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건명 ‘피피피비(pppb)’
사건일자 2015.06.12.
용의자 삐삐밴드 (달파란 박현준 이윤정)
첫인상 마지막 앨범 발매 후 어언 19년이 지났다. 당시 ‘파격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멤버들은 어느새 중년의 어른이 됐다. 끼는 여전하다. 멤버들은 “왜 우리더러 파격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입 모아 말했지만 19년 만에 돌아온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파격적이다.
추천 트랙 ‘ㅈㄱㅈㄱ’. 곡명을 자음으로 지은 것에 대해 보컬 이윤정은 “지긋지긋을 ‘지긋지긋’이라고 말하기조차 지긋지긋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세적인 태도가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에어컨 바람/선풍기바람’ ‘영업질/찬양질’ 등 온갖 지긋지긋한 것들을 나열하고 있는 이 곡의 가사는 꽤 귀엽기까지 하다. 히스테릭한 이윤정의 보컬, 날카로운 박현준의 기타, 치밀한 달파란의 편곡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사건명 올 어바웃(All about)
사건일자 2015.06.15
용의자 홀로그램 필름 (강찬희 박한솔 변선융단 황윤진)
첫인상 곡 재생 후 많은 이들이 아티스트 이름을 다시 확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홀로그램 필름은 일렉트로닉 록과 신스팝을 기반으로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때문에 발라드에 가까운 이번 신곡이 기존 팬들에게는 꽤나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추천 트랙 ‘올 어바웃’. 황윤진(보컬)의 재발견이다. 그는 여느 알앤비 가수 못지않은 허스키한 톤과 디테일한 호흡으로 곡을 이끈다. 보컬과 피아노만으로 진행되는 전반부는 듣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후주에 길게 이어지는 절제된 밴드 사운드 또한 일품. 홀로그램 필름은 이 곡을 통해 걱정과 불안 속에 살고 있던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출몰 지역 안산시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안산M밸리 록페스티벌에 7월 24일 출격한다.
사건명 ‘노 플레이스 인 헤븐(No Place In Heaven)’
사건일자 2015.06.15.
용의자 미카(Mika)
첫인상 한국인인 듯 한국인 아닌 한국인 같은 ‘김믹하’, 미카. 어쩐지 그의 신보는 의리 때문에라도 들어야 할 것 같다. 보너스 트랙을 포함해 무려 15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발라드부터 팝 댄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다채로운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다.
추천트랙 ‘굿 가이(Good Guy)’. 오늘날의 미카를 있게 만든 ‘굿 가이’들에게 바치는 감사의 노래. 규칙적인 비트 위에 잔잔하게 깔리는 어쿠스틱 기타와 키보드, 풍성한 코러스가 아련한 감성을 전한다. 후렴구에 등장하는 ‘모든 굿 가이들은 어디로 가버렸나(Where have all the good guys gone)’이라는 가사는 어른이 된 미카의 서글픔을 나타낸다.
사건명 산
사건일자 2015.06.16.
용의자 캐스커 (이준오 융진)
첫인상 무려 3년 만의 신보다. 그동안 이준오는 아이슬란드라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든 황량한 곳. 이준오는 그 곳에서 끊임없는 고독으로 스스로를 내몰았다. 아이슬란드의 슬픈 아름다움 앞에서 모든 언어를 잃었다는 그는 당시의 경험을 ‘산’에 담았다.
추천 트랙 ‘산’. 심장을 가진 기계 음악. 캐스커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신곡 ‘산’은 ‘기계’보다는 ‘심장’에 무게를 둔 노래.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나지막한 융진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스며들 듯 등장하는 전자음은 캐스커의 정체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융진의 목소리가 주는 서늘함과 피아노의 따스함이 어우러져 묘한 벅참을 안긴다.
사건명 빌리카터
사건일자 2015.06.18.
용의자 빌리카터 (김지원 김진아 이현준)
첫인상 요즘 밴드 음악의 가장 큰 화두는 ‘스타일리쉬함’이 아닐까 싶다. 특히 영국의 편곡 스타일은 국내 많은 밴드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빌리카터는 비주얼로 보나 음악으로 보나 이 같은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긴다.
추천 트랙 ‘유 고우 홈(You Go Home)’. 과거 미국에서 유행하던 로큰롤 음악과 비슷하다. 도입부의 기타 연주도 재밌지만 보컬은 더욱 흥미롭다. 두 명의 여성 보컬들은 무신경한 아저씨처럼 제멋대로 노래를 부른다. 김진아의 목소리는 키치하고 중저음의 김지원은 꽤 섹시하기까지 하다. 즐거운 바(bar)의 분위기가 연상되는 곡이지만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손을 잡아 줄테니 이제 집으로 함께 돌아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몰 지역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클럽 롸일락(Ruail Rock)에서 오는 26일 공연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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