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걸’ 포스터.
집안보다 회사가 더 중요한 워커홀릭 보희(조여정)은 승진을 앞둔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한다. 엎친 데 덮친 격, 남편은 보희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보희의 해고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성인용품점 사장 난희(클라라).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폐업위기의 성인용품점을 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뛰어난 업무능력의 보희와 해박한 성 지식을 지닌 난희의 좌충우돌 은밀한 동업은 이렇게 시작된다. 청소년 관람불가, 7일 개봉.10. 조여정과 클라라가 전하는 유쾌하고 밝은 섹스 이야기 ∥ 관람지수 6
‘워킹걸’ 스틸 이미지.
‘워킹걸’은 조여정과 클라라를 내세운 성인 코믹물이다. ‘섹시’하면 알아주는 두 여배우의 호흡은 물론 영화의 주된 배경 자체가 성인용품점이니 야릇한 상상은 배가된다. 그리고 영화는 이에 충실하다. 여성들이 직접 말하는 섹스, 오르가즘 그리고 성인용품까지 민망할 정도로 섹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렇다고 끈적끈적한 에로 영화로 오해하면 안 된다. 살색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지도 않는다. 빈번한 노출과 섹스 장면에도 웃음을 입혔다. 이처럼 ‘워킹걸’의 기본 바탕은 코미디다.조여정과 클라라, 두 여배우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성은 유쾌하고 밝다. 남자들만의 은밀한 음담패설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여성 관객들이 느끼는 공감대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베드신을 주도하는 것도 두 여배우다. 특히 조여정은 ‘인간중독’에서 선보였던 코믹 베드신, 그 이상을 해낸다. 여러 번의 베드신이 등장하지만, 농염함과는 거리가 멀다. 가장 압권은 성인용품 착용. 후반부 딸의 축구 시합을 보러 간 보희가 ‘신상’ 성인용품의 고장으로 난처해하는 모습은 웃지 않고선 견딜 재간이 없다.
자신의 무기 ‘섹시’를 십분 활용한 클라라도 기대 이상이다. 극 중 상황과 클라라의 섹시함이 잘 어우러졌고, 조여정과 호흡도 제법이다. 뛰어난 연기력을 보였다기보다 어울리는 옷을 입은 셈이다. 스크린 주연 데뷔란 점을 감안하면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또 상대역 표경수 역의 고경표와 어울림도 인상적이다. 난희와 경수가 펼치는 베드신은 보희의 베드신과는 또 다른 재미다.
조여정 클라라의 주변 인물들도 분량에 상관없이 제 역할을 다 했다.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웃음소리를 남긴 고경표를 비롯해 야릇한 이름의 구강성 교수 역의 김태우와 동료 교수 배성우 그리고 김보연과 라미란 등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장난감 회사 토이 앤 조이, 밝은 곳으로 나온 성인용품점 까사 아모르 등 공간적 배경은 감독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웃음 속에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더했다. 음지의 성을 양지로 옮겨왔다거나 성인용품점에 대한 선입견 등은 일차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직장맘’의 현실적인 고민이 녹아 있다. 직장과 가정, 모두 완벽을 요구하는 현실에 지쳐가는 보희의 모습은 안쓰럽다. 직장맘이라면 보희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것 같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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