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별에서 온 그대’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도 들썩거리게 할 정도의 화제작이었다.
한자로 어질 인(仁)에 아리따울 나(娜)를 쓰는 이름처럼 선하고 예쁘다. 말하는 모습도 그렇다. 천천하고 조심스럽다. 질문을 던지면 자동적으로 ‘준비해 온 답변’이 아닌 고심 끝에 들려주는 솔직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서인지 독한 구석이라곤 하나 없을 것 같은 그가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주인공 천송이(전지현)를 곁에서 질투하며 괴롭히는 두 얼굴을 지닌 인물로 분했다. ‘반전 매력’은 아마 이럴 때 쓰는 단어일 것 같다. 지난 겨울 내내 아프게 안고 있던 유세미와의 작별을 맞은 유인나는 “시원섭섭하다”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유인나: 끝나고 나니 시원하기도 하고 세상이 밝게 보이기도 하더라. 악역이기도 하고, 혼자서 많이 마음앓이도 했던 역할이라 한마디로 시원섭섭한 것 같다.(웃음)
Q. 모르는 사람이 처음 봐도 참 선해 보이는 인상인데 MBC ‘최고의 사랑’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악역을 맡았다.
유인나: 캐스팅할 때 박지은 작가님이 ‘진짜 착해보이는 사람’을 섭외해달라고 주문하셨다고 들었다. 그래서 처음 제의 받았을 때 ‘아 내가 그렇게 착해보이나?’란 생각이 들더라. 아마도 반전적인 느낌을 생각하신게 아닐까 싶다. 감독님은 ‘착한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게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주변에 보면 속을 잘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내면에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면서 현실적인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Q. 그럼에도 악역이라 연기하는 내내 실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겠다.
유인나: 사실 모든 인간이 다종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 감정을 꺼내서 극대화하는 게 필요한데, 연기할 때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가 돼야 하니까 연기하는 동안은 마음이 늘 좋진 않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 난 행복한 장면을 찍을 때는 정말로 행복하고 악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실제로도 마음이 힘들다. 그래서인지 연기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좀 우울하더라.
Q. 세미만이 가진 슬픔에 깊이 공감했나보다.
유인나: 세미 입장에서 생각해주시는 분이 많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가장 많이 공감한 사람은 바로 나겠지. 실제로 촬영할 때가 아닐 때도 세미가 지닌 어두운 기운이 뿜어져나왔었달까. 다른 작품은 즐겁게 있다가도 슛 들어가면 돌변해서 연기하는 게 됐는데 세미는 늘 기운이 없고 처져 있어서 실제 촬영장에서도 그런 면이 있었다. 아마 스태프들도 많이 힘들었을 거다.
Q. 어떤 면에서는 끝나고 나니 굉장히 홀가분했겠다.
유인나: 맞다. 심지어 무척 잘 됐으니까. 중국에서도 잘 됐다고 해서 무척 신기했다. 그리고 내심 궁금해지더라. 한국에서는 전형적으로 미움받을 만한 캐릭터인데 중국 시청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Q. 극중 세미는 15년 동안이나 친구를 짝사랑해 온 지고지순한 캐릭터였다. 실제로도 짝사랑 경험이 있나?
유인나: 지고지순하긴 한데(웃음) 짝사랑은 못하는 편이다.혼자서 나를 봐주지도 않는 사람을 15년 이상 짝사랑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다.
Q. 학창시절에 유인나를 짝사랑하는 남학생은 많았을 것 같은데.
유인나: 하하하. 그냥 다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던 것 같다. 나를 4년동안 짝사랑하는 분이 있었는데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좀 어려서 더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했던 게 미안하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는 상대방을 위해 빨리 거절하는 게 최대한의 배려인 것 같다.
Q. 오히려 어려운 역할을 마치고 나니 뭔가 산을 넘은 듯한 생각이 드나.
유인나: 내가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시작할 때는 걱정이 많고 끝나고 나서는 아쉬움과 반성이 많은 편이다. ‘좀더 잘 할걸’ ‘세미의 이야기가 좀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천송이와 도민준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보고 싶으셨을 테니까.
Q.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
유인나: 굉장히 급박하게 찍었는데도 현장에서는 누구 하나 예민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고 편안하게 찍어서 신기할 정도였다.
Q. ‘별에서 온 그대’가 처음부터 전지현, 김수현이라는 스타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었고 상대적으로 두 주인공에 많이 집중된 지점이 아쉽진 않았나.
유인나: 어떤 사람은 키가 180cm이고 또 다른 사람은 170cm인 것처럼 각자만의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얼마나 잘 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Q. 촬영 내내 라디오 DJ를 병행했다. 쉽지 않은 스케줄이었을 것 같은데.
유인나: 에너지를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원래 내 모습을 잃어버리는 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만일 오래 하는 대하드라마였으면 성격이 변했을 거다.(웃음) 숨소리만 들어도 내가 어떤지 아시는 청취자들이라 ‘억지로 밝게 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힘들면 노래 틀어주면서 좀 쉬어라’하고 말씀해주시는 게 무척 고마웠다.
Q. 이제는 DJ로서 최고 인기 반열에 올라선 것 같다.
유인나: 사실 사람들이랑 소통할 일이 많지 않다. 나는 원래 혼자 밥먹고 쇼핑하고 돌아다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데 언제부턴가 그러기가 쉽지 않아지더라. 그렇게 한동안 연기하고 집만 왔다갔다 하니까 너무 갇혀 지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 때 만난 라디오로 인해 ‘나처럼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람이 없겠다’ 싶으니 많은 위로가 된다.
Q. 연기자로서 다음 작품은 어떤 역할에 끌리나.
유인나: 이번엔 어떤 역할이든 좀 밝은 에너지를 지닌, 사랑받을 수 있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웃음)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퍼스트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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