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미생
tvN ‘미생’ 17회 2014년 12월 12일 오후 8시 30분


다섯 줄 요약
김동식 대리(김대명)는 동기에 밀려 주재원 선발에서 미끄러진다. 그는 오상식 차장(김성민)이 무능해서 자신이 탈락했다는 동기들의 뒷담화에 분노하며 오차장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낸다. 선차장(신은정)은 베트남 프로젝트를 무리한 일정으로 소화하다 끝내 병원신세를 진다. 하지만 팀원들은 선차장이 회사를 나가야 자신들이 승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차장을 돕지 않는다. 한편 오차장은 최전무(이경영)로부터 중국 사업을 제안 받는다. 성공할 경우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실패시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독이 든 성배’ 앞에서 오차장은 고민한다.

리뷰
“처음에는 우리도 많이 가까웠었는데. 이제는 실적이다 라인이다 경쟁이다… 그러네…”

술에 취해 모텔에 모인 동기들을 보며 하대리(전석호)가 내뱉은 말이다. 그들 대리들에게도-장그래(임시완)·한석률(변요한)·장백기(강하늘)·안영이(강소라)-신입 4인방처럼 지친 동기에게 캔 맥주를 건네고, 따뜻한 말을 던지고, 서로의 일을 품앗이한 ‘뜨거웠던 오늘’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의 의미보다 실적이, 인간적 믿음보다 라인이 중요시 여겨지는 사내 정치 안에서 이들은 어느새 경쟁자가 돼 버렸다. 이들 대리급들의 모습이 괜히 짠한 것은 그들에게서 우리를 과거나 현재 혹은 미래를 보기 때문일 게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공고해지는 동기애도 있다. 오차장과 선차장이 그렇다. 오차장은 베트남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과로로 쓰러진 선차장을 위해 주말을 반납해 가며 대신 기획안 자료를 만든다.(이 과정에 신입 4인방을 투입, 신입들의 동기애를 부각시킨 것은 절묘했다.) 결국 우리는 신입4인방의 ‘순수한 동기애’가 언젠가 대리급들의 ‘위기의 동기애’로 살짝 변질되더라도, 다시 오차장-선차장과 같은 ‘믿음이 수반된 동기애’로 완성되기를 바라며 ‘미생’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짠내나는’ 동기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 한 회였다.

그리고 다시, 오차장과 비정규직 장그래다. 최전무가 내민 5억 달러가 걸린 중국 프로젝트는 일명 ‘?시’(연줄을 뜻하는 중국어)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 일로 오차장의 성정(性情)과는 맞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오차장은 결국 독이 든 성배를 든다. 자신의 승진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 애’ 장그래 때문이다. 오차장은 지옥 같은 세상으로 장그래가 던져지는 게 싫다. 전쟁터 같은 회사일지라도 그래를 자기 곁에 두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오차장은 도박일지도 모를 ‘한 수’를 둔다.

오차장은 그래에게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어. 파리 주위에 있으면 변소 주변이나 어슬렁거릴 거고 꿀벌 주위에 있으면 꽃밭을 함께 다니게 된다잖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장그래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그래서 지금 꽃밭을 걷고 있나 봅니다”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 가가 아니라, 누구와 있는 가다. 그 곳에 오차장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곳은 꽃밭이다. 그래서 묻고 싶어 졌다. 당신들은 꽃밭에 있는가, 변소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가.

수다포인트
- 김대리의 ‘삐’ 소리로 처리된 찰진 욕설, 감독판에서는 육성으로 보고 싶네요.
- “너희들의 뜨거웠던 오늘을 기억해라” ‘짠내나는’ 오늘의 대사
– 대리급들이 모이다니! 작가님, 이런 자리 자주 만들어주세요
– 이경영만 등장하면 스릴러! 카리스마 짱, 짱!!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 ‘미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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