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4에서 계속) 보통 골든인디컬렉션에 소개할 뮤지션 선택은 관심이 가는 뮤지션의 음반과 공연을 다 경험한 후에 최종결정을 한다. 간혹 음반과 공연의 퀄리티에 편차가 있는 뮤지션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음반과 공연의 질감이 일치하지만 어느 한쪽만 좋을 땐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프롬은 특별한 경우다. 공연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음반만으로도 임팩트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5일 홍대 앞 벨로주에서 열린 프롬의 첫 단독공연에 갔다. 실제로 그녀의 라이브 무대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만화를 좋아했던 소녀시절의 감성을 드러내는 무대 배경 동영상도 흥미로웠지만 첫 단독 무대임에도 루키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대 위에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를 사로잡는 포스가 느껴졌다. 꽤나 시크한 분위기로 진지하게 노래에 집중하는 모습도 근사했다. 공연을 통해 프롬은 오디오로만 듣는 음반보다 비주얼이 더해지는 라이브에서의 매력이 상당한 뮤지션임을 확인했다.
데뷔 초기에 미니앨범 하나 없이 싱글 2곡이 전부였던 프롬은 2012년 상당히 의미 있는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소속 레이블 쇼머스트가 재정리되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2013년 관심을 보여 온 미러볼뮤직의 자회사인 디오션 뮤직에 소속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정규앨범 준비에 들어갔다. “저는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지 않아 코드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해 세션 분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집에 숨어서 공연보다는 앨범만 내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하지만 무대 경험을 쌓으면서 앨범만큼이나 공연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프롬)
빈티지한 사운드로 채색된 프롬의 첫 정규앨범은 자신의 일상 이야기와 자아를 담은 일기장과도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빈티지한 사운드에 꿈꾸는 것들, 상상하는 것들을 제 색깔로 표현해내려고 애썼습니다.”(프롬) 절제된 보컬과 솔직한 감성으로 들려주는 ‘프롬’의 어법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색채가 선명해 청자들의 귀를 잡아끈다. 첫 발자국이기에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성적인 송라이팅 능력과 노래마다 색채를 달리하는 보컬 톤은 기대감을 안겨준다. 전반적으로 앨범의 색채는 어쿠스틱한 악기를 중심으로 현악과 관악 편곡이 어우러져 경쾌한 리듬과 서정이 공존하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프롬의 1집은 일상의 기록을 담아냈다고 하지만 내재된 원초적 슬픔과 끼를 온전하게 토해낸 앨범은 아니다. 어느 정도는 대중적 취향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무궁한 음악적 소스를 지니고 있는 그녀의 향후 앨범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프롬의 노래는 자연스런 멜로디가 장점이지만 후렴구가 부각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절정부가 강력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마음셔틀금지’는 예외지만, 꼭 내지르고 바이브레이션을 넣어야 후렴구가 산다는 인식은 없습니다. 제가 원래 잘 만들어지고 잘 꾸민 노래는 흥미가 없었습니다.”(프롬) 보이스 톤이 낮은 프롬은 고음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정말 콤플렉스였어요. 노래할 때나, 말할 때나 목소리 톤이 낮아 고치고 싶었죠. 어렸을 땐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맑고 고운 목소리를 동경해 그렇게 부르려고 연습을 많이 해봤어요. 학원에 다닐 때는 육교 위에서 노래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더 오래했다면 노래를 지금보다 더 잘 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지만 그렇게 편치 않고 인위적인 노력에 스스로 질렸습니다.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을 귀신같이 구별하는 것 같아요. 문득 진실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면서 그때부터 발성과 표현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지금은 내 발성과 표현을 믿기 전에 연습이 좀 필요한 상태다.지금 목소리는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죠. 톤적인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창법 등을 통해 다르게 표현해보려 노력하고 있어요.”(프롬)
그녀는 캐나다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Feist)의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각종 잡음이 넘실거림에도 곡의 진행이 매끄러웠기 때문. 그래서 자신의 앨범도 틀에 박힌 전형을 벗어나 자유롭게 녹음을 진행해도 좋을 것 같은 가능성을 보았다. 앨범 크레딧을 보면 공동 프로듀스를 맡은 앤디 로젤룬드(Andi Roselund)라는 생소한 외국인 이름이 있다. 연세대 교환학생 출신으로 CCM 작곡가인 앤디는 국내 단편 영화의 음악감독과 삼성 갤럭시 시리즈 광고 음악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앨범의 구성과 구상에 대한 도움은 물론 기타, 베이스, 만돌린, 트럼펫, 트럼본, 피아노, 페니 휘슬 같은 다채로운 악기연주로 세션 작업에도 참여했다. “한국에서 20년을 살면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앤디는 한국말도 엄청 잘합니다. 제 데모를 듣고 도움을 준 친구의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이 흥미롭게 듣고 회사 동료였던 앤디에게 소개하면서 인연이 만들어졌습니다. 앤디는 뭐든 전달하면 제가 생각한 이상으로 너무 완벽한 결과물이 나와 깜짝 놀라곤 했습니다.”(프롬)
프롬은 녹음과 믹싱과정에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대로 그냥 저절로 녹음이 나오는 줄 알았다고 한다. “처음 녹음과정에서 겪은 스트레스를 즐겼습니다. 사람을 쪼아가면서 작업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편한 사람들과 작업했기에 즐겁기도 했습니다. 진짜 마스터들과 작업했기에 몇몇 곡들은 매끄러운 소리가 나왔는데, 그분들과 소통하면서 제 음악적 욕심을 줄이는 과정이 더 힘들었습니다.”(프롬)(part6로 계속)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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