 13일부터 26일까지 약 2주간 전국 극장에서 상영된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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