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와 나' 세미 역 박혜수 인터뷰
'너와 나' 10월 25일 개봉
배우 박혜수/사진 =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배우 박혜수/사진 =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배우 박혜수(28)의 외형에서는 가을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박혜수의 내면은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 보였다.

박혜수는 최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사옥에서 영화 '너와 나'(감독 조현철) 관련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나섰다.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조현철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첫 번째 장편영화다. 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머금고 있는데, 영화의 곳곳에서 세월호와 관련된 메타포, 소품, 설정 등이 등장한다.

박혜수는 2020년 말 '너와 나' 시나리오를 만났다며 당시로 돌아가 느낌을 전했다. 그는 "세월호의 비극적 사건을 직접적으로 담지 않고, 감독님만의 방식으로 다뤄낸 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그 일 때문에 상처를 받고 아팠던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그것 때문에도 함께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세미 캐릭터가 저랑 닮은 점이 많아 애정이 갔어요."

세미와 어떤 점이 닮았냐고 묻자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툴고 미숙한 것"을 꼽았다. "세미는 사랑에 미숙해요. 감정이 되게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같은 마음을 받고 싶어 하고요. 저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세미가 왜이렇게 짜증을 많이 내?'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세미의 감정과 동기가 저는 납득이 됐어요. 저한테는 되게 솔직하게 사랑스러운 아이로 다가왔던 거 같아요."

세미 캐릭터에 대해 우려됐던 부분들도 많았지만, 현장에서 조현철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대사와 상황 등이 대폭 수정됐다. 조현철 감독은 무려 7년에 걸쳐 '너와 나'를 완성했다는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박혜수는 "감독님과 함께 세미가 미워보이지 않을 모습들을 만들어 나갔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서툴고 표현이 미숙한 친구는 맞으니까, 그런 부분은 살렸어야 했고, 대사나 디테일을 거듭해서 바꿨어요. 리허설도 되게 많이 하면서 좋은 부분들은 수정해서 재구성하듯이 처음 대본과는 적지 않게 바뀌었던 거 같아요."

박혜수는 조현철 감독과 일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성장했다고 전했다. "감독님이 7년동안 쓰신 작품이었는데, 저라는 배우가 만든 캐릭터를 신뢰해 주시고, 배우가 만들어내는 것들을 맡겨주셨다"고 돌아봤다. 이를 통해 '너와 나'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을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배우 박혜수/사진 =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배우 박혜수/사진 =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조현철 감독에 대해서는 "감독님으로서나 사람으로서나 좋으신 분"이라며 "되게 좋은 어른"이라고 소개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신 거 같아요. 그런 부분이 시나리오에서 영화에서 많이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사랑을 담고 있다고 느껴져요. 그 사랑이 제가 이전에 알고 있던 사랑이 아니라 넓게 확장된 사랑. 내가 아닌 타인 전부에 대한 사랑, 또 자연에 대한 사랑 등 더 큰 사랑이요. 제가 생각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작업하면서 알게 된 거 같아요. '너와 나'는 지금까지도 저한테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어요."

함께 호흡한 다은 역의 김시은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삶에 스며들었다"고 표현했다. 이와 더불어 연기적인 칭찬도 전했다. "시은이는 즉흥적이고 본능적이게 연기하는 배우에요. 사실 저는 원래 대본에 충실한 편인데, 촬영 전 리허설을 시은이와 함께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했어요. 기존의 저를 깨고 자유롭게 애드리브도 던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연기적으로 한꺼풀 벗겨내는 듯한 느낌입니다."

'너와 나'는 박혜수의 네 번째 영화다. 박혜수는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많은 성장이 있었다고 재차 말했다. "제가 놓치고 있는 것들,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잊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 계속 일깨웠어요. 삶, 죽음, 사랑 등 의식하면서 살아가지 않는 것들을 파고드는 영화다 보니까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이 들었요. 특히, 촬영하면서 현장에서 '너와 나'의 팀원으로서 이 작품에 대한 애정, 서로에 대한 따듯한 마음을 많이 느꼈죠. 그런 것들이 작품에 많이 묻어있어요. 이런 마음을 변에도 더 멀리도 확장시키고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더욱이 '너와 나'는 지난 2021년 박혜수의 학폭 의혹이 불거진 당시 캐스팅이 확정되고, 촬영이 진행된 영화다. 박혜수는 학폭 의혹으로 떠들썩하던 당시 '너와 나' 팀과 함께 영화를 찍었던 것. 당시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박혜수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고 간결하게 말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해주신 거고, 저는 그 결정에 최선을 다하는 걸로 보답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너와 나'라는 작품에 더 몰입을 했던 거 같아요."

이와 관련해서 조현철 감독은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박혜수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 기사만으로 박혜수를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한 무고하다는 주장을 믿었고, 그 이후에는 두려움이 없었다"고 말하며 박혜수를 향한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김시은 역시 "박혜수 언니는 나에게 세미 그 자체였다"며 의혹이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배우 박혜수/사진 =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배우 박혜수/사진 =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너와 나' 팀, 조현철, 김시은의 든든한 믿음 속에 '너와 나'를 통해 배우로서 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박혜수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한 건 없다. '너와 나' 개봉과 관련 무대인사나 GV 등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폭 관련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담백하게 전했다.

'너와 나'는 지난 25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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