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빠스껫 볼’ 포스터

케이블채널 tvN 개국 7주년 대기획 ‘빠스껫 볼’이 지난 17일 18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끝맺었다.

‘빠스껫 볼’은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이후 분단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에 농구를 희망으로 삼으며 활동해 온 청춘들의 사랑과 갈등, 화합을 그린 작품으로 KBS2 ‘추노’ ‘도망자 플랜비’로 각광받은 곽정환 PD가 메가폰을 잡아 기획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마지막 회 방송을 끝마친 지금 ‘빠스껫 볼’이 받아든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일각에서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시대상을 충실히 구현했다”는 평도 있지만, 시청률만 놓고 보더라도 ‘빠스껫 볼’이 대중과의 접점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 곽정한 PD, ‘추노’ 그리고 그 이후

KBS2 ‘한성별곡’, ‘추노’ 등 시대극 연출에 있어 탁월한 역량을 자랑한 바 있는 곽정한 PD는 ‘빠스껫 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였다. 개성 있는 연출과 실험적인 카메라 움직임 등 곽 PD가 지상파 드라마에 남긴 혁혁한 성과는 그런 기대감에 이유 있는 신뢰감을 불어넣었다.

tvN ‘빠스껫 볼’을 연출한 곽정환 PD

‘빠스껫 볼’은 기존의 시대극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 강했다. 친일, 해방 전후의 이야기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재를 중심에 내세운 만큼 곽 PD는 ‘빠스껫 볼’에서 역사 고증에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지나친 친절함은 되레 독으로 작용했다. 마치 역사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건, 단어 등에 대한 설명이 따라 붙었고, ‘역사물의 고증’의 모법 답안을 제시했지만, 이것이 극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렸다는 평도 적지 않다.

# 24부작에서 18부작으로…‘빠스껫 볼’ 시즌2 가능할까

‘빠스껫 볼’은 드라마 초반 6회 단축 종방 계획을 발표회 눈길을 끌었다. ‘빠스껫 볼’ 관계자는 “시청률 때문이 아니라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광복(1945년 8월 15일)을 기점으로 전반부에 18회, 후반부에 6회로 기획된 ‘빠스껫 볼’은 비교적 긴 시간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tvN ‘빠스껫 볼’ 18회 방송화면 캡처

이를 증명하듯 18부작으로 단축된 이후에도 ‘빠스껫 볼’은 애초에 기획한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마지막 회 방송이 열린 결말로 끝난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최초 기획됐던 ‘1948년 분단 전의 마지막 농구팀 KOREA’에 대한 이야기는 채 꺼내지도 못했다는 것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빠스껫 볼’ 관계자는 “광복을 기점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는 서로 다른 이야기라고 봐도 될 정도다”고 공언한 만큼, 시즌2로 제작될 ‘빠스껫 볼’이 새 판 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 도지한, 이엘리야, 정동현, 예은, 하용진의 재발견

시청률 부진, 단축 종방 등 여러 어려움은 있었지만, ‘빠스껫 볼’에 출연한 신인 배우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tvN ‘빠스껫 볼’ 출연진 도지한, 이엘리야, 하용진, 정동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주인공 강산 역의 도지한을 비롯해 민치호 역의 정동현, 최신영 역의 이엘리야는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시대적 비극 속에 급변하는 인물들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신인 발굴 능력에 탁월한 재주가 있는 곽정환 PD의 선구안은 ‘빠스껫 볼’에서도 여전히 건재했다는 평가다.

드라마 연기에 처음 도전한 걸그룹 원더걸스의 예은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여 합격점을 받았다. 자칫하면 존재감 없이 묻힐 수 있는 신영의 하녀 고봉순 역을 맡아 차진 사투리 연기를 선보였고, 후반부에는 배성원 역의 정승교와 가슴 아픈 로맨스를 그려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알렸다. 극 중 창씨개명에 앞장선 친일파 다케시 역을 맡은 하용진도 데뷔 8년 만에 악역을 맡아 자신의 이름을 알리며 호연을 펼쳤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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