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원더풀 마마> 포스터
‘행복·힐링·화제성!’ 지난 4월 13일 첫 방송한 SBS 주말드라마 <원더풀 마마>를 요약하는 세 가지 키워드다. 드라마는 시장통 좌판상에서 시작해 백억 원대 빌딩 졸부가 된 엄마 윤복희(배종옥)가 조기 치매판정을 받으면서 고영채(정유미), 고영수(김지석), 고영준(박보검) 삼남매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삼남매는 여러 사건을 통해 가족 간의 화합을 이루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내적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행복’과 ‘힐링’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청년백수·캥거루족·개인파산 등 실생활과 밀접한 이슈들을 녹여내 막장드라마와는 다른 의미에서 ‘화제성’을 지닌 드라마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기획의도다. 그러나 총 50부작 중 14회 방송을 마친 현재, <원더풀 마마>는 호언했던 그 어떤 것도 명확히 보여주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27일 경기 고양시 SBS 일산제작센터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러한 배우들의 우려감이 읽혔다. 배종옥은 “시청률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드라마가 수준이 떨어진다기보다는 다른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으고 있기에,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마저 박탈당한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원더풀 마마>와 동시간대 방송하는 MBC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화제몰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재미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본방사수’뿐만 아니라 수차례 ‘다시보기’까지 불사하는 것이 요즘 대중의 성향임을 고려할 때, 그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데는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시청률에 따라 널뛰는 줄거리
<원더풀 마마>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는 시청률에 따라 널뛰는 줄거리 탓이 크다. 기존에 다루려던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못하면서 극의 흐름이 끊긴 것이다. 저조한 시청률에 기획의도가 흔들리면서 원래 후반부에 등장할 예정이었던 남녀 캐릭터들 간의 삼각관계가 부각됐다. 전개 방향을 뒤집자 배우들도 연기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유미는 “원래 철없던 삼남매가 다양한 사건들을 접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 주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삼남매가 막나가는 모습만 조명돼서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배종옥은 MBC 드라마 <애정만만세>(2011)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박현주 작가가 “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뚜벅뚜벅 써 나가겠다’고 말했다”며 “원래 다루려는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 번 뒤틀린 극의 전개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내가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점점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시청률을 무시할 수가 없다”는 김지석의 말마따나 시청률을 의식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그 덕에 <원더풀 마마>가 의도한 삼남매의 고군분투 속 성장이야기나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는 자취를 감췄다. 이 정도쯤 되면 제작진이 시청률에 대해 ‘탄력적’이라기 보단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더 가깝다. 시청률에 구애받지 않고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묘책이 필요할 때다.
김지석, 배종옥, 정겨운, 정유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원더풀 마마> 김지석, 배종옥, 정겨운, 정유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착한 드라마 콤플렉스
<원더풀 마마>의 또 다른 맹점은 ‘착한 드라마 콤플렉스’ 빠져있다는 점이다. 의식적으로 착한 드라마 코드를 작품에 우겨넣으려 하다 보니 답답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유부녀 오다정(이청아)과의 미묘한 관계를 연기하는 김지석은 “우리 둘이 너무 선하게 생겨서 불륜 느낌이 안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으나, 사실 진짜 문제는 외모가 아니었다. 불륜에 대한 도의적 문제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애초에 그들의 관계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14회가 지나도록 그들의 관계는 진전이 없었다. ‘착한 드라마’를 너무 의식한 탓일까. 굳이 보는 이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자극적인 막장드라마 코드를 넣을 필요는 없지만, 그럴수록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자극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극에 재미를 줄 수 있는 깊이 있는 감정선이나 깨알 같은 디테일 등이 없다면 극은 자연스레 밋밋해진다. 착한 드라마라는 타이틀에 목매기 보다는 다양한 장치들을 드라마 속에 적절히 녹여내는 영리함이 절실한 시점이 아닐까. 정겨운이 “나는 이렇게 착한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 한 것이 묘한 뉘앙스로 다가오는 이유다.
<원더풀 마마>는 저조한 시청률에 흔들리던 기획의도를 바로잡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드라마로 탈바꿈 할 수 있을까. 이제야 3부 능선에 오른 <원더풀 마마>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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