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와 믿음을 소재로 한 작품, 장르적 특징이 큰 작품을 왕왕 선보여온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게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좇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배우 류준열·신현빈·신민재가 출연했으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꼽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협업했다.
"교회에 방점이 찍혀 있진 않아요. 교회가 가진 문제가 나오긴 하지만 크게 보면 그 자체에 집중돼 있진 않죠. 욕망하는 것만 보는 현실과 그것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요지입니다."

"실제 교회에서 듣다 보면 목사님의 목소리에 연기톤이 있어요. 류준열 씨가 그 톤을 미묘하게 잘 해내더라고요. 준열 씨가 이 역할을 맡고 실제 목사님이 기도하는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기도 했어요. 목사님들 특유의 쇼맨십이 들어간 말투가 있는데 그걸 구현해낸 것 같아요. 많이 연구했다고 생각합니다."
연 감독은 배우 신민재와 닮은꼴 외모로 화제가 됐다. 도플갱어라면 서로 만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에 연 감독은 "도플갱어가 아니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그럴 리 없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닮은꼴이라 캐스팅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지만, '계시록' 속 신민재를 보고 나면 그런 의혹이 사라질 만큼 캐릭터에 몰입한 연기를 보여준다. 신민재는 '계시록'을 통해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큰 역할에 대한 부담을 안 느끼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기생수: 더 그레이'에 잠깐 나왔을 때도 구교환의 변칙적 연기를 잘 받아낸다고 생각했죠. 큰 역할을 맡았을 때도 감당해낼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영화는 그의 역할이 컸는데, 압도되지만 않으면 된다 싶었어요. 류준열 씨, 신현빈 씨도 신민재 씨를 많이 배려해줬죠."

"어떠한 형상이 명확하게 드러나기보다 관객들이 '저게 뭐지?'라고 생각하게끔 작업하는 겁니다. 이번 영화는 CG로 무언가를 과시하기보다 실제처럼 보이도록 강조했어요."
연 감독은 시리즈 '계시록'에 앞서 시리즈 '지옥' 시즌1~2, '괴이', '선산', '기생수: 더 그레이', 영화 '정이',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서울역', '프린세스 아야' 등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는 "많이 해야겠다는 강박이 있진 않다. 작품을 쓰고 만드는 게 제 반복적인 생활 패턴이다. 그걸 유지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로맨스, 코미디처럼 그간의 필모그래피와 다른 장르를 작업할 계획은 없을까. "연상호 표 로맨스, 구상은 있어요. 그런데 나올 수는 없어요. 얘기해봤는데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더라고요. 얼마 전 드라마 장르로 '첫사랑' 소재 이야기를 제안해봤는데, 아무도 안 보고 싶어 했어요. 고이 잘 간직하려고 합니다. 장르성 작품이 고착되는 이유 중 하나가 저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하하. 다음 작품 중 하나는 저예산 영화기도 하고 외부 투자를 받은 작품이 아니라서 제 맘대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과가 괜찮다 싶으면 로맨스는 제 돈으로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의도치 않게 연니버스라는 별명이 생긴 건 감사해요. 하지만 업계에서 연니버스의 가치를 그렇게 높게 보진 않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산업적 가치가 높지만, 연니버스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하. 한편으로는 연니버스라고 하는 규모나 색깔에서 최대한 벗어나고 싶어요. 연니버스라는 게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나올 때까지 다른 것도 하고 싶습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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