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래쉬(Slash)는 자타가 공인하는 ‘남자의 기타리스트’다. 그의 기타에 잽 따위는 없다. 연신 어퍼컷을 날려댈 뿐. 지난 2011년 내한공연 때 실제로 처음 본 슬래쉬의 연주는 정말로 무시무시했다. 그의 레스폴은 두 시간여 동안 그야말로 맹수같이 포효했다.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묵직하게 정면 돌파하는 연주는 그가 왜 록 기타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출신으로 슬래쉬즈 스테이크피트(Slash’s Snakepit), 벨벳 리볼버(Velvet Revolver) 등의 록밴드를 거친 슬래쉬가 록계에 데뷔한지도 언 30여년이 흘렀다. 그는 건즈 앤 로지스로 공연할 때에도 마이클 잭슨과 함께 무대에 오를 때에도 항상 선 굵은 연주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특히 웃통을 벗고 무대에 올라 담배를 물고 기타를 허리 아래까지 내린 채 연주하는 모습은 수많은 록 키드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얼마나 많은 소년들이 슬래쉬 때문에 기타를 잡게 됐을까? 슬래쉬도 이제 오십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그에게서 세월의 흐름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파마머리에 긴 모자를 올려 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 무대에 오른다. 마치 코믹 북에서 튀어나온 진짜 히어로처럼 변함없는 모습이다. 오는 5월 9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메탈페스트’에 출연하는 슬래쉬와 이메일로 사전 인터뷰를 가졌다.
Q. 지난 번 슬래쉬의 내한공연 반응이 굉장했다. 당시 한국 팬들의 대단한 반응이 기억나는가?
슬래쉬: 솔직히 난 한국 관객이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고 정열적인지 몰랐다. 관객들은 정말 대단했다. 그게 바로 내가 다시 한국에 오게 된 큰 이유다. 한국 관객은 지금껏 내 공연을 찾아온 관객 둥 최고다!
Q. 요새 근황은 어떤가? 투어에 한창인가?
슬래쉬: 세계를 돌며 공연 중이다. 그리고 ‘메탈페스트’에 올 한국 관객들을 위한 뭔가 특별한 레퍼토리를 구상하고 있다.
Q. 재작년 내한공연에서 느낀 것이지만, 예전 건즈 앤 로지스 시절과 별 다름 없는 외모, 여전히 호쾌한 기타 연주에 깜짝 놀랐다. 자기 관리가 매우 철저할 것 같다. 혹시 담배는 끊었는가? 슬래쉬 때문에 레스폴을 선택한 이들이 많은 것처럼, 말보로를 피게 된 이들도 많을 것이다.
슬래쉬: 술과 담배는 일절 하지 않는다. 가능한 정기적으로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즐겨 한다.
Q. 슬래쉬의 연주를 들어보면 블루스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블루스를 좋아하게 됐는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블루스 기타리스트는 누구인가?
슬래쉬: 내가 기억하는 한 난 항상 블루스 및 블루스 계열의 음악에 큰 영향을 받았다. 당연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는 비비 킹(B. B. King)과 앨버트 킹(Albert King)이다.
Q. 최신작인 < Apocalyptic Love >는 보컬리스트 마일스 케네디와 함께 곡을 만들었다. 보컬리스트로서 그를 상당히 신뢰하는 것 같은데, 향후에도 계속 함께 할 생각인가?
슬래쉬: 우린 내년에 발표 예정인 새 앨범을 함께 준비 중이다. 마일스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그의 독특한 음성으로 인해 새로운 영감을 받게 됐다. 마일스 케네디는 아시다시피 넓은 음역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남자 가수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없는 감성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또한 가사를 쓰는 실력도 발군이다. 그는 내가 경험한 수많은 재능 있는 가수들 중 최고에 속한다.
Q. 슬래쉬의 연주 스타일에 대해 한국 연주자, 팬들은 ‘진정한 남자의 기타’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본인은 본인의 연주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슬래쉬: 사실 난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다. 매우 힘차고 공격적으로 연주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남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부분을 섬세하고 우아하게 연주하려고도 한다.
Q. 많은 연주자들과 협연을 했을 텐데, 가장 인상 깊었거나 기억에 남는 기타리스트와 잼세션을 꼽는다면?
슬래쉬: 최근에 비비 킹과 공연을 함께 했는데 매우 좋았다. 그리고 퀸(Queen)의 기타리스트 브라인언 메이(Brian May)와도 최근 몇 년 동안 같이 공연을 했다. 그는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록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라고 생각된다.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기타리스트 론 우드(Ron Wood)와 잼 공연도 매우 좋았고, 스티브 루카서(Steve Lukather) 또한 항상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앞으로 같이 연주를 하고 싶은 기타리스트가 너무도 많다.
Q. 영원한 기타 히어로로서, 당신을 목표로 연습하는 기타키드들, 후배 뮤지션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슬래쉬 : 전념(Dedication), 헌신(Commitment), 연습(Practice) 세 가지다. 기타 연습은 매우 힘들다. 결코 화려한 것이 아니다. 직업으로 기타를 선택하려고 하는 사람은 정확히 어떤 분야에 자신이 들어갈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도박일 수 있다. 훌륭한 기타리스트가 되어도 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거나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실력이 뛰어나지 못한 기타리스트들이 큰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다. 이 세계는 성공 아니면 실패가 항상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에 항상 즐기면서 기타를 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인내심이 요구된다.
Q. 많은 팬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혹시 건즈 앤 로지스의 재결성 가능성이 있는가?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슬래쉬: 노 코멘트!(No comment!)
사진제공. 소니뮤직, 액세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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