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라고 음악 잘하는 후배가 있었는데, 제 술친구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렇게 됐네요.”
가수 김현식은 생전에 라디오에 출연해 후배 1987년 11월 1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재하의 죽음을 애도했다. 3년 뒤 같은 날 김현식도 세상을 떠났다. 이후 11월 1일만 되면 세상은 어김없이 둘의 기일을 기리며 음악을 되새김질한다.
올해는 유재하의 27주기를 맞아 고인을 추억하는 이벤트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유재하의 유일한 음반 ‘사랑하기 때문에’가 27년 만에 고음질 LP로 재탄생했다. 이 LP는 유재하의 유족이 보관하고 있던 오리지널 투 트랙 마스터 테이프에서 음원을 추출했으며 보너스 트랙으로 유재하가 부른 돈 맥클린의 명곡 ‘빈센트(Vincent)’가 최초로 수록됐다.
이번 복원작업을 진행한 씨앤엘뮤직의 최우석 부장은 “유재하의 음반이 LP로 처음 세상에 나온 후 CD로 두 번 정도 재발매 되는 과정에서 원본의 소리가 훼손돼 담겼다. 이번에 재발매된 고음질 LP는 최초의 아날로그 마스터테이프가 갖고 있는 소리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라고 말했다. 이 LP는 기존 CD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베이스, 기타가 선명하게 들려 음악이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특히 유재하의 목소리 떨림을 보다 밀접하게 느껴볼 수 있다.
지난 19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음악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는 유재하를 기리는 무대가 마련됐다. ‘홀 오브 페임(Hall Of Fame)’이라는 명칭으로 열린 이 무대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아티스트로 채워졌다. 심현보(4회), 이한철(5회), 말로(5회) 등의 선배급 아티스트를 필두로 스윗소로우(16회), 원모어찬스(8회, 19회), 재주소년(14회), 피터팬 콤플렉스(11회), 옥상달빛(19회), 오지은(17회), 푸디토리움(11회) 등 최근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견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물론 신예들의 쇼케이스와 관련 전시까지 더해져 의미를 더했다.
공중파도 유재하를 추억했다. 2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유재하 특집으로 꾸며졌다. 고인의 생전 친분이 두터웠던 피아니스트 김광민, ‘빛과 소금’의 멤버인 장기호와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의 1회 금상수상자 조규찬, 19회 대상 수상자 박원(원모어찬스)가 출연해 유재하와 얽힌 다양한 일화들을 풀어놓으며 고인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광민은 유재하를 위해 직접 작곡한 추모 곡 ‘레터 프롬 더 어스(Letter from the earth)’를 연주하며 감동의 무대를 마련했다.
고인에 기일인 11월 11일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는 싱어송라이터의 등용문으로 자리해온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열린다.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역대 최다인 597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작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자금 확보의 어려움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대회 출신들이 뭉친 ‘유재하 동문회’가 직접 행사를 준비하면서 다시 날개를 폈다. 동문회 측은 “작년 행사는 동문회가 똘똘 뭉쳐 심사, 홍보, 포스터 디자인 등까지 모두 소화하며 성공적인 대회를 치러냈다. 올해는 역대 최대 지원자들이 몰려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이 모든 것이 고인의 음악을 진정으로 존경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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