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킴 ‘싱싱싱(Sing Sing Sing)
한 남자가 군대에서 2년만 기다려달라 부탁했다. 전역 후 그는 밀당의 고수를 만나 유쾌한 속앓이를 했고 어느 봄날 너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남자가 됐다. 한 여름에는 누군가를 달달한 달링이라고 불렀다. 그런 남자가 이번에는 누군가를 마이 러브라 부르며 헝클어진 머리와 끝없는 잔소리도 사랑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면 이 남자에게 마이 러브는 그래도 예쁠 거니까 말이다.# 네 가슴이 풀릴 때까지 부를게 ‘Sing Sing Sing’
가 수 에디킴이 지난 21일 두 번째 미니앨범 ‘싱싱싱(Sing Sing Sing)’으로 돌아왔다. ‘슈퍼스타K’에서부터 기타와 함께 했던 에디킴은 이번에 기타 대신 피아노 앞에 앉아 사랑 고백을 하며 막바지 추위를 녹이고 있다. 한 곡도 빠짐없이 모두 자작곡으로 이뤄진 에디킴의 두 번째 미니앨범 ‘싱싱싱’의 여섯 트랙을 들으며 그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들여다봤다.
블루그래스와 컨트리 장르의 가미해 에너지가 넘치는 곡이다. 눈을 감고 ‘싱싱싱(Sing Sing Sing)’을 들으면 아주 맑은 날 드라이브를 하며 열어둔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을 맞는 기분이 든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공연장에 듣고 싶은 노래다. ‘싱싱싱’을 들으면 공연장에서 어떤 분위기가 연출될지 눈에 선하다. 노래가 시작되자 마자 들리는 에디킴의 가성과 밴조, 만돌린 등 생소한 악기로 구성된 사운드는 듣는 중 심심함을 느낄 새를 주지 않는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이 노래는 ‘내 머리맡 기타와 지친 내 목소리 그 둘만 있으면 Everything will be alright’라는 가사 만으로 에디킴이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사 그대로 아무런 생각 없이 부르고 들을 수 있는 느낌을 원한 것 같고, 그런 에디킴의 의도는 잘 표현된 것 같다.
# 너의 이름보다 ‘My Love’라고 부를게
로맨틱한 감성이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져있다. 로맨틱한 감성 안에는 분명한 기승전결이 있다. 피아노 반주에 귓가에 속삭이듯 잔잔히 흘러가던 노래는 2절 후렴부터 밴드 사운드가 가미되고 에디킴의 가성 또한 한층 힘이 실린다. 마지막에는 ‘All my soul’이라고 읊조리며 분명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마이 러브’는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필요치 않았다. 가사가 있는 그대로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에서 에디킴은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다 피아노에 앉아 이 노래를 불러준다. ‘너의 이름보다 오늘은 이렇게 널 부를게, My love, my love, my love’라고. 의아하게 전화를 받던 여자 주인공은 ‘마이러브’라는 단어를 듣고 행복에 겨워 미간을 찌푸리며 웃는다. 뮤직비디오의 영향일까 ‘마이 러브’를 들을 때는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아 세레나데를 듣는 주인공이 된다. 사랑하는 이에게 ‘내사랑’이라 불리울 때, 그 사람의 사랑이 된 순간의 설렘이 온다. 이 남자는 사랑하는 이를 만지려다 소중해서 손을 내린다. 또 헝클어진 머리와 끝 없는 잔소리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너에게 미쳐가는 마음을 알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런 사랑하는 마음 자체의 순수함을 표현하는 것이 ‘마이 러브’의 가사인 듯하다. 이 노래의 킬링 파트는 ‘넌 그래도 결국 예쁠 거니까’로 꼽고 싶다. 예쁘다는 말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마이 러브’는 내가 무얼해도 예뻐해주고 사랑해주는 콩깍지가 가득 낀 남자의 나를 향한 노래니까 있는 그대로를 듣고 느끼면 될 것 같다. # 나를 악마로 만들어 버린 네가 해야할 ‘Apologize’
가사부터 사운드까지 강하다. 강해서 섹시하다. 에디킴은 자신의 단독 콘서트에서 범키의 ‘미친 연애’를 부른 바 있다. 보컬에서 섹시함을 느꼈고 이센스의 랩 파트를 소화해내는 것에 꽤 놀랐었다. 달달한 노래 아닌 이런 콘셉트도 소화할 수 있다는 능력을 선보였다. ‘어폴로자이즈’는 그런 에디킴의 재능이 반영된 결과다. 나쁜 여자로 인해 악마가 된 남자가 악녀에게 경고하는 내용으로 ‘너로 인해 순진했던 내가 변했고 분노하고 있다. 긴 말은 필요 없고 나에게 사과해’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곡은 앨범 발매에 앞서 선공개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에디킴의 달달한 노래만 듣던 리스너라면 에디킴의 새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폴로자이즈’는 에디킴의 음악적 이미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시작이 될 듯하다.
# 내 집을 낯설게 만드는 ‘Shower Girl’
‘어폴로자이즈’가 악마가 된 남자의 분노가 섹시를 불렀다면 ‘샤워 걸’은 자체가 끈적하게 섹시하다. 끈적하게 섹시한데 가사는 현실적이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남성용 제품이 가득한 집의 욕실에서 샴푸와 바디워시 등의 위치를 묻는 현실적인 상황이 담겨있다. 에디킴이 처음 작곡했던 당시 ‘샤워 걸(Shower Girl)’의 제목은 ‘쎄씨 걸(Sassy Girl)’이었다. 기타 반주에 담백한 분위기였던 곡이 편곡 과정을 거쳐 한층 더 다양한 세션 사운드에 끈적한 느낌의 곡으로 바뀌었다. 사실 한국어로 번안되며 조금 아쉬움이 남은 곡이다. 가사는 위트있지만 조금 웃기다. 선글라스를 낀 도도한 쎄씨 걸의 번호를 얻어내던 남자의 노래는 욕실에 있는 샤워 걸을 기다리는 애간장 타는 남자의 노래로 바뀌었다. 에디킴은 영어로 작사한 자작곡들을 한국어로 옮길 때 최대한 그 느낌을 살린다고 했다. 하지만 느낌을 살리기 어려울 때는 과감히 버린다고 덧붙였다. ‘샤워 걸’은 그 느낌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탄생한 곡이다. 끈적함을 조금 덜어낸 ‘샤워 걸’이 궁금하다면 ‘쎄씨 걸’을 들어보길. # 너에게 되돌아가고 싶어 ‘Lovin’ You’ 어게인.
편곡까지 에디킴이 모두 맡아 완연한 에디킴의 자작곡인 곡이다. 그렇기에 기존 자작곡 중에 가장 원버전과 비슷하다. 우연히 내 옆에서 이 노래를 들은 누군가는 “옛날 가수 노래야?”라고 물었다. 빈티지한 기타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러빙유’는 90년대에 유행했던 팝 밴드의 음악 같다. 독특한 사운드에는 양날의 검이 되어버린 사랑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사랑이 끝난 것 같아 놓으려해도 사랑하던 것이 익숙해 되돌아가고, 또 뒤를 돌아보는 미련을 담았다. 사랑을 하다 권태기를 느껴봤거나 오랜 연인과의 관계에서 회의감을 느껴본 적이 있으면 가사가 귀에 박힐 것이다.
# 피고 진 적도 없는 거짓말쟁이 ‘조화(造花)’
에디킴은 ‘조화’에서 기본 코드를 따와 만든 것이 ‘너 사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타 사운드 하나로 잔잔히 흘러가는 ‘너 사용법’과 다르게 ‘조화’는 훨씬 웅장하다. 역시 기승전결이 있는 ‘조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웅장해지는 사운드를 보인다. ‘조화’의 가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에디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가짜 꽃, 조화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생화가 피고 질 때도 조화는 언제나 화려했지만 외로웠다. 하지만 ‘난 살아있는 꽃 숨 쉴 수 있어 외롭지 않아’라고 수 번을 되내이며 거짓말한다. 사운드의 전개가 잔잔함에서 화려함으로 변하는 순간 느껴지는 벅참은 왠지 모를 서러움을 동반한다. 에디킴은 지난 컴백 쇼케이스에서 울음이 터져 ‘조화’의 마지막 부분을 부르지 못했다. 부르는 이가 느낀 감정의 소용돌이는 듣는 이에게도 마찬가지가 되는 것 같다.
에디킴은 지난해 두 번의 콘서트에서 온전한 자신의 노래는 몇 되지 않아 아쉬워했다. 이제 그는 여섯 개의 곡을 더 부를 수 있게 됐다. 그 여섯 개의 노래가 담긴 에디킴의 두 번째 미니앨범 ‘싱싱싱’은 지난 앨범보다 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음악을 담은 듯하다. 기타 사운드가 주를 이루던 포크 음악에서 더 다양한 세션과 장르, 분위기로 돌아왔다.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전곡 자작곡으로 돌아온 에디킴의 음악적인 욕심이 만족스럽다. 또 그 음악적 욕심은 에디킴의 앞으로의 음악들이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글. 윤소희 인턴기자 sohee816@tenasia.co.kr
사진제공. 미스틱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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