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꽤나 듣는다는 ‘힙스터(Hipster,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 사이에서 올해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내한공연은 퀸도, 오지 오스본도 아닌 바로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다.

오클라호마 출신의 82년생 여성 록 뮤지션인 애니 클락의 솔로 프로젝트 세인트 빈센트를 뭐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그녀에게서는 여러 가지 모습이 보인다. 기발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은 마치 데이빗 번(David Byrne)을 보는 것 같고, 살벌한 기타 솔로를 토해내는 모습은 지미 헨드릭스? (아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모습이다) 뇌쇄적이면서도 불길한 매력을 지닌 음색은 케이트 부쉬를 연상케 한다. “토킹 헤즈에서 케이트 부쉬, 피터 가브리엘에 이르는 예술적인 록의 시금석들을 연상시키지만, 결코 독창성을 포기하는 법이 없는 음악”이라는 ‘피치포크’의 앨범 평도 모자란 것 같다. 세인트 빈센트는 갑자기 등장한 록의 거대한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록 스타라고 할까? 아니면 록의 구세주가 예상치 못한 곳에 튀어나왔다고 할까?

7월 24일 예스24무브홀에서 열리는 세인트 빈센트의 내한공연은 동시대 가장 첨단의 음악을 접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한을 앞둔 세인트 빈센트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이 뚜렷한 아티스트인 만큼 인터뷰 대답들에서도 총기가 느껴졌다.

Q. 최근 투어 중인 걸로 알고 있다. 근황은?
세인트 빈센트: 꽤 긴 투어를 하고 있고 연말까지 투어가 잡혀 있기 때문에 (연말에는 블랙 키스(Black Keys)와 함께 북미 투어를 할 예정) 중간 중간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 때마침 여유가 생겨 댈러스에서 휴식하는 중이다.

Q. 한국에 처음 내한하는 소감은?
세인트 빈센트: 나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인데다 처음 가는 장소라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한국에 가봤던 투어 매니저가 그 곳 관객에 대해서 얘기를 해줬기 때문에 좋은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지난 4월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정 공연에서 크리스트 노보셀릭, 데이브 그롤 등 너바나의 멤버들과 협연한 것이 화제가 됐다. 커트 코베인의 자리를 대신한 것이 아닌가? 무척 영광이었을 것 같다.
세인트 빈센트: 커트 코베인에 대해 말하자면, ‘네버마인드(Nevermind)’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린 작품이다. 그는 전 세계 카운터 컬쳐를 대표하는 듯했고, 나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명예의 전당’에서 너바나의 곡을 부른 것은 그야말로 큰 영광이었다. 아직도 그의 죽음이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고 또 슬프다. 그의 죽음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Q. 턱 앤 패티의 턱 앤드레스가 당신의 삼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핑거스타일 기타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명인으로 꼽힌다. 삼촌에게 기타를 좀 배웠나? 당신의 핑거스타일 기타에도 영향을 줬을 것 같다.
세인트 빈센트: 턱 앤 패티의 투어에 동행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삼촌의 기타 연주를 보고 따라하게 된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장비를 다루는 방법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뮤지션이 어떻게 공연을 만들고 무대에 임하는지 그런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게 된 것 같다. 삼촌과 이모는 특별히 레슨을 해줬다기보다는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해줬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만의 소리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Q. 최근 발표한 새 앨범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가 세계 주요 매체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 이 앨범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세인트 빈센트: 앞서 얘기한 자신만의 소리를 찾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 앨범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자서전에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앨범 이름을 내 이름으로 했다. 앨범을 만들 때에는 데이빗 번과의 투어 영향이 있었다. 투어 직후 만든 앨범인데, 데이빗 번과 투어를 하면서 관객들이 춤을 추는 것을 많이 봤고, 앨범을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그런 에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본인의 음악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인트 빈센트: 삶에서 경험한 것들, 지속되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무언가 생각났을 때 비교적 그것들을 빨리 음악으로 만들어 내는 편인데, 사실 그것은 어떤 본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해 내는 과정이 아니라 나의 본능을 따라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럴수록 더욱 나의 음악이 되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Q. 자유롭게, 잠시 가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밴드에 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된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세인트 빈센트: 이건 정말로 어려운 질문인데, 70년대가 가장 펑키했기 때문에 그 시기에서 골라본다면 아무래도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일 것 같다. 레드 제플린의 전용기에는 벽난로도 있다고 들었는데, 멤버가 되어서 전용기에 타보고 싶다.

Q. 축구를 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있었는지? 좋아하는 축구 선수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세인트 빈센트: 월드컵을 많이는 못 봤다. 네덜란드 대 코스타리카 경기를 보고, 독일 대 브라질 경기는 조금밖에 못 봤다. 축구 자체와 경기의 역동적인 분위기 같은 건 좋아하지만, 챙겨 보지는 않기 때문에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가 딱히 없다. 내가 제대로 챙겨 보는 건 NBA 농구뿐이다.

Q. 차기작 계획은 어떤가?
세인트 빈센트: 일단 데이빗 번이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 같다. 데이빗 번과 나, 그리고 몇 명 더 있을 예정이다. 그 외에는 새 앨범 작업을 하고, 또 영화에도 출연을 할 것 같다.

Q. 세인트 빈센트의 무대나 뮤직비디오를 영상으로 보면 퍼포먼스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본인에게 퍼포먼스는 어떠한 의미인가?
세인트 빈센트: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는 것 외에 무언가 더 표현을 하고 싶었지만, 내가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해 훈련이나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늘 모호했다. 하지만 내가 기타를 배울 때처럼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관객을 몰입시키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동작을 만들고 싶었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김밥레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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