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남' 기획의도는 어디로?
부부 리얼리티 임에도 부부 일상 거의 없어
부동산, 럭셔리 주택, 투자 방법 에피소드만 집중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사진제공=TV조선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사진제공=TV조선
11억 상당의 LA 집부터 100억대 초호화 주택까지. TV조선 예능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이하 ‘와카남’)이 제대로 된 부부 이야기는 빠진 채 목적성 잃은 에피소드로 럭셔리 이미지만 강조하는 모양새다.

‘와카남’은 변화된 시대에 따라 경제력이 높은 아내가 늘어나고 있는 생활 트렌드를 반영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뉴노멀 가족 리얼리티물이다.

그러나 지난 6일 방송된 ‘와카남’에서는 제대로 된 부부 일상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자신의 미국 캘리포니아 별장을 공개한 이수영 회장은 미국 부동산업자에게 LA 하버드에 있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부동산업자는 그 집이 현재 약 11억까지 올랐다고 알렸다.

이어 이수영 회장은 미국에서 첫 투자를 했던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부가 관여하는 빌딩을 사고 싶어 레들랜즈(Redlands)에 있는 건물을 매입했던 이수영 회장은 한 달에 임차료를 3만 2300불(한화 약 3600만 원)씩 받아 돈방석에 오르게 됐다는 투자 성공 스토리와 함께 건물을 카이스트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사진=TV조선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 방송 화면.
사진=TV조선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 방송 화면.
전세 만기가 다가온 홍현희, 제이쓴 부부는 지드래곤, BTS(방탄소년단), 전지현 등이 거주한다는 초호화 주택을 찾았다. 이들은 주택 매매가 100억대 초반, 한 달 관리비만 무려 150만 원이라는 사실에 경악, 심지어 가장 작은 평수인 75평의 전세가 50억 대, 월세도 보증금 5억에 월세 2400만 원이라는 것에 절망했다.

든든한 경제력을 갖춘 아내와 덕분에 풍족한 일상을 누리는 남편들의 이야기를 담겠다던 ‘와카남’. 그러나 이수영 회장 에피소드에서 남편 김창홍 씨 분량은 미미하다. 대부분 분량은 이수영 회장이 가진 부동산과 투자 방식, 재력을 소개하는데 집중했다. 이수영 회장은 김창홍 씨의 부재에 대해 "부끄러워서 (방송에) 못 나오겠대"라고 설명했다. 부끄러워서 못 나올거라면 리얼리티 예능에는 왜 출연한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

홍현희, 제이쓴 부부는 전세 만기를 앞두고 뜬금없이 초호화 고급 주택을 찾았다. 현실적인 부동산 투어가 아니라 누가 봐도 현재 경제력으로 살 수 없는, 보여주기식 이미지였다. 그러면서 100억대를 훌쩍 넘는 가격들은 홍현희, 제이쓴 뿐만 아니라 보는 시청자들마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여기에 ‘미스트롯2’를 통해 인지도를 얻은 마리아는 아직 미혼이다. 그럼에도 부부 예능에 나와 부모님과 한국 전통 시장을 방문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는 마치 ‘와카남’ 이전에 방송됐던 ‘아내의 맛’에서 13살에 ‘미스트롯2’ 미(美) 자리에 오른 김다현을 합류시킨 것과 같은 느낌이다.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방송 화면.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방송 화면.
앞서 '아내의 맛'에선 방송인 함소원이 '재벌집 며느리'로 이미지 메이킹 됐다. 당시 함소원은 남편 진화와 시부모가 중국에서 상당한 재력가임을 보여주는 듯한 별장을 공개하며 부동산 관련 에피소드 등을 꾸몄다. 그러나 함소원의 에피소드 일부가 조작 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아내의 맛’은 종영을 맞았다.

여기에 앞서 일본에서 모델로 활동 중인 배우 김영아는 ‘아내의 맛’ 합류를 결정한 뒤 돌연 취소, 자신의 SNS에 "일본에서의 일상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럭셔리한 인생만을 권유하는 제작팀. 그런 인생 안 사는데 어떻게 보여드릴까 하다가 안 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벌’, ‘럭셔리’ 이미지로 파국을 맞이했던 ‘아내의 맛’은 ‘와카남’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전혀 바뀐 게 없다. 기획 의도와 상관없는 출연자와 에피소드, 시청자들이 혹할만한 럭셔리한 이미지와 상황의 나열 등만 있을 뿐이다. 새 이름과 함께 새 마음가짐을 가지고 돌아왔었어야 할 ‘와카남’은 여전히 ‘아내의 맛’ 꼬리표를 뗄 생각이 없는 듯하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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