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화면 캡처" /><황금의 제국> 방송화면 캡처

SBS 대기획 <황금의 제국>1~2회 2013년 7월 1,2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하며 집안의 기대가 된 태주(고수)는 밀면 집을 지키기 위해 상가철거 농성 중인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을 위해 성공을 다짐한다. 하지만 성진그룹의 후계 다툼의 중심에 선 민재(손현주)로 인해 상가가 강제철거 당하는 과정에서 태주의 아버지는 중화상을 입고, 태주는 수술비 마련을 위해 설희(장신영)의 심부름을 따르지만 감옥에 갇힌다. 한편, 성진그룹의 회장 최동성(박근형)의 뇌종양으로 위기에 처한 서윤(이요원)은 작은 아버지와 사촌 오빠 민재를 그룹에서 완전히 제거하려하지만 민재의 반격으로 이에 실패한다. 감옥에서 복수를 다짐한 태주는 민재와 서윤 사이에서 치열한 게임을 시작한다.

리뷰

박경수 작가와 조남국 연출의 전작인 <추적자>가 온전히 ‘권력을 위한, 권력에 의한, 권력의’ 이야기였다면, <황금의 제국>은 마치 이와 대칭을 이루듯 온전히 자본에 대한 이야기다. 그만큼 <황금의 제국>은 화려한 돈, 그리고 그 돈이 만든 권력을 쫓아 모든 것을 바쳐 전력 질주를 하는 인물들이 서로 부딪힌다. 첫 주 방송 분부터 <황금의 제국>은 이러한 자신의 야망을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며 속도를 냈다. 돈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들의 욕망이 펼쳐지는 무대는 성진그룹으로 표상된 ‘황금의 제국’이며, 그 제국 속에서 치열한 승계 다툼을 벌이는 이들과 제국의 밖에서 어떻게든 그 왕국 속으로 편입되어 보려는 이들은 각자 서로의 세계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훗날 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두 세계가 확장을 거듭하며 만나, 종래에는 제국의 안과 밖이 치열한 전쟁을 선포할 것임을 예고했다.

흥미로운 것은 <황금의 제국>이 <추적자>와는 전혀 다른 소재로 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드라마가 시작된 정서는 동일하다는 점이다. <황금의 제국>이나 <추적자> 모두 그 바탕에는 가족이 존재한다. <추적자>는 백홍석(손현주) 딸의 죽음으로 촉발된 비극적 가정사가 결국 가장 비정한 이 나라 권력의 핵심에 다다르는 이야기이며, <황금의 제국> 역시도 아버지와 버지가 일군 제국을 지키려는 서윤(이요원)과 그 제국을 빼앗으려는 민재(손현주),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된 비극에 대한 복수를 시작하려는 태주(고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표출되는 방식은 다르지만 두 드라마의 주요 인물들 모두가 각자의 욕망 바닥에 가족을 깔고 있다. 특히 <황금의 제국> 속 이들에게 그 가족을 지키는 것은 그들을 둘러싼 제국을 지키는 것과 동일시되며, 이 제국을 뺏으려는 태주 역시도 아버지를 죽인 돈에 대한 소유욕으로 가족을 지키고자 한다.

이처럼 같은 정서를 안고 있으면서도 다른 소재를 들고 온 <황금의 제국>은 <추적자>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도입부를 선보였다. <추적자>가 소박한 상 차림이었지만 먹을수록 멈출 수 없는 음식이었다면, <황금의 제국>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한 상을 거창하게 차려놓고 하나 하나 맛보려는 9첩 반상에 가깝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은 있으며, 묵직한 메시지와 서사를 풀어내는 데 형식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니 형식 자체로 크게 거슬릴 것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공감할 여지가 많은 이야기로 단 1회만에 빠르게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했던 <추적자>와는 달리 초반부 <황금의 제국>은 화려하게 차린 것은 많지만 막상 무엇을 먹어야 할 지는 모르는 난감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난감함의 원인은 이야기의 초반 갈등 구조를 흔히 보아왔던 자극적인 요소들로 무리하게 이어나간 것에 있다. <황금의 제국>은 초반 앞으로 풀어내야 할 방대한 이야기에 대한 초조함 때문인지 최대한 많은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들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초반 빠른 진행을 보여주며, 각 인물들의 성향은 상당히 밀도있게 그려냈다. 한 프레임에 잡히는 캐릭터들의 기 대결이 강렬하게 보여졌던 것은 그 만큼 <황금의 제국>이 각 캐릭터에 지대한 공을 들였음을 드러냈다.

아쉬운 것은 상대적으로 공을 들인 그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갈등이나 상황은 클리셰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재개발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철거민들과 용역간의 갈등, 그리고 대기업 내에서 있을 수 있는 권력 암투는 다른 드라마에서 흔히 보아왔던 갈등 구조였다. 뿐만 아니라 극 초반부터 무리하게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회사 내 승계 주도권이 몇 번씩 뒤집히면서 계속되는 자극과 반전은 오히려 극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때문에 오히려 화려한 한 상 차림에도 불구하고, 정작 무엇이 보는 사람들이 먹어야 할 메인 요리인 지도 모른 채 1,2회가 흘러간 셈이다. 인물들은 끊임 없이 들락날락하고, 캐릭터의 변화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쌍한데다 그 변화의 계기는 클리셰로 채워졌다.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이야기가 많고, 결국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도 불구하고 첫 주 <황금의 제국>이 보여준 이야기는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직은 실망스러운 부분도 크다.

물론 초반 2회 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이르고, 아직 이들이 보장한 4회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다. 아직까지 소포모어 징크스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금물인 셈이다. <추적자>와 달리 자칫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수 있는 이 제국의 이야기가 누군가를 설득해 내고 끌고 가기 위해서는 분명 그 어떠한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과연 <황금의 제국>은 남은 2회 동안 그 접점을 찾아내 모두가 알면서도 끌려 갈 수 밖에 없는 출구 없는 매력을 선사할 수 있을까.

수다 포인트

- 검사에서 양아치가 된 류승수, 단벌 도망자에서 재벌이 된 손현주. <추적자>와의 역할 바꿔치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
- 유일하게 계속 회장님이신 박근형 선생님이 그저 부러울 뿐.
- 사람 마음이야 갈대라지만 저토록 천방지축이던 설희를 단 번에 순정녀로 사로잡은 비결이 뭡니까, 태주씨?

글. 민경진(TV리뷰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