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절
참 좋은 시절


‘1인 가족 시대’에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며 진한 감동 전하는 무공해 드라마

요즘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가족의 해체를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혼율이 가장 높은 나라인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결혼을 거부하는 독신남녀들이 넘쳐나고 경제적인 이유로 떨어져 사는 기러기 부부가 늘어나는 등 ‘1인 가족 시대’가 다가왔음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안방극장에서도 사회의 흐름을 반영해 가족의 해체를 자주 감지할 수 있다. 3대가 모여 복닥복닥 살면서 가족 간 정을 나누는 전통적인 가족 드라마를 찾기는 매우 힘들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고부싸움을 한 후 된장찌개를 나눠 먹으며 서로 화해하는 예전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던 훈훈한 광경은 이제 쉽게 볼 수 없다. 출생의 비밀, 불륜 등 비정상적인 갈등이 혼재된 가족극의 타이틀만 빌린 막장 드라마만 쏟아지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률은 올리지만 마음을 사로잡고 오래 기억될 만한 작품은 갈수록 줄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통적인 가족의 미덕을 찾아가는 드라마가 오랜만에 방송돼 눈길을 끌고 있다. KBS2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극본 이경희, 연출 김진원)이 바로 그 주인공. 어떤 때는 남보다 더 지긋지긋하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핏줄의 끈끈함 때문에 그 소중함이 부각되는 가족의 참의미를 일깨워주면서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참 좋은 시절
참 좋은 시절
‘참 좋은 시절’은 가난을 딛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강동석 검사(이서진)가 15년 만에 고향에 내려가 그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가족들과 화해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학창시절 서로 너무 다른 환경 때문에 놓쳤던 첫사랑 차해원(김희선)과의 가슴 절절한 재회도 곁들여진다.

내가 이 드라마에 기대를 걸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경희 작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착한 남자’ ‘고맙습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으로 고정팬을 유지하고 있는 이경희 작가는 ‘품격’이란 단어가 사라져가는 우리 드라마 현실에서 완성도와 재미를 담보하는 찰진 필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참 좋은 시절’은 10회까지 방송된 지금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자극보다는 순수한 감성, 막장보다는 진정성으로 승부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시크와 쿨이 판을 치는 요즘 트렌드에 비해서 촌스럽고 투박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진정성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고 있다.

나는 첫 방송부터 매료돼 매회 본방사수하고 있다. 씨줄과 날줄이 직조하듯 정교하게 짜여진 탄탄한 이야기와 살아 숨쉬는 캐릭터, 인생이 농축된 대사가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따뜻한 정서는 인정하지만 올드하다는 반대되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난 가족과 떨어져 ‘1인 가족’으로 살았던 주인공이 콩가루 집안으로 불리지만 정이 넘치는 가족에 흡수돼 가면서 벌어지는 파열음과 그 안에서 자신을 재발견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이기적이었던 동석이 할아버지의 똥기저귀를 치우게 되고 미안함에 피하고 싶었던 누나 동희(김지호) 동생 동희(옥택연)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모습이 가슴에 긴 파장을 전한다. 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지역색이 묻어나는 무공해 유머코드와 윤여정 최화정 김상호 김광규 오현경 등 중견배우들의 명불허전 연기력에 감탄하며 매주 주말 밤 TV 앞에 앉아 있다.
참 좋은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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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속도가 느리다는 걸 단점으로 지적한다. 이는 ‘냉정함의 화신’이었던 동석이 가족과의 재회를 통해 얼음물이 녹듯이 서서히 인간미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로 읽혀진다. 이작가는 극 초반에는 캐릭터들을 감정의 결을 차곡차곡 쌓아가다가 중반에 가서 강력한 한방에 터뜨리는 게 특징. 분명히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지켜보면 이야기에 힘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가장 아쉬워하는 건 주연을 맡은 이서진과 김희선의 호흡이다. 두 사람 사이 소위 말하는 케미스트리(화학작용)가 부족하다. 오랜만에 좋은 배역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치고 있지만 두 사람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든다. 동석과 해원이 현재 감정을 숨기고 있지만 서로를 아끼고 있다는 건 시청자 모두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애절함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을 더한다. 아역을 맡았던 박보검과 구민아의 호흡이 너무 좋았던 탓도 있다. 주인공들 사이에 케미가 살아야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드라마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참 좋은 시절’은 현재 20% 중반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KBS2 주말 드라마 명성에는 미치지는 못하는 성적이다. 그러나 ‘참 좋은 시절’은 분명히 오랜만에 만나는 좋은 드라마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부분이 있어야 하는 게 요즘 드라마의 현실. 약간의 조미료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또한 너무 많은 캐릭터로 인한 산만한 극 전개의 정리도 필요한 듯하다.

이경희 작가의 내공을 믿기에 전혀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보다 앞으로 과연 어떤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감이 더욱 상승된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아무리 조미료를 더해도 이 훈훈한 정서는 계속 유지됐으면 하는 거다. 드라마는 입에서 욕이 나오려고 보는 게 아니라 가슴이 따뜻해져 눈물이 나오려고 보는 게 맞다.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제공. 3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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