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이 밝았다. 작년 한국 대중음악계는 조용필부터 크레용팝, 엑소 열풍에 이르기까지 예측불허의 한해를 보냈다. 올해는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음악들이 놀라움을 전할까? 케이팝 해외진출부터 국내 가요계 및 인디, 팝, 페스티벌, 음원사이트 등 대중음악계 전반에 걸쳐 새해에는 어떤 움직임이 전망되는지 텐아시아가 업계 관계자들 20인에게 직접 물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강일권 리드머 편집장,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김병찬 플럭서스뮤직 대표, 김시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대표, 김민규 한국독립음악제작자협회 회장, 노현태 큐브엔터테인먼트 부사장, 박준흠 서울종합예술학교 학부장,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안석준 CJ E&M 음악사업부문 대표,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 이세환 소니뮤직 차장, 이용식 유니버설뮤직 이사, 이응민 파스텔뮤직 대표, 이창희 미러볼뮤직 대표,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조혜원 워너뮤직 과장, 최성욱 PMC네트웍스 대표, 한익수 VU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20명.

그룹 엑소

#아이돌 전쟁, 엑소의 대항마는 누구?
2014년에는 비,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이 컴백함과 동시에 YG엔터테인먼트의 위너, JYP엔터테인먼트의 갓세븐 등 신인 아이돌그룹이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외에도 스타쉽, TS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기획사들이 신인 그룹을 준비 중이다. 아이돌그룹 판세는 어떨까?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새로운 아이돌그룹이 등장할 때마다 그 세대를 구분하곤 한다. 각 회사마다 신인 아이돌그룹을 고심하고 있는데 올해는 기존 트렌드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아이돌그룹이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태 큐브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작년에 크레용팝의 ‘빠빠빠’와 같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콘텐츠가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기존에 없던 블루오션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관측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014년 아이돌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엑소의 대항마 찾기가 될 것”이라며 “먼저 첫 수를 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소위 3대 기획사(SM, YG, JYP)의 안티 히어로(anti-hero) 계열 아이돌들이 나오면서 H.O.T.-젝스키스-god 시절부터 이루어지던 히어로 계열 VS 안티히어로 계열 아이돌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기 위한 안티 히어로 결정전이 치러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시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케이팝 시장이 씨를 뿌리는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세로 접어들면서 현재 중심을 이루는 아이돌그룹의 양적 질적 성장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아이돌그룹이 생겨났다 사라지면서 그 순환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지나치게 소모적인 과잉경쟁도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2013년에 엑소가 ‘XOXO’의 두 가지 언어 버전의 앨범과 그 각각의 리패키지반까지 합쳐 100만 장을 돌파한 것과 같은 움직임은 또 나올까? 방시혁 대표는 “엑소의 음반을 구매하는 층과 예전 100만장 시절에 음반을 구매하던 층의 니즈는 매우 다르리라 생각되기에 엑소의 100만장 판매가 곧 한국 음반 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김시대 대표는 ”음원시장과 음반시장은 점점 더 극명하게 다른 노선을 걷게 될 것”이라며 “대중들이 이끌어가는 음원시장과 팬들이 주도하는 음반시장은 각각의 차트만 보아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음반은 음악을 듣는 매개체라기 보다 하나의 MD상품과 같기 때문에, 아이돌 시장의 성장이 음반시장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테나뮤직 아티스트

#중규모 레이블 강세 보일 듯
새해에도 아이돌그룹의 강세 일변도가 계속 이어질까? 안석준 CJ E&M 음악사업부문 대표는 “2013년에는 예전처럼 특정 장르가 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 가요계가 SM, YG, JYP 등 대형 아이돌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됐다면 올해에는 중규모의 다양한 레이블들이 주목받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대표는 “케이팝 일본시장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드는 아이돌 사업이 올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면 안테나뮤직, 브랜뉴뮤직 등과 같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작년에 콘서트 수익 등을 봤다. 이들처럼 리스크가 적고 롱런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소비자들도 다양한 장르를 원하지만, 기획사 입장에서도 안정된 수익을 위해 장르 다변화의 움직임을 가져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시혁 대표는 “본인의 음악적 히스토리와 아우라를 가장 큰 자산으로 하는 아티스트/싱어송라이터 계열 뮤지션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응답하라 1994’의 강세에서 나타났듯이 90년대의 감성적인 가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김시대 대표는 “초등학생부터 40대 회사원과 주부에 이르기 까지 공감할 수 있는 ‘응답하라 1994′와 같은 킬러 콘텐츠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과거 ‘7080’ 복고문화와 달리 감성을 기반으로 전 계층이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8090 르네상스’ 코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가요의 다양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시혁 대표는 “변진섭-신승훈-조성모-SG워너비 류의 발라드 음악을 관통하는 한국적 정서가 가득한 음악 역시 차트에서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그룹 JYJ

#케이팝 한류는 부익부빈익빈
2014년 케이팝 해외진출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노현태 부사장은 “올해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시혁 대표는 “일본시장에서의 한류 열기가 식은 것도 사실이며 여기에 정치적인 이유가 겹치면서 한류 시장도 많이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크진 않아도 어느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던 동남아 시장도 잦은 공연과 부실한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으로 한류에 대한 충성도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시장이 줄어들수록 시장 상위 사업자에게 더 많은 부와 기회가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기에 앞으로도 케이팝 공연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빠른 시간 안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간 플레이어에게는 한류 공연은 기회의 시장이겠지만 시장포화상태 이후 진입한 플레이어에게는 기회가 오기 쉽지 않을 듯 싶다”라고 분석했다.

안석준 대표도 “일본에 확고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팀 외에 신규 아티스트들은 일본시장 진입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해 예전처럼 국내에서 돈을 벌지 못해도 일본에 가서 수익을 거둔다는 공식이 통하기 힘들기 때문에 신인 아이돌을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정욱 대표는 “한류 플랫폼의 다변화를 통해 지역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는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현태 부사장은 “올해에는 브라질 월드컵 등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가 있다. 이에 편승한 케이팝의 마케팅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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