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서 공연하고 있는 노브레인
작년 11월 1일 홍대 라이브클럽 일대. 국제 음악박람회 ‘뮤콘 서울 2012’ 참가 차 한국을 방문한 해외 음악 전문가들이 클럽을 돌며 공연을 감상했다. 그 중 한 명이었던 제임스 마이너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 총감독은 ‘SXSW’에서 공연했던 3호선버터플라이, 크라잉넛,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의 한국 밴드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마이너 총감독은 “자국을 벗어나 글로벌하게 활동하고 싶은 팀들이 ‘SXSW’에 와줬으면 한다.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는 것에 대한 뚜렷한 목적과 방향성을 가진 팀들이 도전해주길 바란다”고 국내 밴드들에게 조언했다.
그리고 2013년 홍대에서 활동하던 한국 록밴드들이 미국, 영국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빌보드차트, 유튜브에서는 싸이의 ‘젠틀맨’이 맹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공연장에서는 한국 밴드들이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 한국 밴드 해외공연 프로젝트 ‘서울소닉’ 팀은 지난 3월 5일 출국해 약 한 달간의 일정으로 북미투어를 다녀왔다. 비틀즈의 나라 영국으로 가는 ‘고 리버풀’ 프로젝트는 이달 23일 출국해 약 2주간의 일정으로 투어를 펼친다.
민간기업 DSFB콜렉티브에서 진행하는 ‘서울소닉’은 지난 2011년에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이 프로젝트는 이디오테입, 비둘기우유, 갤럭시 익스프레스, 크라잉넛, 3호선버터플라이, 옐로우 몬스터즈 등의 북미투어를 진행하며 해외 음악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내 인디밴드의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이번 투어에는 한국 인디 신을 대표하는 밴드들인 노브레인, 로다운 30,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참여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음악 쇼케이스 ‘SXSW’, ‘샌프란시스코 뮤직 매터스 아시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캐네디언 뮤직 페스티벌’을 포함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등지를 돌며 10회의 공연을 펼쳤다.
성과도 이어졌다. 노브레인의 공연은 영국 신문 ‘가디언’과 미국 유력 음악매체 ‘스핀’에 소개되는 등 관심을 모았다. 슈퍼스타 마돈나, 뉴욕 펑크록의 전설 라몬스 등을 발굴한 세계적인 음반 제작자 시모어 스타인 워너뮤직 부사장은 노브레인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찬사를 보냈다.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 씨는 “시모어 스타인이 우리 공연을 보러 왔다고 했을 때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며 “그가 노브레인의 앨범이 여태 미국에 발매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는 어깨가 으쓱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소닉을 총괄하고 있는 조수광 DFSB콜렉티브 대표는 “한국 인디밴드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다. 홍대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음악연구소”라며 “미국 팝음악시장의 시장점유율 1위는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의 대형음반사가 아닌 바로 인디레이블의 연합체다. 그런 면에서 한국 인디밴드의 해외 진출은 사업적으로도 잠재적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사 현대카드가 인디밴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고 리버풀’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아폴로 18, 게이트 플라워즈는 지난 20일 홍대 인근의 카페에서 출정식 공연을 가졌다. 이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보컬 박종현 씨는 “영국에 한국 록의 에너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아폴로 18 등은 단독으로 북미투어를 벌이는 등 이미 적극적인 해외 활동을 꾀하고 있다. ‘로큰롤의 본고장’인 영국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고 리버풀 프로젝트는 5만 명 이상의 음악 팬들이 참가하는 ‘리버풀 사운드 시티 2013’, 영국의 주요 록페스티벌 중 하나로 손꼽히는 ‘포커스 웨일즈 2013’을 포함해 런던, 맨체스터, 웨일즈 등지의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펼친다. 이와 함께 비틀즈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조지 마틴이 설립한 ‘에어 스튜디오’에서 레코딩도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고 리버풀에 대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용필의 앨범 <헬로>를 마스터링한 영국의 세계적인 스튜디오 겸 프로덕션인 메트로폴리스 측은 한국 밴드들에게도 관심을 표했다. 고 리버풀 기획에 참여한 디렉터 공윤영 씨는 “조용필 등 한국 뮤지션의 음악을 작업하면서 댄스음악 중심의 케이팝 외에 다양한 한국 밴드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메트로폴리스 관계자들이 한국 밴드들을 보기 위해 런던 클럽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관심은 국내 인디밴드의 현지 프로모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씨는 “싸이를 포함한 기존의 한류가 공군의 폭격이라면 인디밴드의 해외 투어는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행군과 같은 것”이라며 “현재 한국 인디밴드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해외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당장 비즈니스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네트워크를 통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서울소닉
글.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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