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못 날아요? 날지 못해 힘들지 않으세요? 어휴 날지 못하니 얼마나 힘들까…언젠간 하늘을 날수 있을겁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사람은 새처럼 하늘을 날지 못한다. 날지 못하기에 아예 날고 싶은 마음을 갖지 않는다. ‘새처럼 또는 비행기처럼 인간 스스로 날아볼 수 없을까?’라고 상상은 하겠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날지 못한다고 마음에 상처를 받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생각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난 걷지 못한다. 교통사고 때 입은 흉추 3번 척수손상으로 완전마비인 상태. 그러니까 가슴부터 발끝까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감각도 느끼지 못한다. 사고 전엔 움직이고 걷고 뛰곤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움직였고, 일어섰고, 걸었고, 뛰었는지, 또 발이 어떻게 아팠는지…간지러움이 뭔지, 뜨겁고 차가움이 뭔지, 배고픔이 뭔지, 오줌이 마려운 게 뭔지…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감각이 없어지고 감각에 대한 기억조차 잃어버리니 ‘걸어야 한다’는 욕심도 없어졌다. 축구경기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슛”을 외치면서 발이 움직였던 기억이 있다. 그때 어떻게 움직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권투 경기를 지켜보다 “이렇게 좀 때리지” 하면서 온몸을 뒤틀며 응원했었는데 지금은 입으로만 응원을 한다.

사람은 날지 못하기에 사람이 사람에게 날지 못한다고 놀리거나 따돌리거나 걱정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영화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수 있는 슈퍼맨이 있다 치자. 그 슈퍼맨이 사람들에게 하늘을 날지 못한다고 불쌍한 눈치를 준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 비행기가 없던 아주 옛날이면 모를까,,.‘사람은 새처럼 날개가 없어 날진 못해도 비행기 타고 바다 건너 먼 곳까지 갈수 있는데…왜 하늘을 날수 없다고 날 불쌍한 눈빛으로 보는 거지?’라며 생각할 것이다.

비행기를 탄 강원래

며칠 전 비행기를 탔을 때 일이다. 지정받은 좌석에 앉기 위해 내가 탄 일반 휠체어에서 도움을 받아 기내용 휠체어로 옮겨 타고 좁은 비행기 복도를 지나 좌석에 옮겨 앉기 위해 승무원들의 도움을 받았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실제로 느끼는 불편함은 크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주변 승객들은 “비행기 한번 타는데 많이 번거롭고 불편하겠다”며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고 나는 그 시선이 불편했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서 이 생각 저 생각이 들었고 그들이 날지 못하기에 비행기를 이용하는 모습이나 내가 걷지 못하기에 휠체어에 도움을 받는다거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란 생각을 가졌지만 그들의 시선에 나는 따돌려진 느낌이었다.

그러다 웃긴 상상을 해봤다. 슈퍼맨이 비행기 옆을 슝~하며 날아가다 뒤돌아서 비행기 안 승객들을 들여다보고는 “쯧쯧쯧 사람들은 날지 못해서 비행기 따위를 이용하는군”하며 고개를 젓고,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 후 다시 날아가는 모습을… 난 걷지 못해도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해서 어디든 갈수 있다. 물론 등산이나 바닷가 등 휠체어타고 갈수 없는 곳이 있긴 하지만, 그런 곳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충분히 갈수 있고 가서 함께 어울리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걷질 못해서 볼수 없어서 듣질 못해서 말할 수 없어서 불편하기 보단 못 걷고 못 보고 못 듣고 말 못한다고 차별하고 따돌리고 동정의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이 더 불편하다. “몸도 불편한 사람이 이런데 뭐하러 왔어요”라는 동정의 시선, 불편한 시선보단 “잘왔어요. 함께 즐깁시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기꺼이 도와 드릴게요”라는 시선으로 반겨주고 배려해준다면 하늘을 날수 있든 날지 못하든 상관없이 다함께 신나는 마음으로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탄 강원래

휠체어에 몸을 맡긴지 12년

그동안 넘어진적 많고 포기한적 많고 화내고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그때 마다 다시 일어나려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중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난 강원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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