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
‘연애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
‘연애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

타인과의 관계라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 유독 어려운 일인 것일까. 단 둘이 마주 앉아도 서로의 눈에 집중하기는커녕,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본다는 21세기 사람들은 분명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장애를 안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건강한 관계는 건강한 소통에서 나오는 법인데, 자신의 정체를 가릴 수 있는 인터넷 세상에서만 왁자지껄하고 정작 진짜 현실로 나오면 타인과 말하는 법조차 잊은 듯한 이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기형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니까.

이런 기형적인 세상이 케이블채널 tvN ‘김지윤의 달콤한 19’와 같은 연애강의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이제 정상적으로 연애하는 법까지 잊어버린 현실, 본능에 가까운 관계맺음조차도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에 대해 어찌 회의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팟캐스트 다운로드 1위, 유투브 조회수 80만건을 돌파하면 연애의 신이라고 불린다는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에 대한 세상의 떠들썩한 반응은 현대인의 무능력으로 읽히기까지 했다.

따라서 눈치 챘겠지만, 김지윤 소장을 만나러 가는 길의 마음가짐은 기대보다는 의심이 더 많았다. 그러나 결국 그녀에게 설득당하고 말았다. 막상 마주한 그녀는 강사라고 하면 으레 위풍당당하면서도 과장된 몸짓으로 허황된 말들을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존재였다. 방송에서 봐왔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조심스럽고 신중한 표정의 그녀가 내놓은 대답들을 곱씹으며 관계라는 것은 비단 현대인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그녀의 존재 자체가 기형적 사회가 탄생시킨 또 다른 기형적 존재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발버둥치는 현대인의 노력의 한 단면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무기력해 보이는 세상에서 조차 사람들은 더 나아지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과 마주하고 나니 회의적이었던 마음에도 긍정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Q. 먼저, 소장님의 이야기부터 하고 싶군요. 명함을 보니 좋은연애연구소라고 나오는데, 이 독특한 작명의 단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요.
김지윤 소장 : 자연스럽게 생기게 됐어요. 기획과 계획을 바탕으로 생긴 것은 아니었고, 강의를 하고 책을 쓰다보니 일은 점점 많아지고, 어떤 공식적인 것이 필요해지더군요. 처음에는 1인 연구소 형태로 시작됐고, 지금은 함께 일하는 분도 생겼어요.

Q. 연애와 관련된 강의를 공식적으로 한다는 것, 결코 쉽게 마음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 텐데요. 이런 종류의 강의를 하게 된 계기는요.
김지윤 소장 : 역시 의도된 것은 아니었어요. 저의 개인사를 말하자면 제 스스로가 일단 연애를 못했고 잘 안됐어요. 그러다 결혼을 했는데(20대 8년간 솔로로 지냈던 김지윤 소장은 중학교 동창과 결혼, 솔로탈출에 성공했다) 사석에서 여자들과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우리한테 하는 이야기를 강의로도 한 번 해봐’라는 제안을 많이 들었어요. 제가 원래 종교와 국제기아와 관련된 강의를 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해주셨던 거죠. 그렇게 제안을 받아 어떤 싱글 모임에서 (연애와 관련된) 강의를 시작했는데, 그 강의가 MP3 파일로 인터넷에 2년 동안 돌아다녔어요. 한 출판사 팀장님이 그걸 듣고 책 내볼 생각이 없냐고 연락이 왔어요. 그게 본격적인 시작이 됐어요.

Q. 연애나 타인과의 관계는 정답은 없는 문제잖아요. 친구들끼리 사담처럼 상담을 하는 것은 몰라도,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강의를 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김지윤 소장 : 그런 부담은 지금도 많아요. 그렇죠. 연애에 정답은 없어요. 사연을 많이 보내주시는데, 똑같은 사연이라고 해도 상황은 다 달라요. 연애상담처럼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가 많이 적용되는 사례도 없죠. ‘남자친구가 연락을 안해요’만 해도 상황은 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저는 인간관계에서 생각해야할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를 연애에 대입시켜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생각해보면 연애이기에 기본적으로 관계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무시하게 되잖아요. 예를 들어, 친구에게는 화가 났다고 해도 소리를 지르거나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거나 하지 않는데, 연인에게는 그렇게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을 해버려요. 그러나 저는 연애 역시도 또 부부관계 역시도 그런 기본을 지켜야하는 인간관계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강의를 하면서 지키고자 하는 룰은 바로 그 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입장에서 해석은 제각각이지만요.



김지윤 소장은 현재 tvN ‘달콤한 19′에서 연애특강을 하고 있다
김지윤 소장은 현재 tvN ‘달콤한 19′에서 연애특강을 하고 있다
김지윤 소장은 현재 tvN ‘달콤한 19′에서 연애특강을 하고 있다

Q. 그렇다면 이 질문부터 드릴게요. 좋은 연애, 좋은 관계란 대체 무엇인가요?
김지윤 소장 :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궁극적으로 자기가 성장하게 되는 연애가 좋은 연애죠. 흔히들 결혼을 하면 성공한 연애고 헤어지면 실패한 연애라고 하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결혼이 기준이 될 수 없어요. 결혼했지만 실패한 연애도 있고,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성공한 연애도 있어요. 예를 들어, 결혼을 했더라도 ‘내가 비록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지만, 이 사람과 결혼하면 편하게 살 수 있겠지’이거나, ‘이 사람과 결혼하면 적어도 돈 걱정은 안하고 살테니까’ 등 이기적인 이유로 선택한 것이라면 그리 성공한 것은 아니에요. 반면, 헤어졌음에도 정말로 사랑했고 사랑했기 때문에 내가 성장했다면 성공한 연애라고 생각해요.

Q. 결혼이 연인 관계의 성공기준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많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반면 구세대에서는 용납못할 시각이 될 수도 있고요.
김지윤 소장 :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진정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죠. 그것이 꼭 결혼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누군가는 결혼을 해야 나중에 늙어 병들 때 함께 할 사람이 생긴다라고 말하는데, 결혼을 했다한들 먼 미래는 여전히 모호해요. 꼭 결혼을 해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것이 행복의 절대적 기준인 것처럼 말씀을 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대해 제재하는 분들이 계시고, 그런 분들은 대부분 어른이라 따져묻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에 대해 점점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Q. 요즘은 1인가구도 꽤 증가하잖아요. 대중문화도 독거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조명하기 시작했고, 이런 사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지윤 소장 :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다 결혼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1인가구, 싱글,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들을 비주류라고 낙인찍는 것도 동의할 수 없고요. 기존의 주류라고 생각되는 이들이 가치체계를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미혼이라는 용어보다, 적극적으로 결혼하지 않겠다는 비혼이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했잖아요. 1인가구가 증가하는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이었죠. 전 모두가 다양한 방식으로 몸부림 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존 세대와 새로운 세대간의 충돌이 중심이 되고 있어요. 한 가정 속에서도 아빠는 결혼 안하는 자식들 때문에 뒤로 넘어가고, 엄마는 선자리 알아보러 다니느라 바쁘고, 딸은 캐나다로 이민 가겠다고 하고, 형제들끼리도 ‘누나 인생인데 누나 혼자 살게 내버려둬’라고 말하는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주장하잖아요.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죠. 또 반면, 요즘 어린 10대들은 격정적인 연애를 하고 있고요. 전세대가 열병을 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Q. 그런데 현대인들이 유독 타인과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건가요. 아니면, 과거에도 힘든 점은 있었지만 이제야 적극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일까요.
김지윤 소장 : 예전에도 어려워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예전에는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을 테죠. 세월이 흐르고 여권이 신장된 영향 탓도 있을 것이고요. 그러나 유독 요즘 사람들이 관계 맺기에 어려워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 이유는 가정의 위기 때문 아닐까 싶은데요. 단순히 높아진 이혼율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함께 살고 있더라도 소통이 없는 가족은 개개인에게 악영향을 끼쳐요. 사람은 가정을 통해 타인과의 사랑과 친밀함을 경험하는데, 가정 속에서 그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어느 날 갑자기 나이가 들어 연애를 시작하게 되더라도 건강한 방식의 연애를 하기란 어렵죠. 친밀한 관계 속에서 싸워도 보고 갈등을 풀어도 보고 그러면서 신뢰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아무리 잘 하고 싶어도 생각만큼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Q. 요즘 젊은 친구들의 연애방식은 확실히 많이 달라졌죠. 어떤 점에서 소장님 세대와 달라졌다고 여기시나요.
김지윤 소장 : 그 차이는 피부로 느낄 정도인데요. 일단 기간이 상당히 짧아졌어요. 그런데 그 짧은 기간 안에 속도는 또 엄청나죠.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3년 정도 사귄 것 같은데, 알고 보면 3개월 사귀었다더군요. 굉장히 짧아졌음에도 또 격해졌어요. 그런 연애방식에 대해 제 개인적 해석을 말씀드리자면, 외로운 이들이 그 외로움을 해소할 방안이 여러 가지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연애에만 올인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연애 한 번 하면 친구도 안 만나고 집도 나오는 등, 내일이 없는 격정로맨스를 하려고 하잖아요. 연애가 마치 외로움의 구원자라도 되는 양. 하지만 그런 격정적인 연애는 하고나면 더 외로워져요. 안정된 관계라는 것을 경험을 하고 신뢰와 친밀감을 가진 상대가 인생에 남는 것이 좋아요. 평생 격정적인 사랑만 할 수는 없잖아요. 다소 재미가 없더라도 인생에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연애가 굉장히 중요해요.

Q.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애는 대체 누구랑 해야 하는 건가요(웃음)?
김지윤 소장 :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경험해보고 나서 남자를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어요. 외모에서 오는 매력이 크고 멋있어 보이는 남자는 싱글일 때는 굉장히 매력적인 남자일지라도, 막상 결혼생활 안으로 들어오면 좋은 사람이 아닐 수 있어요. 그러나 분명 결혼에 적합한 좋은 남자가 있어요. 그런 남자들이 선택을 받지 못할 때 안타까워요.

Q. 좋은연애연구소에서는 꼭 연애와 관련된 강의만 하시는 것은 아니시죠.
김지윤 소장 : 그렇죠. 연애 강의도 하고 신혼부부 교육도 하지만, 기업 강연을 할 때는 기본적인 소통에 대한 강의도 해요. 소통의 기본이 결국은 연애처럼 하는 것인데, 고객과의 관계나 직장 내 소통 이런 것까지 다 포괄해서요. 그렇게 접근을 해야 강의 자체에 호감도 느끼시고요.

Q. 그런데 아주 완고한 중년남성들은 소장님 강의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젊은 층과는 또 반응이 다를 것 같은데요.
김지윤 소장 : 저도 처음에는 무서워했어요. 공무원, 검사, 은행장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것이 힘도 들었고요. 표정들도 다들 ‘너 지금 강의 제대로 하고 있니’ 이런 딱딱한 표정이에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분들의 진짜 감정은 그 딱딱한 표정과는 정반대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굉장히 외로움이 큰 계층이에요. 아주 딱딱한 표정으로 강의를 듣다 어느 순간 제가 하는 말을 열심히 메모하고 계시는 것을 봤어요. 그분들이 특히 반응을 하는 대목은 자식, 딸 이야기를 할 때예요. 딸과 잘 지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굉장히 커요. 특히 사춘기를 지나는 딸을 두고 계신 분들이 말못할 고민들을 상당히 많이 갖고 계세요. 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할지를 몰라 애를 먹고 계시죠. 관심을 가지고 표현하고 싶은데 결국 딸들에게 하는 말은 ‘공부했냐’이런 것들뿐이고,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게 아닌데… 그래서 딸들과 소통하는 법을 이야기해드리면 강의 끝나고 ‘오늘 우리 딸하고 이야기해보겠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죠.

Q. 그런데, 소장님 인상이 방송과는 상당히 달라요. 이렇게 조용조용한 분인지 몰랐어요. 방송에서는 특유의 무표정에 재미있는 말투에서 오는 인상이 상당히 강했거든요.
김지윤 소장 : 방송에서 제가 표정이 없는 편이죠. 사실 긴장해서 그런 거예요. 원래 성격이 소심한 편이거든요. 긴장감을 이겨내려는 제 나름의 방법이 무표정인 거예요. 일부는 계산된 것이냐고 하는데, 오히려 계산하려 했다면 더 다양한 표정을 지으려 했겠죠. 강의하시는 분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은근히 많아요. 의외로 사람들 앞에서는 노래도 못하고, 발표하기 전에 시름시름 앓고. 그래서 사석에서 보면 오해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아프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기분이 나쁘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웃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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