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꽃, 안나 카레니나. 그녀를 클로즈업한 이야기는 러시아 혁명과 농노제 붕괴에 이르는 혁명의 한 시대를 펼치며 극한의 로맨티시즘으로 귀결된다. 주문을 외듯 스스로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각인 시키는 안나는도덕도 규범도 생각지 않는상태의 사랑,가장 원형의사랑을 그리려했던 여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빛의 제국이라 불릴 만큼 화려했던 시대 안에서 “푸른 안개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으니”라 말하며 온 세포를 동원하듯...
국도극장, 중앙극장, 수도(스카라)극장, 단성사 등 1950~1980년대 서울 명동과 을지로 일대에는 극장이 즐비했다. 사람들은 '007 문레이커' '스팅' 등 영화를 즐기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곤 했다. 연극도 마찬가지다. 30여년 전 연극을 올리는 소극장들이 대학로를 중심으로 융성했고, 이들은 순수 예술로서의 연극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들 중 거듭된 변신과 부침을 겪다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극장 세 곳이 학...
영화 의 주인공은 소녀다. 인디아(미아 와시코브스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18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아버지를 잃은 동시에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삼촌(매튜 구드)을 만난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나이,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낯선 남자의 등장. 인디아가 처한 상황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상징과 은유로 가득하다. 을 떠올리게 하는 달걀이나 전작 에 이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구두, 불길하게 소녀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아니, 학교에서 만난다. 시골 예고의 음악 교사로 부임된 상진(한석규)은 우연히 만나 굽실거렸던 건달이 자신이 가르쳐야 할 제자 장호(이제훈)임을 알고 놀란다. 음악 소질은 “타고 났다”며 자신하는 장호는 한 때 잘나갔던 성악가 출신인 상진에게 교육을 받고 싶어 하지만 상진은 “노래하는 건달? 폼 나잖아”라며 비꼬기만 한다. 선생은 제자를 “똥”이라 하고, 제자는 선생을 “그쪽”이라 부르는 이상한 상황. 하지만 “성악하는 ...
하루종일 하는 일 없이 폐허가 돼 버린 공항을 서성이기, 동료들과 으르렁대는 소리만으로 대화하기. 원래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좀비가 된 건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가는 R(니콜라스 홀트)의 하루 일과역시생각 없이 지내는 다른 좀비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던 중, R은 먹이로 삼을 사람을 찾으러 떠난 곳에서 인간 줄리(테레사 팔머)를 만나게 되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R을 경계하고 의심하던 줄리는 차츰 그가 위험하지 않은 좀비란 사...
요즘 이병헌은 슈퍼 히어로처럼 살고 있다. 지난해 말 영국 런던에서 를 찍으면서 제49회 대종상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이하 )로 받았고 할리우드에서의 입지를 넓힐존 추 감독의 가 곧 개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서 그의 캐릭터인 스톰 쉐도우가 전편보다 화려한 액션과 깊은 감성을 보여주는 인물로 거듭나는 것처럼 이병헌 또한 할리우드를 향한 꿈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 있다. 어느새 할리우드 스태프와 동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는 것은...
1996년 개봉한 영화 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이었다.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었지만, 장난스러운 소년과 우수에 젖은 남자를 한 얼굴에 담고 있던 청년은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 후로 17년이 흐른 지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거뭇거뭇한 수염이 잘 어울리는 마흔 살 중년이 되었다. 그동안 선 굵은 역할들을 맡으며 연기의 외연 또한 조금씩 넓혀갔음은 물론이다. 오는 21일 국내 개봉 예정인 쿠엔틴...
의 프리퀄 격인 샘 레이미 감독의 (이하 )은 사소한 즐거움들로 가득찬 어드벤쳐 같은 영화다. 캔사스에서 마술사로 살아가던 오즈(제임스 프랭코)가 우연히 회오리 바람에 휩쓸리게 되고, 오즈 왕국에 도착해 '위대한 마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신기한 장난감을 받아들었을 때처럼 흥분감을 안겨준다. 캐릭터들과 배경을 종이로 오려만든 것 같은 오프닝은 물론, 울보 도자기 인형 소녀(조이 킹)와 날개 달린 귀여운 원숭이 핀리(잭 브라프), 키 작은 ...
브래들리 쿠퍼는 잘 생겼다. 굳이 조지타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능숙한 프랑스어 실력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는 외모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다. 누가 봐도 이견을 달 수 없는 이 확고한 미남이 배우의 길로 들어선 것은 필연적이거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데뷔작 에 짧은 순간 등장했을 때도 젊은 시절 미키 루크를 닮은 미소 하나만으로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를 홀리는 미청년이었다. 물론 많은 미남 배우...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것,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것.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말한 영화광의 3단계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라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추가할 수 있겠다.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비디오 가게에서 오랫동안 일할 정도로 열성적인 영화광으로 알려진 그는 다수의 기자들을 상대로 한 회견임에도 불구하고 새 영화를 놓고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영화 (이하 ) 촬영 당시 위험했던 현장을 묘사할 때는...
*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빠 있는 감옥이 아빠 없는 세상보다 낫다. 영화 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 문장을 영상으로 되풀이 한다. 용구(류승룡)는 가난하고 정신지체까지 있지만 어린 예승(갈소원)은 아빠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 부녀의 정 때문만은 아니다. 용구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후, 예승은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사회기관이 예승을 맡지만, 그 곳의 담당자는 예승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볼 뿐이다. 아빠가 없는 예승이...
31일 개봉한 의 주인공은둘만의 왕국을 건설하려 한 아이들, 샘(자레드 길만)과 수지(카라 헤이워드)다. 몸보다 마음이 앞서 자라버린 둘은 첫눈에 서로 알아보고, 여전히 철들지 못한 어른들의 눈을 피해 잠깐의 도피를 감행한다. 아기자기한 특유의 색감, 강박적인 앵글과 배치만큼이나 변함이 없는 것은 웨스 앤더슨 감독이 전작들을 통해매번 들려주었던 이야기다. 너무 빨리 자라거나 미성숙해서 어디서도 이해받지 못했던 인간들의 성장담인 것이다. 그리고...
“빨갱이 잡겠다”는 열혈 요원이 “조직의 짐”이 될 정도로 바뀐 시대는 국정원에게도, 북한 대사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북한에 새 지도자가 등장한 뒤로 혼란스럽기는 북이나 남이나 마찬가지. 북에서는 군부 권력 최상층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고, 외화벌이의 일등공신이었던 기존의 대사관 인력들은 본국의 위협을 감지한다. 남에서도 북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김정은의 권력 승계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김정일의 비밀 계좌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 한 데다 심지어 게으르고 편협해서 집 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놀기를 청하는 친구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친숙했던 어린 시절의 어느 날부터 영화에 대해 글을 쓰며 제가 가진 언어의 빈곤함에 좌절하는 지금의 어느 날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그 날들이 그렇지 않았던 날들보다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구해준 삶이 어디 저 하나뿐이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를 지탱했던 '영화로운 날들'과 그 날을 열어 준 고마운 이들에게 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