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의 중추인 '그날들'
10·26 사건, '그때 그사람들'(2005), '남산의 부장들'(2020)
12.12 군사 반란, '서울의 봄'(2023)
10·26 사건, '그때 그사람들'(2005), '남산의 부장들'(2020)
12.12 군사 반란, '서울의 봄'(2023)

1979년 12·12 군사 반란 이후, 주권과 민주주의라는 이념을 되찾기 위한 국민들의 시위 및 항쟁이 번져나갔기 때문이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중추가 되는 해당 시기는 1961년 5·16 쿠데타로 시작된 박정희 군사정권부터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1993년 2월 24일)에 이른 31년간의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게 되는 계기인 만큼 중요하다. 지금의 우리에게 익숙한 국민의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직선제 역시도 1987년 10월 27일에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가슴 저릿한 기록이자 잊어서는 안 되는 뼈아픈 역사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9시간을 다룬 작품으로, 10·26 사건과 5·18 광주 민주항쟁과는 달리 스크린에서 구현되는 것은 처음이다. 앞뒤 상황을 알면 이해가 더 쉬운 것처럼 '서울의 봄'을 보기 전, 10·26사태와 12·12 군사 반란이 일어나게 된 경위와 이 사건을 다룬 영화를 살펴보면 어떨까.
FACT1. 1979년 10·26 사건, 왜 일어난 걸까.

사건 직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을 차에 태우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정승화 육군 참모 총장에게 저녁 식사를 하자며 궁정동 안가로 불렀다고 밝혀졌으며, 정승화 육군 참모 총장은 총소리가 일어난 원인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남산에 위치한 중앙정보부와 육군본부 중에서 고민하다가 육군본부로 향했고, 결국 다음 날 새벽 체포됐다.
FACT1-1. 10·26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시각

이를 부마항쟁(10월 16일, 부산 및 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박정희 유신독재를 반대한 시위)이라고 부르는데, 이 사건을 두고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는 강경 진압보다는 온건한 입장이었고 차지철 대통령 경호실장은 강경 진압을 주장했다. 이에 박정희 대통령은 차지철 대통령 경호실장의 말을 수용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입장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유신체제를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했다고 전해진다. 두 번째로는 차지철 대통령 경호실장과의 개인적인 악감정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으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총을 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많은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 '그때 그사람들'(2005)의 임상수 감독이 10·26 사건을 다루는 방식

영화는 10월 26일 당일, 헬기에 자리가 없어 대통령과의 행사에 함께 가지 못한 중앙정보부장 김 부장(백윤식)이 저녁에 궁정동에서 진행되는 만찬에 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김 부장 캐릭터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모티브로 했으며, 실제로 김재규는 26일 오전에 열린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으로 향하는 헬기에 타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다. 극 중에서 김 부장은 당일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임상수 감독은 그들이 사건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 하고 우왕좌왕하는 과정을 블랙 코미디적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기록을 찾아보면, 박선호, 이기주, 유성옥 등은 사건을 정확하게 모르고 상관의 명령으로 따랐다고 말하기도 했으니 어느정도 비슷한 듯하다.

임상수 감독과 우민호 감독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란 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도 상이하다. 김 부장을 다소 우매하고 분노를 참지 못하는 인물로 그린 '그때 그사람들'과 달리 '남산의 부장들'은 가슴에 답답한 울화를 분출해내지 못하고 꾹꾹 참다가 폭발하는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것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픽션일 뿐이라는 것이다.
◆ '남산의 부장들'(2020) 우민호 감독, 10·26 사건 이전과 그 이후를 확장하는 방법

'남산의 부장들'의 오프닝은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로 들어서는 차들과 "나라가 잘못되면 다 죽는다. 각오는 되어있겠지"라고 말하는 김규평 중앙정보부장(김재규 모티브 인물/이병헌)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후, 영화는 그로부터 40일 전 워싱턴에서 벌어진 코리아 게이트로부터 차근차근 다시 10월 26일의 그날로 돌아가는 수미상관의 구조로 전개된다.

극 중, 이병헌이 연기한 김규평 중앙정보부장은 점차 감정적으로 변하며 무너진다. 특히 표정 변화가 없던 냉철한 모습에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핏대를 세우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된 것. 자신과 대립하는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차지철 모티브 인물/이희준)과 욕을 주고 받으며 싸우기도 한다. 혹은 중앙정보부장임에도 권력에서 밀리고, 정치적 견해가 다른 과정에서 느끼는 모멸감이 시간이 지속될수록 강화된다. 특히, '남산의 부장들'은 김규평이 남산의 중앙정보부로 향할지와 육군본부로 갈지를 고민하는 과정과 더불어 전두혁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여줌으로써,10월 26일의 그날이 1979년 발생한 12·12 군사 반란까지 연계되는 사건임을 다시 한번 고지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FACT2. 1979년 12·12 군사 반란은 무엇인가.

10·26 사건 이후, 국무총리였던 최규하가 대통령이 되었고 육군참모총장이던 정승화가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권력자던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과 중앙정보부 김재규의 자리가 갑작스레 공석이 되고 동시에 무력화되면서 권력의 무게중심이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에게 집중됐다. 10·26 사건을 조사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이 된 전두환은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김계원을 조사하던 중에 그의 집에서 약 9억원가량의 수표 뭉치를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사적으로 사용하던 전두환은 정승화 계엄사령관에게도 2억원가량을 건네다가 핀잔받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정승화는 전두환을 동해안 경비 사령관으로 보직 이동을 시킬 것을 계획한다.
FACT2-1. 12·12 군사 반란의 전개 과정

앞서 전두환은 특전사령관 정병주 소장,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소장, 육군본부 헌병감 김진기 준장을 약속 장소에 불러 군대를 움직일 수 없도록 발을 묶어뒀다. 이후, 사건을 파악한 특전사령관 정병주 소장,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소장, 육군본부 헌병감 김진기 준장이 육군을 동원하려 했지만, 이미 무게중심은 전두환 쪽으로 기운 상태였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병력을 동원하고 막히는 반복한 끝에 전두환이 서울을 장악한 것이 바로 12·12 군사 반란이다.
◆ '서울의 봄'(2023) 김성수 감독, 서울의 봄은 너무나 짧았다.

오프닝, 육군본부의 출입 금지 지역으로 들어간 군인들은 "무슨 상황이냐"며 우왕좌왕하고, 이태신(장태완 모티브 인물/정우성)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육군참모총장 정상호(정승화 모티브 인물/ 이성민)가 육군 내 비밀 사조직 하나회의 수장이자 보안사령관 전두광(전두환 모티브 인물/황정민)을 견제하기 위해서 수도경비사령관 자리에 이태신을 앉힌다. 또한 극 중에서 육군참모총장 정상호는 보안사령관 전두광을 더욱 견제하기 위해서 보안사령관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보직 이동을 시키려고 했지만, 그 소식을 알게 된 전두광은 12·12 군사 반란을 일으키기로 작정한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인 동시에 나아갈 미래를 위한 길잡이다. 우리가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 또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반복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역사 영화를 볼 때, 주의를 해야 할 것은 픽션이 가미되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빼놓을 수 없는 1979년의 '순간들'을 보며, 우리는 다시금 마음에 '그날들'을 새겨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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